우크라이나의 한 백화점 안에 있는 고급식당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 후 화장실을 찾았는데 식당 밖의 복도에 다른 가게와 함께 쓰는 화장실이 있었습니다. 화장실 앞에는 아주머니 한 분이 입장료를 받고 있었습니다. 입장료는 1‘그리브나’(약7.5센트) 이었습니다($1=13.5GRN). ‘우크라이나’ 돈이 없어서 식당으로 되돌아가 선교사님과 함께 단체 입장했습니다.
돈을 받는 아주머니를 본 순간 1970년대의 한국의 공중화장실이 떠올랐습니다. 화장실 입구에는 입장료를 받으면서 화장지라든가 껌을 파는 분이 계셨습니다. 요즈음 한국 화장실에서 돈을 받는 일이 없고 미국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유료 화장실이 대단히 어색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미콜라이브’에서 폴란드의 ‘크라쿠프’까지 자동차로 꼬박 이틀이 걸렸습니다. 가는 도중 좋은 화장실을 찾는 일이 아주 중요했습니다. 최신식 주유소를 만나면 너무 기뻤습니다. 화장실 사용료를 받지는 않았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커피라든가 음료수를 사 마셨습니다.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화장실에서도 1즐로티(약 33센트)를 내야했습니다($1=3PZL). 유네스코에 등재된 폴란드의 옛 수도인 ‘크라쿠프’ 중앙광장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광장에 있는 고급 식당에서 커피를 마시고 그 식당의 화장실에 갔는데 사용료가 2즐로티(약 66센트)였습니다.
이번에 우크라이나와 폴란드를 다녀온 후로 미국에 산다는 것이 큰 복이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돈을 내야만 들어갈 수 있는 화장실 때문이었습니다.
오년 전 뉴욕의 ‘존 F 케네디’ 공항으로 가는 도중 길은 막히고 화장실은 가야겠는데 갈만한 곳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침 맥도날드 식당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고객에게만 개방한다는 것입니다. 급히 커피를 사고 화장실을 사용한 적이 있었습니다.
어떤 분이 인터넷 상에 ‘최고급 화장실 무료로 이용하기’라는 글을 올려놓은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이 미국여행 중 상점에 있는 화장실을 사용하려고 했는데 화장실이 잠겨있더랍니다. 점원에게 물어보니 영수증 우측 하단에 있는 번호가 화장실 비밀번호라고 알려주더랍니다. 즉 상품을 구매한 사람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화장실 가려고 필요 없는 상품을 살 수도 없고 계속 커피를 마실 수도 없어 연구를 했었답니다.

     그 분은 가장 찾기 싶고 깨끗한 곳이 고급 호텔이라고 했습니다. 호텔 카운터에 가서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는지를 물어보았는데 물어 본 호텔마다 다 친절하게 사용하도록 대답했다고 합니다. 남미도 대부분 유료화장실이었는데 호텔로 갔더니 다 사용하도록 했다고 경험담을 올려놓았습니다. 호텔을 권장하는 또 다른 이유는 남미에서 영어통화가 어느 정도 가능한 곳이기 때문이랍니다.
영어로 화장실을 ‘toilet’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왜 ‘화장실’을 ‘toilet’이라고 부르게 됐을까요? 이 단어는 ‘toile’(뚜알)이란 프랑스어에서 유래되었답니다. 프랑스어로 ‘toile’은 사람이 어깨에 두르고 다니는 ‘망토’를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유럽도 18세기까지 공중 화장실이 없었다고 합니다. 프랑스 저술가 ‘메르시에’는 1782년 파리에 왜 대중화장실이 없느냐고 비난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었습니다. 그는 “갑자기 볼 일이 보고 싶어지면 큰 낭패다"라며 "아무 집이나 찾아가 문을 두드리고 사정하며 도움을 청하는 수 밖에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고 합니다.
갑자기 ‘급한 일’이 생기면 당시 프랑스 사람들은 큰 소리로 “toile(뚜알), toile(뚜알)” 하며 다급하게 외쳤답니다. 그러면 커다란 망토를 두른 사나이가 나타났는데 망토 속에는 양동이 2개가 들어 있었답니다. 급한 사람이 양동이에 걸터앉아 ‘큰 일’을 보면, 망토로 손님을 둘러싸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볼 수 없도록 가려줬다고 합니다.

     ‘망토’를 뜻하는 프랑스어 ‘toile’(뚜알)이 ‘배변’을 의미하는 말인 ‘toilette’(뚜알레뜨)로 바뀌었고, 이것이 영어로 전해지면서 ‘화장실’을 뜻하는 ‘toilet’로 철자와 의미가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프랑스의 서민들에겐 ‘toile’이 너무 비싸 ‘그림의 떡’이었다고 합니다. 이 ‘toile'이 최초의 ‘이동식 유료 화장실’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왜 하나님은 우리들에게 매일 귀찮고 냄새나는 화장실에 다니도록 창조하셨을까?”라고 생각한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제 나름대로 해석을 해 보았습니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되었기 때문에 하나님처럼 되고 싶은 본능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므로 조금만 성공하면 교만해지기 때문에 화장실에 갈 때마다 ‘인간은 피조물이다!’라는 분수를 알도록 하신 것이라고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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