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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이야기> 정복자 나폴레옹도 탐냈던 매혹적인 성화 <의자의 성모>
2014년 10월 16일 (목) 13:12:26 이하린 기자 senellie@focuscolorado.net
   
     독특한 원형의 그림인 <의자의 성모>는 성모님의 우아하고 자비로운 모습뿐만 아니라 인간적이고 이국적인 매력을 보여주는 라파엘로 산치오(Raffaello Sanzio, 1483~1520)의 걸작이다. 둥근 화면만큼이나 부드럽게 처리된 인물의 윤곽선과 성모 마리아의 단아하고도 그윽한 눈길이 이 작품을 더없이 평화롭고 따사로이 느끼게 한다. 이 작품은 라파엘로가 로마에서 명성을 날리던 1514년경에 제작한 것으로 그가 그린 수많은 성모상 중에서 단연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캔버스 안에는 인물들이 가득 차 있지만 전혀 답답하게 보이지 않는다. 의자 깊숙이 앉아 아기 예수를 다정히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의 당당한 눈길이 인상적이다. 그 곁에서 손을 모으고 있는 아이는 세례자 요한이다. 세례 요한은 예수가 세상을 구원하러 올 것을 전한 예언자로서, 예수와는 친척 관계다. 성모자상에 출연빈도가 상당히 높으니 비슷한 아이가 있으면 요한이구나 생각하면 된다.

     오른쪽으로 붓질된 아기 예수의 노란 옷은 그 반대 방향으로 붓질된 마리아의 두건과 대조되며 생동감을 더한다. '하늘의 여왕'을 상징하는 성모 마리아의 푸른 천을 아기 예수가 깔고 앉은 모습 역시 이 작품을 보다 인간적으로 보이게 하는 부분이다. 색상의 처리 또한 놀라워서 화면 중심의 아기 예수가 입은 황금빛 의상은 마리아의 어깨에 두른 초록색 숄과 대비를 이루고, 마리아의 붉은 옷도 이에 뒤질세라 강렬한 빛을 발한다. 차갑고 따뜻한 느낌의 색이 서로 교차되면서 화면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아무도 움직이고 있지 않지만 역동성이 느껴지는 이 그림에서 유일하게 정지되어 있는 것이 바로 의자 등받이다. 교황 율리우스 2세의 방에서 사용한 것과 동일한 종류로 밝혀진 이 의자는, 이들이 천상이 아닌 지상에 존재함을 확인시켜 준다. 아울러 화면 전체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도 한다. 정(靜) 가운데 동(動)을 표현하고, 성스러움 가운데 세속의 미를 살려내는 라파엘로 예술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의자의 성모>는 성모 마리아를 주제로 삼았지만 신성함이나 위엄보다는 어머니의 따스함이 정말 잘 나타나 있다.
이렇게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보니 이 그림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았다. 정복자 나폴레옹이 이탈리아 원정에 나서면서 프랑스로 꼭 가져가야 할 그림 1순위로 꼽은 것도 바로 이 그림이었다. 그러나 나폴레옹은 그림을 손에 얻는데 성공했지만, 결국 몰락과 함께 되돌려줘야 했다.
그림이 매력적인 데는 성모의 이미지가 큰 역할을 한다. 앳된 젊음을 자랑하는데다 예쁜 용모를 지녔기 때문이다. 성모의 모델은 라파엘로가 사랑했던 여인 ‘라 포르나리나(제빵사의 딸)’라는 별명으로 불리었던 마르게리타 루티(1495년경 -?)이다. 젊고 잘생긴데다가 여자를 좋아해 ‘섹스광’이었던 라파엘로는 평생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았는데, 그런 그와 12년동안 꾸준하게 사랑을 나눈 여인이 마르게리타였다. 이들이 끝내 결혼하지 못한 데는 교황의 총애를 받아 추기경 후보로까지 거론된 라파엘로와 평범한 제빵사의 딸인 그녀의 신분 차이, 그리고 결혼을 구속이라 생각했던 라파엘로의 예술가적 기질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라파엘로를 총애했던 추기경이 자신의 조카딸을 소개하며 결혼하라고 했을 때 라파엘로는 권세에 눌려 결혼을 약속하고서도 계속 미루다가 결국 미혼으로 자신의 37세 생일날 요절했다. 라파엘로는 병으로 죽어가면서도 마르게리타의 장래를 걱정해 유언을 통해 그녀가 품위를 지키며 살기에 충분한 돈을 남겨주었다고 한다. 신분 차이 때문에 정부 취급을 받으며 라파엘로의 생애 내내 가려져 있던 그녀지만, 라파엘로가 그토록 오랫동안 사랑한 유일무이한 연인으로서 그녀는 대가의 작품들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 다소 분방하고 무엇보다 서로의 욕망에 충실했던 마르게리타와 라파엘로의 관계를 생각하면, 어떻게 마르게리타가 성스러운 마리아의 모델이 될 수 있었을까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남들이야 정부 관계다, 부도덕하다, 손가락질했을지 모르지만, 두 사람이 서로에게 한없이 진실했던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이렇게 서로의 영혼을 들여다볼 수 있고, 또 영혼이 서로를 향한 진실로 투명해져 있다면, 그 영혼만큼 마리아의 모델로 적합한 것이 어디 있을까. 아마 그런 사랑이 있었기에 성모의 모습이 저토록 매력적으로 그려졌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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