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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속에서도 유머 잊지 않은 죽음과 불
2014년 10월 30일 (목) 07:29:33 이하린 기자 senellie@focuscolorado.net
   
     예술은 놀이가 발달한 것이라고 한다. 놀며 흥겹게 소리를 내던 것이 음악으로 발달했고, 진흙을 빚고 형상을 그려 넣던 것이 미술로 발달했다.
그림에 이렇게 놀이의 성격이 있다 보니 때로는 심각한 주제를 그릴 때도 놀이의 정신을 담을 때가 있다. 스위스 출신의 화가 파울 클레(Paul Klee, 1879-1940)의 ‘죽음과 불(Tod und Feuer)’도 그런 그림 가운데 하나다.
이 작품에서 클레는 굵은 붓으로 화면 한가운데 사람의 얼굴을 그린 후 눈과 입을 그려 넣었다. 두껍고 단순한 선으로 그려진 얼굴은 사실 죽음을 나타내고 있다.
입은 알파벳 T자를 옆으로 눕힌 모양이고, 눈과 코는 알파벳 o와 d를 함께 세워놓은 모양이다. 독일어로 ‘Tod’는 죽음을 의미한다다.
클레는 당시 혈관주위가 굳기 시작하여 피부와 내장까지 굳어지는 경피증이라는 불치병을 앓게 되면서 피부가 딱딱했고 숨을 쉬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건강이 많이 나빠지면서 그는 자신의 죽음이 머지않았다는 생각으로 죽음을 연상시키는 작품들을 제작했다. <죽음과 불>도 이 시기의 작품이다. 클레의 자화상을 그려놓은 듯한 이 작품에서 고독과 음울을 느낄 수 있다. 묘비의 절망과 좌절이 전해지는 그림속 에서 그는 왜 웃고 있을까. 마도 불치병을 자위하는 이 슬픈 미소가 극한의 고독과 외로움을 대변하고 있으리라.

     따지고 보면 클레의 병은 히틀러 때문에 생긴 것이었다. 독일의 총통이 돼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히틀러는 일찍부터 클레를 비롯해 반 고흐, 피카소 같이 진취적이고 현대적인 미술을 시도한 유태인 예술가를 ‘미친 사람’ 혹은 ‘바보’라고 비난하며 탄압했다. 그러면서 이들 작가들과 미술관으로부터 그림을 빼앗아 1937년에 퇴폐미술전이라는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퇴폐 미술가로 낙인찍힌 클레는 1백 점이 넘는 작품을 빼앗겼고,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가로서 놀이정신과 유머는 잊지 않았다. 어찌 보면 으스스한 죽음을 주제로 한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이 그림이 재미난 낙서처럼 보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클레는 매우 독창적인 회화 언어로 사물의 본질적이고 정신적인 의미를 전하려고 한 천재적인 추상화가로, 독자적으로 활동했지만 미술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의 작품들은 공상적인 상형문자와 자유로운 선묘로 말미암아 때때로 아동 미술을 연상하게 하고 있다.
1879년에 스위스 베른에서 태어난 클레는 12살때 바이올린으로 시립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정도로 음악에도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그러나 그는 아버지가 원했던 음악가와 자신이 원하던 미술가 사이에서 고민하다, 바흐와 모차르트가 쌓아 올린 경지만큼 미술의 경지를 자신의 손으로 직접 이루고 싶다는 의욕으로 본격적으로 미술에 집중하게 된다.

     독일의 표현주의에 영향을 받았지만, 클레의 작품은 환상적이면서도 꿈의 세계를 강조하였고, 선적인 흐름과 아라베스크 문양, 아동미술에서 볼 수 있는 유치하면서도 웃음을 자아내는 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클레는 템페라, 유화, 수채화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면서 매체가 지닌 섬세한 특징들을 색채와 표면의 마티에르를 통해 강조했다. 대부분의 회화들은 사이즈가 작으며 시각적으로 화사하고 색채감이 뛰어나 우리의 정서에 편안하게 와 닿는 작품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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