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아침 아내가 한국에서 옛날 같은 학교에서 직장 생활을 했던 한 선생님이 보낸 글이라며 한 편의 시를 보여주었다. 모닝 커피를 마시면서 읽어 내려가는데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더욱이 가을이 깊어지는 계절의 흐름과 너무 잘 맞는 시였기 때문이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며 살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었느냐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기쁘게 대답할 수 있도록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꾸어 가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내 마음 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 좋은 말과 좋은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야 하겠습니다.”

     지난 날에 대한 깊은 성찰과 앞으로 남은 인생의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가슴 뭉클한 시이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윤동주의 시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지금까지 남겨진 윤동주의 시 중에는 위와 같은 시가 없다. 최근에 와서 저자가 누군지 밝혀지면서 더 한 번 감동이 일어나고 있다. 조금 개작은 되었지만 원시는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 이라는 제목으로 김준엽이라는 시인이 쓴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김준엽씨가 손과 발뿐만 아니라 몸도 혼자서는 가눌 수 없는 중증뇌성마비 장애인이라는 점이다. 손가락 하나도 의지대로 움직여지지 않아 펜을 입에 물고 글을 쓰고 있다. 올해 44살인 그는 아주 어릴 때 열병으로 뇌성마비 장애인이 되었다. 그 당시에는 장애인이 다닐만한 학교가 없어서 정식 교육도 받지를 못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36살에 초등학교 검정고시에 합격을 했다. 39살에는 중학교를 졸업했다. 42살에는 고등학교까지 졸업을 하기에 이른다. 현재는 대구 사이버대학 사회복지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다. 2011년에는 펜을 입에 물고 쓴 시들을 모아 첫 시집 ‘그늘 아래서’를 출간했다. 현재는 두 번째 시집을 준비하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뇌성마비 종목인 보치아(일종의 구슬 치기) 국가대표선수입니다. 얼마 전 인천에서 열렸던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출전하기도 했다.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인생의 아픔과 절망 중에도 그는 인생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밝고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 김준엽씨는 20년 전 이미 자신의 시들을 발표해서 문학활동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어느 출판사도 그의 시집을 발간해 주겠다는 곳은 없었다. 그때 출판사에 보낸 시들이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게 된 것이다. 이름도 전혀 알려지지 않은 뇌성마비 장애인이기에 누구도 시의 출처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냥 작자미명이라는 이름으로 떠돌다가 시가 너무 아름답고 깊은 성찰을 담은 시라 윤동주의 시라고까지 알려지게 된 것이다.

      여름이 지나가면 반드시 가을이 온다. 계절의 변화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아무리 싱싱했던 초목도 색깔이 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결국은 힘없이 떨어지고 말 것이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여름날의 왕성한 힘과 정열은 한 동안일 뿐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지난 날을 돌아보아야만 하는 가을이 다가온다. 그 인생의 가을에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물어야만 하는 말이 있다. 가족과 이웃들, 교우들을 사랑했느냐고 가장 먼저 물어야 한다. 그때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가볍게 ‘예’라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사랑해야 한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았느냐는 물음도 반드시 있을 것이다. 하나님이 주신 시간을 바르게 사용해야 한다. 맡겨주신 일에 마음과 정성을 쏟아야 한다. 그래야 후회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생의 가을이 되면 가장 후회되는 것이 혹시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이다. 무슨 대단한 일을 한다고 다른 사람 마음을 아프게 하면서까지 했던 일들이 후회막급일 것이다. 일보다는 사람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때의 감정보다는 먼 훗날을 바라보고 참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살아온 삶이 비록 힘들고 어려웠어도 아름답기를 바라고 있다. 생각할수록 기쁨과 즐거움, 그리움이 있어야 한다. 지금부터 내 삶을 가꾸어야 한다. 원망과 불평이라는 잡초를 제거해야 한다. 자족과 감사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아름다운 인생의 화단이 가꾸어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 인생에 무슨 열매가 있었는지를 물을 것이다. 단지 세상에 왔다가 가는 것만이 인생이 아니다. 반드시 남겨진 흔적이 있다. 좋은 말, 좋은 행동, 좋은 생각을 심어야 한다. 그래야 인생의 열매가 아름답게 맺힐 것이다. 점점 깊어져 가는 이번 가을에 자신에 대해 한 번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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