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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과 소외감 생생히 담은 빈센트 반 고흐의 초상
2014년 11월 06일 (목) 15:04:01 이하린 기자 senellie@focuscolorado.net
   
      1886년 서른 셋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는 청운의 꿈을 안고 프랑스 파리로 왔다. 그의 가슴속에는 파리에서 새로운 화풍을 배우겠다는 열망이 가득 차 있었다. 그를 파리로 부른 것은 한 살 아래 동생 테오였다. 서른이 돼서야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별다른 미술 교육도 받지 못한 처지였지만, 고흐의 그림에는 분명 남다른 그 무엇이 번득이고 있었다. 파리 화랑에서 컬렉터로 일하던 테오는 그 ‘남다른 무엇’을 알아봤다. 그는 형에게 그림 색감이 너무 어둡고 투박하니 파리에 와서 인상파 화가들의 밝고 역동적인 스타일을 배워보라고 제안했다.
1886년 2월 고흐는 파리에 도착했다. 그리고 4월 코르몽의 화실에 학생으로 들어가 베르나르, 러셀, 로트레크 등 젊은 프랑스 화가 그룹에 합류했다.
파리 생활은 순조로이 풀리는 듯싶었다. 고흐는 테오의 집에 기거하며 방 하나를 화실로 사용했다. 다른 젊은 화가들 역시 네덜란드 출신인 신참 화가를 스스럼없이 환영해줬다.그러나 즐겁고 생산적인 파리 생활은 채 2년을 가지 못했다. 어디서나 늘 그랬듯, 파리에서도 고흐는 주변 동료들과 마찰을 일으켰다. 너무도 격정적이고 극단적이며, 쉽게 흥분하고 타협을 모르는 그의 성격을 받아줄 이는 거의 없었다. 고흐와 친분을 맺은 화가들은 이내 그의 성격에 넌더리를 냈다. 고흐 역시 파리 체류 1년 반이 지난 후 “인간적으로 혐오스러운 화가들을 만나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떠나고 싶다”고 말한 것을 보면, 양측 모두 서로를 감당할 수 없는 상태가 됐던 모양이다. 특히 발작적으로 터져 나오는 고흐의 분노 때문에 동료 화가들은 그를 반은 혐오하고 반은 두려워하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그나마 고흐에게 친절하려고 애썼던 이 중 한 명이 ‘난쟁이 화가’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Henri de Toulouse-Lautrec, 1864~1901)였다. 고흐는 육체적 장애에도 다정다감하고 상냥한 로트레크에게 호감을 느꼈다. 두 사람 모두 술을 좋아하는 공통점이 있어 화실과 카페에서 자주 어울렸다. 1887년 로트레크가 파스텔로 그린 고흐의 초상 역시 카페에 앉아 있는 고흐의 옆모습을 스케치한 작품이다. 붉은 턱수염을 기른 고흐는 테이블에 팔을 기댄 채 창 밖을 응시하고 있다. 로트레크의 능란한 스케치 솜씨가 여실히 드러나는 작품 속 고흐는 어딘지 모르게 처연해 보인다. 늘 동료들과 불화할 수밖에 없었던, 그러면서도 외로움을 견디지 못했던 고흐의 모순적 성격이 조금은 엿보이는 초상화다. 골똘히 쳐다보는 시선이 그가 얼마나 생각이 많은 사람인가를 잘 드러내주고 있다. 테이블에는 고흐가 좋아하던 술 압상트가 한 잔 놓여 있는데 술잔이 아직 비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그는 이 술을 조용히 음미하며 마시려는 것 같다.
고흐도 자화상을 많이 그렸지만 로트레크의 이 그림은 고흐의 옆모습을 그린 유일한 그림이다. 그런 까닭에 정면을 그린 그림에서는 보기 힘든 고흐의 특징, 예를 들어 눈썹이 축 처져 있다든지, 코가 살짝 꺾인 매부리코 등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또 로트레크는 이 그림을 통해 고흐가 느끼는 외로움과 쓸쓸함, 세상과의 거리감 등도 그림에 명료히 나타내고 있다. 난쟁이로 살아가며 장애인으로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곧잘 소외를 당하곤 했던 로트레크 자신의 경험이 당시 몰이해로 고생하던 고흐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이유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
로트레크와 고흐의 삶을 찬찬히 살펴보면, 두 예술가에게서 흥미로운 공통점들을 꽤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부유했지만 선천적인 핸디캡(난쟁이, 유전 문제)을 갖고 있던 로트레크과 극심하게 가난했고 후천적으로 핸디캡(자괴감, 정신 질환)을 가진 고흐는 둘 다 다른 이들로부터 혐오의 대상이었기에, 서로 통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로트레크와 고흐는 상대방이 자신과 비슷하게 어두운 면이 있다는 걸 함께 알아차린 듯하고, 그것은 다른 정상적인 화가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뭔가가 되어 둘 사이에 일종의 동질감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위의 로트레크가 그린 고흐의 초상화만 봐도 그렇다. 로트레크는 이 그림에서 고흐라는 화가의 모습을 그저 사진처럼 보여주려고 한 게 아니라, 인간 고흐의 분위기와 내면세계를 누구보다 정확하게 드러내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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