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나 약에 의존하지 말자

      “내 친구는 20분은 한다던데… 남들과 비교하다 보면 자존심만 상하죠.”
삽입 후 1~2분 내에 너무 빨리 사정이 된다며 조루 문제를 하소연하는 L씨.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통계를 보면 남성은 삽입 후 사정에 이르는 시간이 평균 5~10분이다. 매번 20분이 넘는다면 이는 허풍이거나 오히려 사정이나 오르가슴이 다소 지연되는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그래도 조루 환자는 전체 남성의 20~30% 정도나 된다. 그렇다 보니 많은 남성이 시간을 끌기 위해 이런저런 다소 엉뚱한 노력을 하는데, 조루환자 J씨와 K씨도 예외는 아니다.
“술을 많이 마시면 그나마 사정시간이 좀 길어지더라고요.”
“성행위를 두 번 연달아 하면 두 번째는 좀 오래 하던데 나이 들어 두 번 하는 게 쉽지 않죠.”
술은 의학적으로 중추신경 억제제다. 술을 많이 먹으면 소뇌 기능이 억제돼 균형감각을 잃고 비틀거린다. 사정을 관장하는 뇌 중추도 마찬가지로 술을 마시면 억제된다. 따라서 사정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하지만 술은 발기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조루에 권할 방법은 못 된다. 성행위를 연달아 하면 두 번째 사정이 길어지는 것도 사정 중추가 피로 현상에 빠지기 때문이다. 향수 냄새를 오래 맡다 보면 후각 중추가 피로 현상에 빠져 냄새에 둔감해지는 이치와 비슷하다. 거꾸로 얘기하자면 조루는 사정 중추가 빨리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조루는 사정 중추와 교감신경과 관련 있는 성기능 장애이지 성기 장애, 즉 성기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 사정 직전 귀두에 감각이 몰리다 보니 귀두 감각이 예민해서 조루가 생긴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마취제나 콘돔 여러 장으로 귀두의 감각을 둔화시키려는 시도도 하는데, 일회성 도움은 될지 모르지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순 없다. 원래 귀두 부분은 예민해서 성적 자극을 잘 받아들여야 성 흥분의 꼭대기까지 도달할 수 있다. 마취제로 시간이 늘 정도로 감각을 마비시키면 감각이 저하돼 성적 즐거움도 대폭 줄게 된다. 단지 상대 여성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매번 마취 연고나 스프레이로 성행위 시간을 늘리면서 남성의 성적 즐거움을 포기할 것인가. 또 시간만 오래 끈다고 여성이 만족하는 것도 아니다.
마취제로 성감을 일시적으로 줄이는 대신 영구적으로 귀두의 감각을 차단하는 시술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성교 지속 시간이 늘어난 경우가 간혹 있다 해도 성감 저하, 발기력 감퇴, 사정 지연 등 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런 탓에 감각 차단 시술이 외국 의학계에서는 널리 쓰이지도 않고, 학술적으로 조루의 주된 치료법으로 인정받은 적이 없다. 심지어 이런 시술을 받았다가 귀두 감각만 둔화돼 성감은 떨어졌는데 여전히 조루로 고생하는 경우도 많다. 앞에서 말했듯 조루는 뇌의 문제지 귀두 감각이 예민해서 일어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조루 치료법의 정도(正道)는 사정 중추와 교감신경의 불안정을 조절하는 약물치료와 행동요법이다. 부디 당장 조루를 치료할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에 현혹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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