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지난 11일 세월호 실종자 수색 작업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4.16 세월호 참사는 발생 209일만에 또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아직 찾지 못한 9명의 희생자를 생각하면 결코 수색작업을 포기할 수 없지만 실종자 가족들이 실종자를 발견할 가능성이 희박하고, 수색 여건도 악화되고, 더구나 선체 붕괴 위험 수위도 높아져 또다른 희생을 부를 수 밖에 없다는데 동의한 것이다. 그동안 많은 국민들이 세월호의 슬픔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고 생각했지만 피해자들의 피눈물을 생각할 때마다 차마 입 밖으로 수색 작업 종료를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처럼 힘든 결단을 내린 실종자 가족들에게 경의를 표하면서 희생자 및 유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애도의 뜻을 전하고 싶다.   

       같은 또래의 학생들뿐만 아니라 부모라는 이름을 가진 이들이라면 지금까지도 세월호라는 말만 나와도 가슴이 찡해온다. 특히 한국의 고3 수험생들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트라우마에 사로 잡혀 정신적 강박증상까지 보이면서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는 학생들도 생겨나고 있다. 죽으면 끝인데 시험이 무슨 대수겠느냐, 혹은 한국에서 계속 공부하고 살아야 할 명분을 부여하기조차 혼란스럽다고 한다.
국회가 지난 7일 ‘세월호 3법’을 통과시킴에 따라, 이에 따른 후속조치들이 과제로 남겨졌다. 이를 위해 광화문에서 진행 중인 농성도 풀 필요가 있다.  분향소 문제도 마찬가지다. 그래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유가족들은 이미 청와대 부근 및 국회 본관 앞 농성장에서 철수했다. 정부는 기술적 검토와 실종자 가족, 전문가 의견 수렴 및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했다. 침몰 현장을 보존해 ‘해상 추모 공원’으로 만드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세월호 인양 문제에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가 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 지원을 위해 그동안 공급한 자금의 규모는 모두 3396억 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수색 구조와 피해자 가족 지원 등을 위해 지원한 금액은 1595억 원이며, 진도 등의 피해 업종 종사자들에게 융자해준 자금은 1801억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세월호 인양 비용은 작업 방식에 따라 최대 2000억원이 들고 시간도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인양 비용을 포함해 세월호 참사 수습 비용이 총 6200억 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는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을 출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4월 16일 전남 진도군 병풍도 앞 인근 해상에서 침몰해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낸 대형 참사다. 이 사고로 탑승객 476명 가운데 172명만이 구조됐고, 300여 명이 넘는 사망ㆍ실종자가 발생했다. 특히 세월호에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안산 단원고 학생 324명의 희생이 많아 전 국민에게 충격과 침통을 안겼다. 이처럼 세월호는 엉뚱한 교신으로 인한 골든 타임 지연, 선장과 선원들의 무책임, 해경과 정부의 상황 파악 미숙 및 뒷북 대처 등 총체적 부실을 일으키며 최악의 인재(人災)로 기록되었다.
지난 2월, 21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도 인재였다. 이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폭설이지만, 급속한 붕괴를 가져온 원인은 부실 설계 및 시공 때문이었다. 이 사고로 체육관에서 신입생 환영회를 진행 중이던 부산외국어대학교 학생 9명과 이벤트업체 직원 1명 총 10명이 사망했고 204명이 부상당했다.

      지난 5월 124명의 사상자를 낸 고양종합터미널 화재사건 또한 안전불감증이 불러 온 총체적인 인재였다. 경찰은 사건 발생 후 수사관 50명으로 수사본부를 꾸려 3개월 동안 수사한 끝에 용접 작업 천정의 석고보드를 제거하고 가스배관공사를 위해 용접작업 중 튄 불씨가 열어둔 밸브에서 샌 가스와 만나면서 불이 났다. 이 불이 가연소재인 보온재 마감재와 만나면서 생긴 유독가스가 빠르게 퍼지면서 사망자 8명, 부상자 116명 등 대규모 인명피해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 당시 지하1층 방화시설을 꺼 둔 상태에서 여러 공사를 동시에 무리하게 진행한 것도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됐다. 또 건물전체가 통제되면서 영업손실과 그을음 등으로 피해액도 364억에 달한다.
지난달 10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서 열린 ‘판교 테크노밸리 축제’에서는  공연장 환풍구가 붕괴되어 1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을 당했다. 물론 일차적으로는 환풍구에 올라선 사람들의 잘못이 인정되기 하지만 이 또한 행사 주최측의 안전관리 책임과 철제 덮개 시공사의 부실 공사가 도마 위에 올라 또 다른 인재라는 논란이 일었다.

      사실 우리 한국 사회는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로 세월호 참사가 준 충격은 컸다. 앞만 보고 달리며 내실을 제대로 다지지 못한 대한민국의 민낯이 드러났다. 특히 안전에는 무방비 상태와 다름없음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고양 시외버스 종합 터미널 화재, 판교 공연장 환풍구 붕괴 사고 등 안전불감증 사고들이 이어졌다. 재난 대비태세를 확립한다고 말만 했지 바뀐 것이 없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러한 인재를 수습하기 위해 기하학적인 금액의 돈이 낭비되는 것 또한 되짚어봐야 할 일이다. 모든 국민과 정부가 다시 한번 안전의식을 다잡아야 한다. 국민과 정부가 힘겹게 결정한 이번 세월호 실종자 수색 종료 결정이 ‘안전 대한민국’으로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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