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끝내고 내려와욧!”
언제부터인지 유독 드세진 아내. 애써 분위기를 잡아 성행위를 시도하면, 아내의 표정과 목소리엔 ‘그나마 받아주는 걸 다행으로 여기라’는 뜻이 묻어 있다. 눈칫밥도 모자라 잠자리까지 아내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40대 초반의 남편 C씨.
“다른 친구들은 너무 빨리 끝날까 하는 조루 걱정에, 행여 아내가 좀 더 오래 많이 해달라고 원할까 봐 두려워한다는데, 저는 완전히 그 반대입니다요. 어쨌든 빨리 끝내야 하니까요.”
실제로 C씨의 아내는 성생활에 대한 욕구가 없다. 아내에겐 성생활이 재미있지도 즐겁지도 않기 때문이다. 남자로서의 책임감 때문인지 C씨는 무슨 변명이라도 하듯 말한다.
“제가 그렇게 못하는 것도 아니랍니다. 저는 아내와 알콩달콩 성생활에서 행복을 찾고 싶습니다. 외도를 할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C씨의 말대로 부부 사이의 성생활이 즐겁고 원만하면 이보다 더 좋은 행복의 지름길은 없다. 한마디로 서로 잘 맞기만 하면 ‘깨가 쏟아지는 시절’은 꼭 신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적절한 성생활은 두 사람 사이의 행복 촉진제라 하겠다.
“도대체 아내를 위해 뭘 고쳐야 합니까?”
C씨처럼 문제해결의 의지가 있는 남편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남성들은 아내가 성생활을 피하면 그저 모든 것을 아내의 문제로 여길 뿐 부부가 함께 해결해 나가려는 자세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아내가 즐겁지 않은 이유에는 물론 남편의 잘못이 있을 수 있다. 남편이 너무 자신 위주의 성행위를 하면서 아내의 흥분과 만족엔 관심도 없고 이를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하거나 조루·발기부전 등의 문제가 있을 때도 그렇다. 하지만 그 반대로 C씨의 아내처럼 성기피가 여성 자신의 문제인 경우가 더러 있다. 이는 대개 여성이 원래 성욕이 없거나 성행위가 즐겁지 않거나 불편해서 그렇다. 즉, 불감증 때문이다. 또한 성교통이 있거나 분비장애 등으로 성생활에서 즐거운 느낌보다는 아프거나 불편한 느낌이 많을 때 다시 하기 싫어진다.
더욱 흔한 것은 애초에 성욕저하증을 겪는 경우다. 보수적인 성장배경으로 성에 대해 지나친 억제가 있을 때 그렇다. 아울러 우울증이 있어도 성욕은 떨어진다. 우울증에 동반된 성욕저하증은 다른 증상에 비해 상당히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덧붙여 우울증 치료를 위해 항우울제 등을 복용하고 있다면 성욕은 더욱 차단될 수도 있다. 여성의 성기피는 2차적으로 생기기도 한다. 출산에 따른 성기 손상으로 성감이 상실되거나, 아이의 양육에 지쳐서 성생활을 회피하는 것이다. 또 폐경기를 겪으며 성기능이 위축돼 더 이상의 성생활이 고통스럽고 힘들 수도 있다. 어떤 식으로든 여성의 성기피는 너무 오래 두면 더욱 치료가 어려워진다. 심신의 근본원인이 고착화되어 아예 심한 성혐오증으로 악화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문제의 근본을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내의 성기피증에 대해 부부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분명 무언가 힘든 부분이 있지만 이는 고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현재의 성의학 수준에서 여성의 성기피는 제법 올바른 방향으로 충분히 치료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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