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얼마전 포커스에서 인구조사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다시 한번 동포사회에 인구조사 참여의 중요성을 전달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필자도 그 중요성에 동감한다. 대부분이 본 설문지를 벌써 받았거나 이번 주 안에는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편함을 꼭 챙겨봐야 한다. 필자도 오늘 아침 우편함을 열어보니 센서스 양식이 들어 있었다. 크게 어려운 것은 없었다. 총10개의 질문으로 되어 있는데, 10분 정도면 작성이 가능하다. 미국에 얼마나 많은 한인이 살고 있는가를 대대적으로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마음 같으면 한 사람이 열 장도 적고 싶은 심정이다.

우리는 이민자들이다. 지금의 미국은 이민자들의 사회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이방인에 대한 차별은 여전하다. 이는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사실이다. 가장 기본적인 체류신분 문제에서도 부당한 대우를 받아온 것을 쉽게 기억해 낼 수 있다. 이민 초기에는 영주권도 쉽게 내주었건만, 9.11이후에는 갈수록 영주권 받기도 힘들고, 합법적인 체류신분을 유지하기도 힘들고, 툭하면 신분 따지고, 툭하면 비자 갱신해야 하고, 툭하면 세금 더 내야하고, 툭하면 이민국 수수료 올리고… 이런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우린 별 문제 없는 양, 아니 오히려 당연히 받아야 하는 차별이라고 인정할 때가 많았다. 하다못해 같은 불법체류자임에도 불구하고 멕시칸과 한인에 대한 대우가 다를 때가 종종 있어 우리의 위상이 높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미국 내에 공식적으로 집계된 한인 인구가 많으면 얘기는 달라진다. 인구조사에서는 커뮤니티에 분배되는 돈이 결정된다. 정부지원금뿐 아니라 한인의 위상을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10분만 투자하면 된다. 이것이야 말로 전 한인 동포를 위하는 길임에도 불구하고 귀찮아서 하지 않는다면 ‘한인’이라고 말할 자격이 없다. 더구나 요즘은 별 할 일도 없으면서 말이다. 이 인구조사는 체류신분과 전혀 상관이 없다. 그래서 불체자도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비밀보장은 법적으로 철저하게 보호되니 신분 노출에 대한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미국 센서스는 1790년부터 10년마다 있었다. 건국의 주역들이 헌법에 못박아 놓았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센서스에서 미국 총인구는 2억8142만1906명이었다. 올해 인구 조사국의 자동 인구시계가 가리키는 추정치는 3억831만명이다. 조사결과를 토대로 선거구를 나누고 각 주를 대표하는 연방 하원 의석 수와 선거인단 수를 재조정한다. 연방정부가 지방에 교부하는 연 4천억 달러 규모의 지원금을 나누는 기준도 된다. 이번 센서스를 위해 전국적으로 120만 명의 인력이 동원되고 140억 달러의 경비가 소요될 것으로 인구조사국은 예상한다. 전 가구에 우편 설문지를 발송해 답변이 오지 않을 경우 조사요원이 가가호호 방문하게 된다. 답변에 불응하면 최고 100달러까지 벌금이 부과되고, 고의로 거짓 답을 쓰면 최고 500달러의 벌금을 내야 한다. 벌금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한인사회의 발전을 위해 스스로 참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에선 오랜 관행으로 ‘피 한 방울 원칙(one drop rule)’이 적용된다. 선조 중에 흑인의 피가 한 방울이라도 섞이면 흑인으로 분류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원칙에 따라 백인 어머니가 키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분류된다. 이번 센서스에 특징적인 것은 히스패닉 계열을 따로 떼어서 묻는다는 것이다. 아마도 미국에서 백인 다음으로 많은 히스패닉을 따로 조사하려는 것 같다. 히스패닉 가운데 대다수는 멕시코, 푸에르토리코, 쿠바인이다. 남미 국가 가운데 브라질 등이 빠진 것도 특이하다. 나머지는 뭉뚱그려 6번에서 묻는데, 물론 1순위인 백인, 세번째 많은 흑인을 먼저 나열한 것은 당연하다. 그 다음의 인디안과 알래스카 원주민은 원래 살았던 사람들에 대한 예우일 것이다. 그 다음에 나오는 것이 아시아 계통이다. 일본-중국-한국 순으로 동아시아 3국 사람이 미국에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순서에 따라 영향력도 크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 같다. 이 많은 인종 중에 우리 한인의 존재를 알릴 때가 왔다.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모두 이번 주말에는 잊지 말고 인구조사 양식을 작성해서 보내야 한다.

한인의 날을 굳이 정하지 않아도 항상 미국 내에서 영향력 있는 민족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온 것이다. 이민 100년의 역사를 또다시 시작해야 하는 지금, 우리 한인들의 머리수가 더 높고 큰 발걸음을 만들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센서스로 인해 콜로라도주에 거주하는 한인 수가 많다는 통계가 나오면, 한국과 덴버의 직항노선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또 운전면허시험을 한글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인 커뮤니티 행사에 대대적인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편집국장 김현주>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