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도 다 갔다. 독자 여러분은 올 한해 자신에게 몇 점의 점수를 줄 수 있을까. 이번 호에 실린 2014년 한인타운 주요뉴스를 정리하다 보니 안타까운 일도 있었지만, 희망찬 미래의 청사진도 함께 볼 수 있어 그리 실망스러운 한해는 아니었다는 평가를 내려본다. 올 한해 콜로라도 한인사회 주요 뉴스 중 단연 이슈는 중간 선거를 거치며 한인사회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과 그동안 한국 문화의 변방에 머물렀던 덴버에서도 한국영화 상영붐이 일었던 점이다.

   우선 지난 11월 중간 선거가 치러지면서 주류사회가 보여주었던 한인사회에 대한 관심은 상당했고 덩달아 한인사회의 위상도 함께 높아졌다는 평가다. 민주당에 비해 공화당이 한인 사회에 들인 공을 생각한다면 압승을 거두었던 공화당의 성과가 다행스럽다. 한표라도 더 얻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닌 공화당 후보들에게도 진심으로 축하의 인사를 전하고 싶지만, 그 뒤에는 한인사회와 주류사회에 열심히 선을 놓아준 콜로라도 공화당 아시아 담당자 오로라 오그씨와 본지 이하린 기자의 역할이 정말 컸다고 단언한다. 오그씨는 한인사회의 행사를 일일이 체크해 공화당 후보들과 한인 유권자들의 만남을 유도했고, 영어에 능숙한 이하린 기자가 이를 뒷받침해 후보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히 한 덕분에 후보들도 한인사회와 언어의 장벽없이 쉽게 다가올 수 있었다. 이 두 사람 덕분에 후보들은 본지를 통한 인터뷰 요청이나 선거 캠페인 행사 참석 등을 공지하며 한인사회의 대한 꾸준한 관심을 표명하고 서로 소통할 수가 있었다. 특히 덴버 포스트지가 제 6연방 하원구역에서  5천여표 정도밖에 되지 않을 한인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의 당락을 결정지을 수도 있다는 기사를 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2010년 ‘포화 속으로’라는 한국 영화를 덴버에서 상영한 후 4년만에 <변호인>이라는 영화가 올해 초 오로라극장에서 상영되었다. <변호인>을 시작으로 덴버에는 한국영화 붐이 일었다. 8월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다룬 <명량>을 필두로, 2주 후에 <군도>가, 바로 이어 <해적>이 잇따라 오로라에서 개봉되면서 한인 교민들은 물론 타인종 관객들까지 끌어들였다. 콜로라도 한인 교민들은 한국의 극장가를 강타한 흥행대작들을 거의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극장에서 즐기는 호사를 누렸다. 당시 오로라 극장 매니저는 한인들이 한꺼번에 이렇게 많이 극장을 찾은 것은 처음 본다며, 한인들의 결집력에 놀라워했다. 이런 한국영화 상영러시는 2015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년 1월 9일에는 파커와 아라파호에 위치한 아라파호 극장에서 <국제시장>이라는 한국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한국영화를 미국 극장에서 편안하게 볼 기회를 꾸준하게 만들고 싶다면 재미가 있든 없든, 한국영화가 들어오면 무조건 보러 가라고 당부하고 싶다.

    포커스가 뽑은 한인타운 주요뉴스 중에는 한인단체들의 활발한 움직임도 포착되었다. 콜로라도주 한인회가 콜로라도 교과서에 일본해와 동해를 동시에 병기하는 것을 의무화하기 위해 동해병기법안 추진위원회를 발족해 활동 중이다. 덴버 광역한인회도 선거 기간 동안 양당 후보자들과 꾸준히 만나 한인사회에 대한 관심을 이끌었고, 최효진 회장은 이와 관련해 덴버 포스트지의 일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또 덴버 광역한인회는 도서관 건립 추진, 각종 문화교실 운영, 교민노래자랑 개최 준비 등 한인 커뮤니티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행사들을 준비해놓고 있다. 무엇보다도 두 한인회가 세월호 참사 기금 마련 행사에 공동으로 참여했다는 것 또한 올해 두 한인회간의 주목할 만한 행보였다. 또 재미한국학교 협의회에서는 한인사회를 벗어나 미국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면서, 미국 학생들에게 한국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도록 의미있는 기회를 마련한 것도 칭찬할 만하다.
    
    올해 한인사회에는 유독 문화행사가 많았다. 주간 포커스 신문사 주최로 5회 청소년 문화축제가 성대하게 열렸다. 특히 청소년 축제는 상금이나 출연자들의 수준이 월등히 향상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 행사가 지닌 사회적인 의미 또한 점차 확대되어 가고 있다. 또 포커스 신문사는 한인사회 최초로 현직 교육감을 초청, 교육세미나를 개최해 한인 부모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도 했으며, 요리계의 스타강사인 스티브 최씨를 초빙해 요리교실을 열어 콜로라도 주부들로부터 대단한 호응을 얻기도 했다. 콜로라도의 대표적인 한인 어린이 합창단인 쥬빌리 앙상블의 정기공연도 멋지게 마무리되었고, 콜로라도 한인 합창단의 연주회도 어김없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외에도 한인 커뮤니티 재단과 옥타(OKTA)가 각각 이끌어가고 있는 차세대를 위한 세미나, 그리고 교회 안에 국한되지 않고 지역사회의 문화생활에 기여하고자 하는 여러 교회들의 다채로운 행사가 1년 내내 지속적이고 풍성하게 열렸다. 이처럼 행사가 많았다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 많았다는 증거이기에 마음이 풍요로웠던 한 해였다고 믿고 싶다. 또 한인 커뮤티니 발전을 위해 아낌없는 노력을 기울인 이들에게도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사기혐의나 불법판매혐의, 매춘혐의로 주류 언론에 대문짝만하게 얼굴이 나오며 같은 한인으로서 얼굴을 화끈거리게 한 사건도 간혹 있었고, 한인간의 쓸데없는 소송전과 논쟁 등도 신문에 더러 거론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한인회간의 통합 문제, 한인회 내부 갈등, 한인 공공재산 공용화 문제, 소송 남발자 및 한인사회에 피해를 입힌 업체들에 대한 고발 등의 문제는 신문에 등장하는 단골 메뉴였다.

    첫 단추를 잘못 꿰면 계속 잘못되게 마련이다. 하지만 잘못 꿴 사실을 알았을 때 얼른 고쳐 입는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을 그만큼 빨리 가질 수 있다. 내년에는 우리 모두 잘못된 단추를 바로 잡는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해 보길 바란다. 독자 여러분은 올 한해 스스로에게 몇 점의 점수를 줄 수 있을까. 반성의 시간을 통해 스스로 잘못 채워진 단추를 찾아 낸다면 가산점도 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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