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암살을 다룬 영화 <인터뷰>를 놓고 후폭풍이 일고 있다.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영화인데, 제목만 놓고 보면 뭔가 멋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코미디영화다. 그러나 김정은 암살이라는 민감한 소재 때문에 북한으로부터 해킹을 당한 소니사는 고심 끝에 테러위협을 이유로 4400만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만든 이 영화 상영을 취소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소니사의 상영 취소를 놓고 대통령까지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영화 상영을 취소한 소니의 결정은 실수라며, “위협만 하면 굴복시킬 수 있다는 나쁜 선례가 우려된다”며 대놓고 지적을 했고, 영화계는 물론 시민단체들로부터도 “소니가 북한의 위협에 굴복한 처사”라는 비난했다. 이에 소니는 다른 방식을 통해 영화 상영을 추진하겠다며 수습에 나섰다.

     결국 <인터뷰>는 구글 플레이, 유튜브, 엑스박스 등 온라인 플랫폼으로 공개된 첫날 하루 종일 실시간 검색 1위를 달렸고, 개봉 일주일 만에 180억 달러의 수익을 거둬들이면서 큰 손해를 볼 뻔했던 소니에게 전화위복의 기회까지 주었다. 못 볼 것 같았던 영화를 보게 되어서인지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그런데 정말 이 영화가 그만큼 볼 가치가 있는 것일까?

     영화 <인터뷰>는 미국 본토를 강타할 수 있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이 시험발사되면서 시작된다. 가십을 방송하는 인터뷰쇼의 진행자가 진짜 뉴스 인터뷰 진행자가 되기 위해 북한의 김정은을 인터뷰 상대로 정하면서 본격적으로 영화가 전개된다. 즉 가십거리 엔터테인먼트 제작자가 쇼의 인기를 위해 인터뷰를 기획한 것이다. 이들은 북한에 도착해 김정은과 속고 속이는 과정을 거치면서 결국 김정은을 암살하는데 성공한다. 애초부터 작품성을 포기한 B급 코미디 영화이지만, 재미도 정말 없다. 그러나 재미와 관계없이, 상영여부를 두고 지난 한주 동안 라디오, TV, 인터넷 등 각종 매체에서는 영화 <인터뷰>가 계속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필자는 불편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노스(North) 코리아이든, 사우스(South) 코리아이든 ‘코리아’라는 단어가 중복되어 나오는 것이 영 개운하지 않았다. 미 전역의 독립영화관 300곳 이상에서 개봉을 했고, 그중 많은 곳에서 매진 사태를 기록했다는 사실을 듣고 더욱 찜찜했다. 북한의 김정은을 넘어서 한민족 전체를 비하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영화 개봉 전만 해도 <인터뷰>는 김정은을 암살하는 설정 정도만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막상 영화가 베일을 벗자, 한국인들에게까지도 황당함과 불쾌감을 안겨주고 있다. “개고기 안 먹는 나라로 가자”,“일본해로 헤엄쳐 탈출한다” 등의 대사도 불편하기 짝이 없다. 특히 일본 자본의 소니 픽처스가 김정은 풍자를 빗대 전체 한국인을 싸잡아 조롱한 것은 물론, ‘일본해’를 강조함으로써 은근슬쩍 우리의 동해 표기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나아가 독도 문제까지 희석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죽지 마십세요?” 등 주연배우의 형편없는 한국어 실력도 단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세계 공공의 적으로 낙인찍힌 북한의 지도자를 혼내준다는 설정은 흥미를 끌었지만, 북한을 혼내는 것은 일본(소니사)이 아니라 대한민국이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내 아이들이 말을 안들을 때 내가 혼내는 건 괜찮아도, 남이 내 아이들을 혼내는 건 기분이 언짢은 것처럼 말이다. <인터뷰>를 보는 내내 재미보다는 불쾌함이 더 컸던 이유는 어찌되었던 우리가 같은 ‘코리안’이기 때문인가 보다. 북한이 비록 위험한 국가로 분류되긴 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엄연한 하나의 국가로 인정되고 있다. 그런 국가의 최고 통치자를 암살하는 소재가 코미디 영화로 제작되었다는 것 자체가 그 국가를 무시하는 행위다. 입장을 바꿔서 북한이나 이슬람 국가, 혹은 미국을 적대시하는 국가에서 미국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내용과 함께 오바마 대통령을 암살하는 코미디 영화를 만들어 배포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런 영화를 바라보는 미국 국민들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차라리 정당성을 가지고 독재자를 응징하고 그의 최후를 다룬 ‘영웅’ 영화라면 관객들은 또다른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민족 전체를 거침없이 비하한 이 영화 <인터뷰>는 필자가 보기에는 불편한 영화임이 분명하다. 특히나 일본의 소니사가 만든 이런 영화에 동조해서 돈까지 벌게 해 줄 필요는 더더욱 없을 듯하다. 북한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와 같은 언어와 민족적 정서를 공유하는 한민족이다. 또 언젠가는 통일이 되어 함께 발전해나갈 동지이기도 하다.

     지금은 우스꽝스러운 코리아가 아닌, 한국의 정서를 표현한 영화들이 미국에 퍼질 수 있도록 해야 할 때다. 지난해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명량>이 공전의 히트를 친 가운데,  현재 한국 영화 박스 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영화 <국제시장>이 반갑게도 덴버 개봉을 앞두고 있다. <국제시장>이 시기적으로나 작품성으로나 허접하기 짝이 없는 영화 <인터뷰>를 꼭 이길 수 있길 바란다. 가장 평범한 아버지의 가장 위대한 이야기로 가슴 뻐근한 동포애를 느껴보는 것도 희망찬 새해를 시작하는 지금 우리 동포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