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구와 어구를 접속조사 '과/와'로 연결하는 경우 자칫하면 앞뒤의 말이 호응하지 않거나 형식이 일치하지 않는 일이 자주 일어나므로 글을 쓸 때 주의해야 한다.

"15년 전 미국으로 건너간 ○○○씨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사이버대학은 나 자신의 잃어버린 정체감과 자아실현을 위한 축복'이라고 말할 정도로 사이버캠퍼스 예찬론자다"라는 문장을 보자. '잃어버린 정체감과 자아실현을 위한 축복' 부분이 어색하다. 이대로라면 '잃어버린 정체감을 위한 축복과 자아실현을 위한 축복'의 뜻이 된다. '자아실현을 위한 축복'은 말이 되지만, '잃어버린 정체감을 위한 축복'은 말이 안 된다. 따라서 '잃어버린 정체감 회복과 자아실현을 위한 축복'으로 고쳐야 한다.

"김 할머니는 '방문 도우미들이 찾아와 힘든 집안일과 말벗이 되어 줘서 요즘은 딸과 며느리를 한꺼번에 얻은 기분이다'라며 마냥 즐거워한다"에서도 방문 도우미들이 '힘든 집안일이 되어 줘서'의 뜻이 되므로 이대로 두어선 뜻이 안 통한다. "김 할머니는 '방문 도우미들이 찾아와 힘든 집안일을 해 주고 말벗이 되어 줘서 요즘은…… 마냥 즐거워한다"로 바꿔 써야 말이 된다.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의 상념에 빠져 그냥 써 내려가기 쉬우므로 다시 읽어 보는 것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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