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살이는 총성 없는 전쟁이다.”라고 누군가 말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싸우며 살아갑니다. 너 죽고 나 살기 식의 끝을 보고자하는 살벌한 전쟁터가 우리네 삶의 현장 곳곳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끝을 보고자하는 치열함이 어찌보면 인생살이에 필요한 부분일 수도 있지만 이것만 있다면 그 인생은 평생 삶의 중압감에 시달리는 인생살이가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현대인들은 이 삶의 중압감에 시달리며 살아갑니다. 오늘날처럼 갈등과 경쟁이 치열한 산업 사회에서는 사회가 구조적으로나 기능적으로 복잡하게 변화함으로 이에 적응해야 하는 현대인들의 대부분은 많은 신체적, 심리적, 환경적 부담감을 느끼고 있으며 이런 부담감을 일명 ‘스트레스’라고 합니다. 이 ‘스트레스’는 우리의 건강을 위협합니다. 그리고 일상의 행복을 빼앗아 갑니다.

이 삶의 중압감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길은 ‘삶 속의 여유’를 즐기는 것입니다. ‘좋은 생각’ 발행인 정용철님은 ‘여유’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여유란, 모자람의 기쁜 인정을 말합니다. 할 수 있지만 하지 않고, 그 남겨둠이 다하는 것보다 즐거울 때 그것을 여유, 만족이라고 합니다.” 계속해서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어느 길도 다 갈 수 없습니다. 갈수록 길은 멀어집니다. 굽이 길을 돌면 또 새 길이 펼쳐지고, 여기다 싶으면 저기가 궁금합니다. 하지만 어떤 이는 길을 다 가지 않고서도 그 끝을 압니다. 길을 남겨 두고도 끝을 보는 것, 부족함을 안고서도 만족하는 것 이것이 바로 여유입니다.”(좋은 생각, 2010년 4월호, ‘여유’중에서) 이 세상은 점점 산업사회로 치달리고 과학이 발달하면서 ‘여유’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더 벌어야하고 더 가져야하고 더 높아져야하고 더 앞서야하는 조급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조금 모자라도, 다른 사람이 가고 있는 길을 추월하지 못했어도, 다른 사람들은 다 가지고 있는데 나만 옛날 것 그대로 가지고 쓰고 있음에 촌스러움을 느껴도 그 촌스러움을 멋으로 여유로 느긋함으로 느끼며 살아감이 행복일 수 있습니다.

또한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입니다. 헤르만 헤세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큰일은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사소한 일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당연시하는 것이야말로 몰락의 시작이다.”라고 말입니다. 사람들이 언제부터인가 평범한 일상을 즐기며 살아가는 삶의 여유와 느긋함을 잃어버리고 더 크고 더 강한 삶의 형태나 위치, 그리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마치 전쟁을 방불케 하는 치열한 삶을 오늘도 살아가고 있습니다. 현재 내가 누리고 있는 평범한 것들, 일상적인 것들에 감사하지 못하고 뭔가 특별하고 자극적이고 감각적인 것만을 찾아 핏대 오른 눈에 불을 켜고 살아가는 사회는 장말이지 삭막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한국 최초의 ‘요리 코디네이터’ ‘푸드 스타일 리스트’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는 ‘조은정’씨는 그가 쓴 책 <행복을 차려주는 여자>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대부분의 주부들은 혼자 먹는 점심은 그야말로 대충 때운다는 것입니다. 찬밥에 버리기 아까운 반찬을 몽땅 넣어서 비벼서 먹거나 라면을 끓여 먹거나 귀찮으면 거르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본인은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는 다는 것이지요. 자기 한 사람을 위해 점심 한 끼 때우는 평범한 일이지만 각종 반찬이 맛깔스럽게 담겨 있고 펄펄 끊는 찌개가 있으며 금방 손님 접대라도 할 듯이 가지런히 놓여 있는 식탁, 혹 라면 하나로 점심을 대신하더라도 상을 차려서 먹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냄비째 상 위에 올려놓지 않고 정갈한 그릇에 담고 맛있는 반찬까지 준비해서 말입니다. 때로는 자신을 위해 초도 켜고 꽃도 컵에 꽃아 놓을 때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그 평범했던 식탁이 자신에게 이렇게 말을 한답니다. “너는 참 괜찮고 멋있는 여자야!”

헷세의 말처럼 큰 일에만 몰입하고 진지해지고, 우리 주변에 수없이 널려 있는 평범하고 사소한 일에 진지함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위선적인 삶이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평범한 일상에 성실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의 소중함을 알고 살아야 합니다. 누구나 평소에는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며 살지 못합니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어떤 일로 인하여, 즉 전쟁이나 질병으로 인하여, 그 평범했던 일상들을 박탈당하고 나면 그 때 우리는 내 주변에 늘 그 모습 그대로 있었던 그 일상들이 얼마나 나를 행복하게 했고 소중한 것들이었는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참 오래전에 보았던 한국 영화 중에 ‘태극기 휘날리며’라는 영화를 보면서 일상의 소중을 지켜나간다는 것이 이렇게 중요하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전쟁의 발발로 너무나 행복했던 두 형제의 일상이 무너지고 두 형제는 포탄이 퍼부어대는 전쟁 군인이 됩니다. 동생은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가족들과 함께 했던 행복한 순간들을 늘 그리워합니다. 그러나 형은 동생과 달리 생사를 넘나드는 전쟁에 몰입할 뿐만 아니라 한편으로는 전쟁이 갖는 죽음의 매력을 즐기기까지 합니다. 그런 형을 향해 정말 안타까운 마음으로 동생이 이렇게 절규합니다. “형, 집에 가야지!” 그리고 영화는 전쟁이 끝나고 폐허가 된 서울 어느 도심을 그리는 화면이 펼쳐집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아이들과 가족들이 웃고 즐거워하는 소리로 화면을 가득 채우며 끝을 맺습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삶의 여유를 즐길 줄 아는 행복, 그 행복을 맛보며 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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