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네스북을 보면 이런 것도 있나 싶을 정도로 재미있는 기록이 많다. 세계에서 가장 긴 골프클럽은 미국의 마이클 퍼가 제작한 드라이버로 샤프트 길이가 무려 625㎝에 달한다. 눈꺼풀에 가장 무거운 물체 매달기, 가슴 위에 벽돌을 얹어놓고 해머로 벽돌 많이 깨기처럼 기네스북에 등재되기 위한 무모하고 위험해 보이는 기록도 있다. 이 밖에 막걸리 500㏄ 숟가락으로 떠먹기, 청양고추 5개 빨리 먹기, 1분간 브래지어 많이 풀기, 수중키스 오래 하기, 얼굴에 피어싱 많이 하기 등 어처구니 없는 기록도 눈에 띈다. 그러나 최연소 출산처럼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기록은 이제 등재하지 않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기네스북 기록 한 가지를 경신했다. 새로 출시된 보급형 스마트폰 ‘갤럭시A’ 시리즈를 이용해 24시간 동안 셀피(자가촬영사진) 1만2803장을 찍어 클라우드 서비스에 업로드했다. 기존 기록보다 3000여 장 앞선다. 6초마다 1장씩 찍어서 올린 셈이다. 스마트폰 성능도 좋아지고, 업로드를 위한 통신 기반도 개선된 덕분일 것이다. 1등 제일주의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특히 스포츠 분야에서 잘 드러난다. 오직 세계 최고만을 목표로 무모한 경쟁을 벌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최고라는 기록보다 가치 있는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을 잘 활용해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매사진력(每事盡力)의 삶이다. 기네스북은 영국 기네스 맥주회사 사장인 휴 비버에 의해 탄생됐다. 그는 1951년 아일랜드 강변에서 새 사냥을 했으나 골든 플로버라는 물새가 너무 빨라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그는 그 새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새라고 생각했으나,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찾을 수 없었다. 이 순간 이런 기록들을 모아 놓은 책을 만들면 장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당시 스포츠 기자로 영국의 신문사에 각종 기록을 제공하는 기록광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던 맥워터 형제에게 책 출간을 의뢰했다. 제목은 기네스 맥주의 이름을 딴 ‘기네스북 오브 레코즈(The Guinness Book of Records)’. 줄여서 기네스북이다. 예상대로 1955년 초판이 발간되자마자 없어서 못 팔 정도로 베스트셀러가 됐다. 발행 50주년을 맞은 2004년에는 1억권 판매를 돌파했다. 성경과 코란, 해리포터 시리즈에 이은 대기록이다.

     주간 포커스 신문사가 400호째를 발행했다. 창간부터 지금까지 무턱대고 시간이 이끄는 데로 달려왔지만 필자 또한 같은 신문사 이름으로 이렇게 오랫동안 발행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매주 일요일 오후만 되면 다음주 신문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집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 주의 신문이 마감되고 나면 다음주 칼럼은 또 무엇에 대해 쓸까 하는 고민은 8년째 계속되고 있다. 고민과 번뇌를 번갈아 하는 동안 필자는 벌써 400번째 칼럼을 쓰고 있다. 둘째 아이를 출산한 주에도 빠지지 않고 칼럼을 썼으니 개인적으로는 지겨울만도 하다. 하지만 이 꾸준함 덕분인지, 포커스 칼럼에 대한 애독자가 적잖이 생겼다. 일간지 못지 않은 기사의 격과 기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만큼은 포커스 신문이 콜로라도 한인사회의 동치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싶다. 기네스북만큼 전 세계적인 호응을 기대하지 못하겠지만, 포커스 신문이 콜로라도 한인사회에서는 기네스북만큼의 인기를 차지하겠다는 것이 필자의 목표다. 신문사에서는 광고도 중요하지만 역시 기사가 우선이다. 올바른 기사야 말로 언론의 생명이다. 사실 필자가 한국일보에서 일을 할 때는 기사의 정확성을 그다지 따지지 않았다. 글을 봐 주는 국장이 따로 있기도 했지만 한인사회의 언론사에 대한 사명감이 깊지 않았다는 것을 시인한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포커스 신문사의 가장 중요한 사명은 ‘정확한 기사’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필자도 모른 척하고 넘어가고 싶었던 일들이 많았다. 한 동네에 살면서 안면 있는 사람들을 신문 지면에 올려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콜로라도 동포들의 뇌리에 박혀있는 “개념없는 언론’라는 이미지를 굳히고 싶지 않아 펜을 들었었다. 많은 사람들이 우물쭈물 ‘Yes’라고 대답하면서 넘어가려 할 때, ‘No’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정한 잣대를 적용해 기사들을 작성했었다.하지만 부작용도 많았다. 얼마 전 한 업체의 부정에 대한 기사가 작성된 뒤 당사자는 포커스를 고소하겠다면서 주변 사람을 중심으로 으름장을 놓았는가 하면, 정확한 기사임에도 불구하고 괜히 신문사를 괴롭히기 위해 소송을 들먹여가며 “잘 알지도 못하면서 기사를 썼다, 기사가 잘못됐다, 가만 두지 않겠다” 는 등의 허풍이 신문사까지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그 뒤 당사자를 잠깐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때까지도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신문에 사용된 단어 하나를 가지고 꼬투리를 잡고 있었다. 차라리 잘못된 점을 과감히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으로 사과문을 발표하고 새로운 출발을 기약하는 모습을 보이는 편이 나을 뻔했다. 확실한 근거를 바탕으로 작성된 기사 앞에서 큰 소리 치는 것은 스스로 부끄러워 자신을 포장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 포커스 신문사는 앞으로도 ‘정확한 기사, 다양한 콜로라도 뉴스’를 약속하고자 한다. 그래서 콜로라도 한인사회에서 가장 신뢰도 높은 신문, 가장 전문적인 신문으로 자리매김하여, 미래 한인 사회만의 기네스북에 등재되길 희망한다. 콜로라도 한인사회에서 새로운 신문의 역사를 쓰겠다는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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