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작 디네센의 작품 가운데 ‘바베트의 만찬’이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영화와 연극으로도 만들어져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18세기 덴마크의 작은 해안 마을에서 일어났던 일을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폭풍이 심하게 몰아치는 날 바베트라는 초라한 행색의 여인이 이 마을을 찾아오게 됩니다. 그녀는 프랑스 혁명 중에 가족을 잃고 쫓겨 다니는 중이었습니다. 그러나 자매들 가정 역시 한 사람을 거두어 줄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하녀로 시키는 데로 일을 할 것이니 머물게만 해달라는 그의 간청을 거절할 수는 없었습니다. 두 자매는 그를 같이 살게 하고는 가족처럼 사랑을 베풀었습니다. 두 자매는 그 마을 교회 목사의 딸들이었습니다. 작은 해안가 교회이지만 마을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딸들은 결혼도 마다한 채 아버지를 도와 열심히 섬김 사역을 했습니다. 그런데 목사인 아버지가 그만 일찍 죽고 말았습니다. 더 이상 목사를 초청할 수도 없는 이 마을 교회는 점점 어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교인들간에 다툼이 자주 일어났습니다. 서로를 불신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민들 사이에도 서로 미움이 생겨났습니다. 거리에서 만나도 원수처럼 인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바베트는 마을의 그런 아픔을 보면서 12년 동안 그곳에서 살게 됩니다. 그 마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소망은 복권에 당첨되는 것이었습니다. 그 동안 아무도 당첨된 적이 없었던 그 마을에서 복권 당첨자가 나왔습니다. 바로 12년 전 이곳에서 와서 하녀 생활을 하고 있는 바베트였습니다. 당첨 금액이 1만 프랑이었습니다. 당시 시골 사람들은 평생 만져볼 수도 없는 큰 돈이었습니다. 그들은 바베트가 곧 마을을 떠날 것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큰 돈을 가지고 그 시골 마을에 더 이상 머무를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바베트는 떠나기 전에 마을 사람들을 한 번 대접하겠다고 초청장을 모든 사람에게 보냈습니다. ‘국수 한 그릇 얻어 먹겠지’라는 생각으로 마을 주민들이 만찬이 있는 날 두 자매의 집으로 몰려들었습니다. 하지만 거북이 수프를 시작으로 캐비아 알, 최고급 가재 요리 등 프랑스 파리에서나 볼 수 있는 최고급 요리가 즐비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평생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음식들이었습니다. 바베트는 파리에서 최고급 식당의 요리사였습니다. 그는 그가 받은 1만 프랑의 당첨금으로 재료를 사서 이 만찬을 준비했던 것입니다. 12년 동안 자기를 돌보아 준 두 자매의 사랑에 응답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은 음식에만 놀란 것이 아닙니다. 바베트의 따뜻한 마음과 조건 없는 사랑에 놀랬습니다. 바베트는 당첨금을 다 썼기 때문에 마을을 떠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마을에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바베트의 조건 없는 사랑이 그들의 마음을 눈 녹듯이 녹였기 때문입니다. 결국 사람을 변화시키고 움직이는 것은 사랑입니다. 사람들은 나름대로 상대방에게 기대하는 사랑이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 주고 받는 사랑입니다. 내가 사랑을 해주는 것만큼 상대방도 그 만한 사랑을 전달해 옵니다. 사람들은 이런 기대 이상의 사랑에 감동합니다. 봉사를 해도 기대 이상으로 헌신적으로 합니다. 그때 사람 마음을 움직이게 되는 것입니다. 관계에 변화가 일어납니다. 그 사람을 전폭적으로 믿고 신뢰하게 됩니다. 사랑은 전염이 됩니다. 나도 그런 사랑의 사람으로 변화되어 가는 것입니다.

    한 아이가 뇌성마비로 태어났습니다. 어머니는 이 아이가 장애를 극복할 수 있도록 끝없는 사랑을 쏟아 부었습니다. 아이를 일반인들이 다니는 학교로 진학을 시켰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나이가 조금씩 들면서 비관적으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놀림과 따돌림을 당했기 때문입니다. 매일 아침, 학교에 가지 않으려고 울어댔습니다. 그때마다 어머니는 아이를 감싸 앉아 속삭여 주었습니다. “너는 불행하지 않단다. 엄마는 너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사랑하지 않는 것이 없단다. 엄마가 널 사랑하는 것 알지?” 아이는 엄마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아이는 엄마의 응원과 끊임없는 돌봄 속에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되지 않고서는 그 큰 사랑을 갚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던 것입니다.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이 아이를 바꾸어 놓은 것입니다.‘마음에 남는 아름다운 사랑’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사랑할 적에 누구나 벙어리가 된다고 합니다. 그 사람 이야기만 들어도 너무 좋아서 말할 틈이 없기 때문입니다.” 현대인들은 사랑에 목말라 있습니다. 진정한 사랑을 맛보지를 못하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잘 믿지를 않습니다. 사랑할 적에 장님이 되어야 합니다. 그 사람 외에는 누구도 눈에 들어 오지 않는 것처럼 사랑해야 합니다. 사랑을 베풀 때는 그 사람 목소리만 들어야 합니다. 그런 사랑을 받게 되면 마음이 뜨거워집니다. 어느 회사에 성격이 괴팍하고 신경질적인 사람이 있었습니다. 자기 스스로 생각해도 자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 자기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그의 친구는 “당신의 불 같은 성격도 좋아. 나는 자네 그대로가 좋다네.”라고 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 친구와 가깝게 지내는 동안 화도 안 내고 신경질도 부리지 않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가 변화되는 놀라운 기적이 일어난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입니다. 그런 사랑이 밑받침 될 때 우리 서로는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될 수 있습니다. 바베트의 만찬이 우리의 식탁에서도 차려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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