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찾아왔어야 하는 여름이 아직까지 오지 않고, 이상 기온으로 인해 계속해서 비만 주룩주룩 내려서인지 아침 저녁에는 아직 춥다. 그렇다 보니 식사때가 되면 뜨끈뜨끈한 찌게류나 혹은 따뜻한 밥과 함께 먹을 수 있는 한식이 자주 생각이 난다. 또 이번주만 지나면 콜로라도의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릴테니 시원한 냉면이나 콩국수도 인기 메뉴가 될 법하다. 사실 요즘 한식메뉴는 한국사람들뿐만 아니라 미국인들에게도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다. 때문에 한식당에 대한 칭찬과 불만이 자주 엇갈리곤 한다. 최근 주간 포커스 신문사의 웹사이트에 들어가보면 ‘질 떨어지는 고기를 사용해서 냄새가 난다, 빵이 너무 비싸다. 현미 떡에 현미가 없다’ 등의 불만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문제는 댓글을 다는 사람들의 의견도 본글과 크게 다르지 않아 무작정 해당업체를 비난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이런 즈음 지난주 금요일 오후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A식당의 전골에서 칼날 같은 물체가 나왔다는 제보였다. 전화를 걸어온 독자의 목소리에는 짜증이 한껏 묻어있었다. 어떤 물건의 한 부분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물증도 가지고 있다며 사진까지 찍어 보내겠다고 말했다.

    두어달 전 B식당의 국물이 있는 면 음식에서 밴디지가 나왔다는 제보를 받은 적이 있다. 이 일이 사실이라면 정말 불결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생각만해도 속이 울렁거린다. 이 제보자는 다른 식당의 음식 가격에도 불만을 표출했다. 고기 무제한이래서 먹으러 갔는데, 맛도 없고 한접시당 양도 적어 돈 내는 것이 억울했다며 한참동안 하소연을 했다. 그리고 과장 광고를 내어 준 신문사 탓을 하기도 했다. 또다른 제보자는 C식당에 대해 반찬은 많지만 메인 메뉴에 조미료만 가득 들어가는 것을 보고 건강을 아랑곳하지 않는 C식당에 대해 차라미 미원을 따로 사먹는게 낫겠다며 여러번 불만을 터트린 적이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숟가락과 컵이 더럽다는 제보를 했다. 고춧가루나 음식찌꺼기, 혹은 립스틱 자국이 남아있다며 말이다. 그리고 D식당은 웨이터가 음식에 손가락을 담그고, 물컵의 입이 닿는 부분을 잡아서 건냈다며 지적을 받았다.

    이러한 제보가 접수될 때마다 이 좁은 동네에서 다같이 장사하고 있으니까 묻어두고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지금까지 독자의 목소리를 자주 묵과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불만의 소리가 커지면서 그래도 한번쯤은 짚고 가야 할 일이기에 오늘의 화두로 꺼내기로 한 것이다. 물론 모든 식당들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위의 몇 가지의 제보는 최근 두어 달 사이에 모두 들어온 얘기다. 맛있게 밥 먹으러 식당에 갔는데, 10여분이 지나도 물 한잔 가져다 주지 않거나 늦게 나온 음식에서는 이물질이 발견된다면 아무리 성인군자라고 할지라도 불쾌감을 감출 수 없을 것 같다. 콜로라도 경제가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한인 타운을 둘러보면 경기호황이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특히 식당의 경우는 호경제의 체감온도가 그리 높지 않다. 고기나 채소와 같은 식재료 가격이 하늘을 찌르고 있지만 음식 가격은 그에 상응해서 올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수입이 크게 오르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다. 하지만 가격을 올려야 한다면 올려라. 대신 서비스와 음식의 질에 더욱 신경을 쓰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요즘 한국에서는 ‘식샤를 합시다’라는 드라마가 히트를 치고 있다. 이 드라마는 한국 최초의 먹방 드라마인데, 주인공들의 음식 라이프를 중심으로 소소한 일상을 다루고 있다. 이 드라마의 인기비결은 다양한 음식들과 이를 먹는 사람들이다. 주인공들이 음식을 먹을 때는 아주 즐겁고 경쾌한 클래식 음악이 깔린다. 근사한 정식 코스의 음식 뿐만 아니라 순대 한접시를 먹더라도, 길거리 떡볶이, 국수 한 그릇, 설렁탕 한 그릇을 먹더라도 음식의 재료와 맛에 감탄하면서 먹는 주인공들의 연기를 보고 있자면 입안에 침이 고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보고 있자면 밤 11시에도 당장 김치찌게를 끓여서 먹고 싶을 정도다. 드라마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식사는 즐거운 것이다. 일반 ‘식사’가 아니고 ‘식샤’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식사의 발음이 샌, 일종의 인터넷 언어이지만 ‘식사’보다 더 맛있고 재미있는 어감이 들어가 있다. 곧 인생의 즐거움은 먹는 것에 있다는 뜻이 아닐까.

    사실 오늘 칼럼을 쓰면서 괜히 잘하고 있는 곳까지 불똥이 튈까 염려스러운 부분도 있다. 그래서 해당 식당의 이름을 밝히는 것이 오히려 오해의 소지를 없앨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오늘까지는 더불어 잘 살자는 취지로 각자의 자리에서 반성하고, 한번쯤 뒤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에 만족하려고 한다. 그래서 식당은 식당대로, 고객은 고객의 입장에서 서로의 역할에 충실한다면 우리도 매일매일 맛있는 ‘식샤’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식당 뿐 아니라 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지이다. 한인 경제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더위까지 겹치면 우리의 불쾌지수는 최고조에 달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업체들은 자신들의 임무에 충실하고, 고객도 실수 현장을 발견하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해 줄 수 있는 아량을 가졌으면 한다. 그러면 ‘서로를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는 믿음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또, 어려울 때일수록 식사도 한인이 경영하는 식당에서, 장도 한인 마켓에서, 드라이 클리닝도 한인이 경영하는 세탁소에서, 부동산 거래도 한인 리얼터에게 의뢰하는 등 서로 상부상조하는 분위기가 정착될 수 있도록 솔선수범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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