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영어공교육은 근래에 들어 읽기중심의 영역별 통합교육으로 실시되고 있다. 그렇게 된 가장 큰 동기는 근래에 토익과 토플 평가에서 문법 문항이 폐지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렇지만 실제 많은 교육자들의 주장과 교육의 내용을 보면 무늬만 읽기중심이지 아직도 문법중심적 사고방식과 교육 내용은 그대로 있다. 또한 문법중심의 영역별 통합교육과 읽기중심의 영역별 통합교육의 내용은 사실상 다른 것이 없다. 즉, 문법중심으로 읽기와 듣기 및 쓰기 영역을 통합교육 하는 것이나 읽기중심으로 문법과 듣기 및 쓰기 영역을 통합교육 하는 것이나 근본적으로 똑같다.
이것은 비빔밥을 나물 중심으로 비비는 것이나 고추장 중심으로 비비는 것이 다를 바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식으로 한다면 향후 세대의 한국 영어공교육은 ‘듣기중심 영역별 통합교육’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계속해서 포장만 바뀔 뿐, 엎어치나 둘러치나 똑같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한국 영어공교육의 원조인 ‘문법중심 영역별 통합교육’을 현재 실시되고 있는 ‘읽기중심의 영역별 통합교육’ 및 향후에 순서에 따라 실시될 것으로 보이는 ‘듣기중심 영역별 통합교육’ 등을 총칭하는 대표적 표현으로 사용하고자 한다. 

     결론적으로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영어교육 역사 이래 가장 오랫동안 시행되어 온 문법중심 영역별 통합교육은 한 마디로 천동설적 영어교육 방법이다.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문법중심 영역별 통합교육은 모든 영역에 문법을 기본으로 적용한다. 문법과 영어는 불가분의 관계로 규정한다. 또한 문법중심 영역별 통합교육은 각 영역을 별개의 교육 영역으로 간주한다.
태초 이래 한국적 환경에서 문법중심 영역별 통합교육으로 영어는 습득된 적이 없었고, 습득될 수도 없다. 절대다수의 오류에 의한 맹신적 착각만 있었던 것이다. 처음부터 문법은 영어에 서식하는 악성 바이러스였을 뿐이다. 옛적부터 문법이 영어습득에 도움이 되었던 적이 없었다. 문법은 아주 해로운 환각제이며 위약이다. 파고들면 들수록 신기루가 보이고 마음이 안정되는 경이로운 효과가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영어습득에는 백해무익하다. 문법에 깊숙히 빠지면 백약이 무효하다. 그 이유가 있다. 이유는 나중에 설명하기로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영어교육의 불행은 전적으로 문법중심 영역별 통합교육 프로그램 때문이다. 영어문법은 한국말로 배우나 영어로 배우나 해롭기는 마찬가지다. 따라서  한국의 영어교육뿐만 아니라 문법중심의 영어교육을 제공하는 전형적인 미국 대학의 ESL 프로그램들도 한국인에게는 대단히 어려운 것들이다.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온 학생들이 조금이나마 영어를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ESL 프로그램 덕분의 영어라고 보기 어렵다. 미국이라는 사회 환경에서 즐기며 생존하는 수단으로 익힌 영어일 뿐이다.  

      문법중심 영역별 통합교육이 실패했다고 하여 근래에 들어 읽기중심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문법의 비중을 대폭 줄이고 나머지 읽기, 쓰기 그리고 어휘 및 듣기 영역의 순차적으로 변화해온 파생적 영어교육도 실패라고 생각한다.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문법에 능숙하고, 어휘와 독해력이 뛰어나고, 쓰기와 듣기능력이 뛰어나도 습득되지 않은 영어가 문법을 약하게 하고, 문법을 기본적인 바탕으로 하는 어휘와 독해력 및 쓰기와 듣기를 능숙하게 한다고 습득될 것으로 믿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이다.
이래도 저래도 유창한 영어 말하기에 실패하자 과감하게 원어민을 총동원하여 ‘말하기’를 직접 공략하는 정공법을 택한 지도 꽤 오래 되었다. 결과는 (처음부터 그럴 수밖에 없었듯이) 이미 분명해졌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좀 더 두고 보면서 (불보듯 명확한 실패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수 십년 동안 초-중-고-대학까지 원어민 외국어 수업을 해오고 있다. 감히 단언하건데 모두 실패했다. 분명히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단언하는 것이다.
원어민 선생님이 넘치는 환경의 미국인들은 아예 영어밖에 못하는 국민으로 정평이 나있다. 수 년 동안 이와 같은 원어민 교육으로 많은 학습자들이 수 십여 마디의 인사와 자기 소개말 정도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해서 성공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원어민 교육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한국에서는 새롭고, 창의적이며, 충격적인 방법일 수도 있지만, 이미 영어권 국가에 직접 나와서 1년씩, 그리고 수 년씩 원어민들과 말하기에 부딪혔다가 실패를 체험한 한국인들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영어권 현지에서 온몸으로 부딪혀서 실패한 영어습득을 간간히 원어민 수업을 듣고, 영어강의를 듣고, 몇 십 분씩 전화 통화나 하고, 화상 채팅을 한다고 될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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