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 한다. 무슨 일이든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 사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일의 성패가 갈리기 때문이다. 21세기 최강국으로 자리잡은 중국은 몇일전 중국 주도의 국제 금융기구인 AIIB를 출범시켰다. 창립 회원국만 57개국에 달하는 것을 보면 사실상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경제가 중국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런 거대한 그림을 그린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어떤 사람을 등용했을까. 시진핑 주석은 중국몽을 외친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다시한번 이루자는데 그 뜻이 있다. 그런 그의 용인술은 크게 세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옛날 자신과 함께 일했던 동료를 등용했다. 시진핑은 당서기로 근무하면서 중앙무대 진출을 준비했던 ‘저장’이라는 곳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을 집권 초기 대거 천거했다. 그는 2002년부터 5년간 저장에서 경제와 사회, 문화, 법치, 개혁, 당 건설 등 치국을 위한 각종 정책을 설계하고 또 시험했었다. 그 때 함께 했던 대표적 인물이 중사오쥔이다. 올해 46세인 그는 현재 대교(大校) 계급장을 달고 중앙군사위 판공청 부주임이란 요직에 올라 있다. 두번째는 동거동락했던 옛 부하들을 곁에 두었다. 시진핑이 저장 전에 푸첸 등지를 떠돌 때 함께 했던 사람들이다. 대표적 인물은 차이치 중앙국가 안전위원회 판공실 부주임과 황쿤밍 중앙선전부 부부장이다. 차이치는 황쿤밍과 대학교 선후배 간이고, 황
쿤밍은 시진핑의 부하였다. 세번째는 같은 대학 출신들이다. 이는 ‘신청화계(新淸華系)’로도 불리는데. 시진핑과 같은 칭화대학 출신을 말한다. 신청화계의 핵심 인물은 시진핑의 화공학과 동창인 천시다. 둘은 학창 시절 위아래 침대를 쓴 사이로, 천시는 시진핑의 출세와 더불어 칭화대 당서기에서 교육부 부부장, 랴오닝성 부서기 등으로 승승장구했다. 현재는 중앙조직부 상무 부부장으로 시진핑의 인사를 주도하고 있다. 이처럼 시진핑 인사의 특징을 살펴보면 한마디로 ‘철저하게 아는 사람을 쓴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도 별반 다를바 없었다. 어려운 시절 함께 동고동락했던 사람들을 대거 옆에 두었다. 친박계의 맏형인 새누리당 서청원 대표위원을 비롯해, 대선때부터 박 대통령을 도왔던 이병기 비서실장, 방송통신위원장, 국토부, 해수부, 통일부 등 곳곳의 요직에 아는 사람을 심었다. 생각해보면 인재를 등용할 때 잘 아는 사람을 옆에 두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그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잘 아는 사람을 적재적소에 등용한다는 것은 일의 효율성으로 따지면 유리한 점이 많다. 문제는 하나, 자기들끼리 짜고치는 고스톱판이 될까 하는 것일 뿐.

    올해 콜로라도에 있는 한인회들은 새로 회장을 선출해야 한다. 콜로라도 스프링스는 자체적으로 한개의 한인
회가 운영되고 있지만, 덴버지역의 한인회는 그렇지 못하다. 최근 10여년동안 덴버지역의 한인회는 회장선출을 위해 선거다운 선거를 치루지 못했다. 한인회장이라는 직함에 매력을 잃은지 오래된 탓에 선뜻 나서는 회장 후보도 없었고, 기존의 한인회 주변인들의 알력으로 인해 그들 주위의 잘 아는 사람을 회장으로 지목하는 일명 ‘한인회장 지명제’가 대세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한인회는 관계자 몇몇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름을 연명해왔다. 중책을 잘 아는 사람에게 맡기는 용인술은 시진핑도 그랬고, 박대통령도 그랬고, 어느 지역에서나 그럴 수 있는 일이다. 주변의 능력있는 사람을 활용한다면 그만큼 좋은 일도 없다. 콜로라도의 한인회들도 잘 아는 사람들끼리 한인회를 구성해왔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별 나무랄 일은 아니다. 문제는 자기들끼리의 ‘작당(作黨)’한 시간이 너무 길었다는데 있다. 더구나 잘하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결국 두 한인회는 관계자들끼리의 감정싸움으로 버티는 반쪽짜리 한인회가 되어있다. 새 회장을 선출해야하는 지금, 이제 한인회들은 자기들만이 한인회를 만들 수 있다는 오만, 자기들이 한인회장을 골라야한다는 집착을 버려야 한다. 그 오만은 한인회관을 날렸고, 그 집착은 한인사회로부터 신임을 잃었다. 다시한번 한인회의 부활을 위해서 현 한인회와 그 주변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오만과 집착부터 버려야 한다. 당신이어서 이것밖에 안된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다행히 2년전부터 한인회에도 세대교체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원로들의 입김을 무시할 정도는 못된다. 애초 그들의 감정싸움으로 분리된 한인회이기에, 그들의 입장차이가 그대로인데 어떻게 통합이 가능할 수 있겠는가. 단언컨데 올해도 통합의 가능성은 없다. 하나로 만드는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명칭에 있었다. 콜로라도주 한인회는 ‘콜로라도주 한인회’의 명칭에 정통성을 주장하고, 덴버광역한인회는 공정하게 다른 이름을 사용하자고 제안했었다. 50년 한인회 역사에 한인회가 두개로 나뉘어져 있었던 적이 또 있었는데, 결국은 콜로라도주 한인회로 흡수하는 형태로 마무리가 되었고 콜로라도주 한인회의 이름은 지금까지 유지되어 왔다. 어쨌든 한인회 통합 얘기는 결국 올해도 실현되지 않는 잡담으로 남게 되었다. 당장 통합이 안되어도 괜찮다. 서로 맞지 않는 통합 조건에 매달려서 시간낭비 말고, 각자의 방식으로 한인회를 열심히 꾸려나가다 보면 또다른 길이 반드시 보일 것이다. 지금까지 한인회의 인사는 그 나물에 그 밥 격으로 운영되어 왔다. 하지만 잘만한다면 똑같은 나물에 똑같은 밥이라도 어떻겠는가.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진취적으로, 열정적으로 한인회를 꾸려나가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시진핑의 인사정책이 별 잡음없이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잘 아는 사람들끼리 뭉쳤지만 그들은 지극히 낮은 자세로 처신했다는 것에 있다. 우리 콜로라도의 한인회들도 자신을 낮추고 동포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진정한 한인회장과 집행부가 탄생하길 바란다. 혹여 불가피하게 연임을 해야한다면, ‘후보가 없어서 어쩔수 없이 하는 회장’이 아니라 ‘한번더 열심히 하고 싶은 회장’으로 시작하길 당부하고 싶다. 다시한번 콜로라도 한인회들의 부활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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