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서는 둘째 공주와 집권당의 대표가 대대적인 질타를 받고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이보다 더한 망신은 없다는 것이 이유다. 우선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씨의 방미 행동에 대한 불만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는 미국 방문기간동안 한국전 참전용사에게 큰 절을 하는가 하면, 중국보다 미국이 더 중요하고 신개발되는 전투기를 얼마든지 사겠다며 큰 소리를 치기도 했다. 그의 ‘큰절 외교’로 인해 한국의 여론은 한국의 독립 운동가 혹은 6.25 희생자 앞에서도 큰 절을 했는지에 반문하고 있다. 그들의 희생에 제대로 된 보상도 못하고 있는게 한국의 현실이 아니었던가. 또, 개인 간의 예의와 국가 간의 예의는 분명 구분되어야 한다. 국가 간의 예의란 최소한의 국가 자존감을 유지하는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김 대표의 큰절 외교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김 대표의 미국 우대의 발언은 EU와 중국측에게 달가울 리 없다. 이에 김 대표는 좌중을 향해 호기롭게 “한국의 전통 관습”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병자호란 때 인조가 청 임금에게 세 번 절한 ‘삼전도의 예의’에 비하면 많이 간소화됐다. 하지만 김 대표는 국민의 질타에도 불구하고 내년에도 또 큰절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김 대표는 반값 등록금 공약 이행을 요구하는 청년들에게 “소란을 떠는 건 기본 예의가 아니다”라고 훈계한 바 있다. 미국인에게만 따뜻한 사람이라면 한국내 여론은 차가울 수 밖에 없다.

    김 대표에 이어 한국의 둘째 공주님은 더 큰 일을 냈다. 이번 사태는 최근 일본 아베 정부의 역사 왜곡 움직임이 노골적으로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번번이 눈 뜨고 당하고 있던 한국이 오히려 일본의 망언을 거들어주는 발언을 한 셈이라,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다. 게다가 그런 발언 논란을 일으킨 당사자가 현직 대통령의 친동생이니 그 파장은 어마어마하다. 지난주 일본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씨는 김포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이 일본에 위안부 문제등 과거사에 대한 사과와 반성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 며 거세게 비난했다. 박씨는 “위안부 과거사에 자꾸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 (한국은) 여러 번 사과를 받아들였다”며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총리보다 훨씬 중요한 천황폐하가 머리를 숙여 사과했는데 왜 총리가 바뀔 때마다 사과하라고 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또 박씨는 일본 포털사이트 <니코니코>와의 대담에서 한국이 일본인의 신사 참배에 개입하는 것은 “나쁜 조상이면 묘소에 찾아가지 않을 것이냐, 그것은 폐륜이며 내정간섭”이며, “한일협정을 맺을 때 일본의 사과를 한국 정부가 받아들이면서 큰 제철소도 우리나라에 건설되었고 모든 우리나라 고도성장의 모태가 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일왕의 과거사 언급은 박씨가 말하는 ‘머리숙여 사과’와는 거리가 멀다. 일왕의 과거사 발언은 외교적 교섭사항으로 보지 않을 뿐 아니라, 외교적 관점에서 유감(regret) 표명과 사과(sorry) 혹은 사죄(apologize)는 다르기 때문이다. 유감 표명은 어떤 일에 대한 애석함이나 실망을 느낀다는 의사표현으로 잘못을 인정하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더구나 이후 일본 정부측의 갖은 망언과 역사 왜곡, 영토 도발로 30년전 일왕의 과거사 언급은 그 의미가 퇴색된지 오래다. 또, 한국과 중국에서 문제삼는 야스쿠니 신사는 태평양전쟁과 중일전쟁의 원흉이라고 할수 있는 A급 전범들의 위패가 있다. 현재의 총리나 정치가들이 이 A급 전범들의 위패에 절을 한다는 것은 외교적으로 보나 뭘로 보나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그리고, 신사 참배를 국가적으로 행한다는게 문제이지, 그들의 후손이 집에서 제사 지내는 것을 뭐라고 하는게 아니지 않는가. 천황이 4번 공식적으로 사과했다는 사실도 근거 없고, 36년간의 민족 고통을 묻어 버리자는 것은 한민족이라면 어느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발언이다. 또, 일본이 우리 경제 발전의 은인처럼 말하는 분위기는 친일을 넘어서 매국노로 평할 정도의 생각이다. 박씨의 망언은 2차 대전의 전범인 독일이 현재까지도 사죄를 하고 있는 진정한 이유를 몰라서 하는 말이 분명하다.   

    아버지가 전직 대통령이고, 언니가 현직 대통령인 그녀의 입장에서 내뱉을 말이 결코 아니었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일본의 제국주의 부활에 목을 맨 극우주의자 아베 총리가 군사대국화를 꿈꾸며, 자위대 해외 출병을 통해 전쟁을 할 수 있는 안보법 처리를 강행하고 있으며, 방위백서는 물론 중학교 교과서까지 우리 고유의 땅인 독도를 일본 영토임을 기정사실화 하는데다,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한 고노담화를 부정하고, 다음달 가질 종전 70주년 담화에서는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과를 포함하지 않을 것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는 엄중한 상황이 아니던가. 특히 2015년 올해는 1895년 10월8일 일본 폭도들이 경복궁으로 난입하여 명성황후를 일본도로 참혹하게 난자하고 불태워 살해한 을미사변 120주기가 되는 을미년이다. 왜놈에 의해 일국의 왕비가 궁궐에서 시해당한 치욕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는 이 때 다른 사람도 아닌 대통령의 여동생, 아니 전 대통령의 딸이 천황폐하를 운운하며 쏟아놓은 친일 망언은 애국 선열은 물론 8천만 민족이 충격속으로 빠져들기에 충분했다. 대한민국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사사로운 피붙이라 여겨서 이 사건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아베를 웃게 만든 죄, 그 누구보다도 강하고 호된 질책이 있어야 한다. 뼈속 깊이 우리 민족 앞에 석고대죄를 촉구한다. 높은 사회적 신분과 명예(Noblesse)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Oblige)를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어찌 서양만의 덕목이랴. 집권당 대표와 대통령의 딸이라면 민족정신에 걸맞는 올바른 도덕적 기준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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