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서는 불륜이 화두다. 하지만 이런 화두가 어찌 한국에서만일까. 성인 남녀가 사는 곳이라면 세계 어디에서도 이는 화제거리가 된다. 그래서인지 혼외정사, 원조교제, 모텔 등 성(性)을 전면에 내세운 스타트업 사업들이 세계 곳곳에서 성업을 이루고 있다. 최근 한국의 유명 일간지는 “기혼자 닷컴으로 불리는 불륜 조장 웹사이트인 애슐리 매디슨은 현재 기혼남녀들이 가장 많이 접속을 하고 있는 사이트 중의 하나”라고 보도한바 있다. 애슐리 매디슨은 지난해 한국에 상륙했고, 올해 4월 서비스를 재개했다. 애슐리 매디슨이라는 웹사이트는 기혼자를 회원으로 받는 이성교제 사이트로 ‘바람’(불륜)을 전면에 내걸고 있다.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입술에 검지를 댄 사진과 함께 ‘인생은 짧습니다. 바람을 피우세요’(Life is short. Have an affair)라는 슬로건이 걸려 있다. 비밀스럽게 운영할 것 같은데도 애슐리 매디슨의 행보는 놀라울 정도로 공개적이다.

    세계각국의 아줌마 아저씨들의 인기에 힘입은 애슐리 메디슨은 최근 공개적으로 기자간담회를 여는가 하면 증권시장에서 기업공개까지 추진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 소재 애비드 라이프 미디어(ALM)는 2001년에 애슐리 매디슨을 개설한 뒤 전 세계 46개국으로 서비스 지역을 넓혔다. 가입자도 3700여만명에 이른다. 외신들이 잠정 추정한 이 기업 가치는 10억달러에 이른다. 이외에도 세계 각지에 혼외관계를 부추기는 서비스가 성업 중이다. 프랑스의 이성교제 웹사이트 ‘글리든’은 ‘여성이 만든 첫 혼외 데이트 사이트’라는 점을 내세우며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등 10개 국어로 서비스하고 있다. 최근에는 ‘태연하게 굴면서 바람을 피워라’(Keep calm and cheat on)라는 슬로건으로 버스 정류장 등에서 옥외 광고를 해 논란을 불렀다. 러시아 개발자가 만든 일부다처제 앱 ‘마이 디아스포라’는 가입시 여성회원에게 ‘두번째 부인’이 될 의사가 있는지를 확인한다. 한국에서는 최근 모텔 소개 앱 광고가 경쟁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온라인과 버스 등에서 가끔 모습을 드러내던 모텔 앱 광고는 최근 TV 케이블 방송 광고로 발을 넓혔다. 모텔 앱은 인근 지역의 모텔을 소개하고 숙박 및 시간제이용을 할 경우 회원에게 적립금을 주거나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앱이다. 이런 앱의 광고는 성적인 은유로 가득하다. 이 같은 모텔 앱 광고의 범람은 ‘모텔 간다’는 말이 남녀의 성관계를 암시하는 단어로 쓰이기 때문에 이를 거론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던 종전의 사회 분위기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들이다.

    그러나 성을 전면에 내세운 사업들은 사회적 지탄 속에서도 나름의 논리를 역설한다. 애슐리 매디슨을 만든 노엘 비더만 ALM 회장은 여성도 남성처럼 손쉽게 혼외관계에 나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웹사이트를 개설했다고 주장했다. 비더만 회장은 회사이름에 흔한 여성 이름인 ‘애슐리’와 ‘매디슨’을 합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우리는 사람들이 일부일처제에 대해 다르게 생각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유사 웹사이트 ‘글리든’의 대변인은 “우리가 불륜을 창조해 낸 것은 아니다. 우리가 있든 없든 불륜은 늘 존재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멋진 차 광고를 봤다고 해서 꼭 차를 사야 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결정은 당신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동방예의지국인 우리 사회 분위기와는 맞지 않는다. 물론 나라마다 결혼제도가 달라 애인의 모양새도 제각각이겠지만, 일부일처제를 인정하는 국가에 살고 있는 한 이 제도를 지켜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그런데 이 사이트들은 생명의 창조와 가정에 대한 책임이라는 성(性)의 건강성을 해치면서 사회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성욕 해소가 아니라 성적 호기심을 양산하고, 이 호기심을 돈으로 환전하는 상업행위를 일삼고 있다.

   그렇다면 진정 이 사이트들 때문에 타락의 전성시대가 열린 것일까. 그건 아니다. 지난해 한국의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기혼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애인이 있다”고 답한 사람이 40%가 넘었다.  기혼 절반이 애인이 있거나, 존재했었다는 결론이다. 알다시피 이러한 불륜사이트가 아니어도 ‘바람’의 여지는 계속 존재해왔다. 필자 또한 이곳에서 신문사 생활을 하면서 참으로 많은 불륜남녀 ‘애인’들을 봐왔다. 심지어 남편의 불륜을 혼내주기 위해 신문사에 제보를 한 아내가 있었는데, 남편의 내연녀가 필자가 아는 사람인 경우도 있었다. 그들은 그 누구보다 뜨겁게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이제는 애증의 관계가 되어버렸다. 타운내 식당에서 아내와 마주쳤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불륜녀에게 반찬을 건네주고 있던 남편, 온천 주차장에서 부딪친 남편과 아내 그리고 내연녀도 본 적이 있다.

    혹여 잡은 물고기에게는 밥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생각을 바꿔라. 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면 이 또한 착각이다. 분명 호기심으로 벌어진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왜냐하면 우리는 부부로서 남편과 아내라는 위치뿐 아니라, 부모와 가족의 테두리를 결코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톨스토이의 작품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은 “행복한 가정들은 서로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족들은 각기 저마다의 이유로(on its own way)불행하다”이다. 그에 따르면, 행복한 가정에는 사랑, 건강, 돈이라는 요소가 있다. 이 중 첫번째인 사랑은 정열적인 사랑만을 이르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러나 바람의 결말은 파행이다. 꼭 외도를 하고자 한다면 이혼부터 해라.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생각부터 버려라. 부모의 주홍글씨 멍에를 자식에게까지 안겨줄 수 없기에. 애인(愛人)은 이성간에 사랑하는 사람으로 자주 사용되는 말이지만, 사람을 사랑한다는 의미가 깔려 있다. 결혼 생활을 하다보면 상대에게 점차 매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 있다. 사랑이라는 것은 가만 놔두면 스스로 없어져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상대방의 좋은 점을 늘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오늘부터 아내가 애인이고, 남편이 애인이 되는 그날까지, 우리 모두 상대에게 꾸준한 관심을 가져 보자. 노력하다보면 집밖의 애인보다 더 매력적인 점을 반드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남편과 아내는 서로에게, 세월에 걸맞는 애인이 되어주길 바란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