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를 당하고도 억울하게 가해자로 지목돼

▲ 정버드씨가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알리고 그녀의 입장을 지지해 달라는 서명서에 한인들의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교통사고를 당하고도 억울하게 가해자로 지목돼 피해 보상조차 받지 못한 한인 여성의 이야기
정 버드씨, “미국에서 한인으로 산다는 건….”

오로라에 거주하는 정 버드(59)씨의 시간은 2008년 10월 2일에 멈추어져 있다. 사고로 남편을 잃고 3남매를 억척스레 키워온 그녀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겨준 날이기 때문이다.
청명한 가을날이었던 그날 오전 11시경, 그녀는 알라메다와 애블린에 있는 은행에 가기 위해 피오리아와 2가에 위치한 그녀의 집을 나섰다. 2가와 포토맥 사거리를 지나기 위해 일단 빨간불에 정차한 그녀는 부근이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오고가는 차량도 없이 한산한 그날 아침, 신호등이 초록색 불로 바뀌자, 그녀는 4차선 교차로를 통과하기 시작했다. 그때, 오른편에서 무서운 속도로 90년식 뷰익 승용차 한 대가 달려오면서 그대로 그녀의 차량 조수석 쪽을 들이받았다.

이 충격으로 두 차량 모두 교차로에서 튕겨 나갔고, 그녀의 차는 북쪽 보도 블록을 올라간 후 전봇대를 들이받고 멈춰 섰다. 이 충돌로 에어백이 터지고 몸이 쏠리면서 그녀의 눈 한쪽이 자동차 기어에 박혀 피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에어백은 큰 부상을 입은 그녀의 몸을 옴짝달싹 할 수 없을 정도로 단단히 압박했다. 몸을 움직이기 위해 조금이라도 힘을 줄 때마다 피가 뭉클뭉클 솟아나왔고, 그녀는 그 상황에서 누군가 구해줄 사람이 올 때까지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을까. 그나마 보이는 한 쪽 눈을 통해 창문을 두드리는 한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입 모양으로 봐서 괜찮냐고 물어보는 것 같았다. 뭐라고 대답을 하고 싶었으나 아무런 말도, 움직일 수도 없었다. 그 여성은 자리를 떠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어떻게든 깨어있기 위해 정신을 가다듬었지만, 어느 순간 그녀는 의식을 잃었다.

그녀가 의식을 차린 곳은 병원이었다. 그녀의 딸은 엄마에게 경찰이 왔다고 말을 해주었다. 딸은 경찰이 그녀가 빨간 불을 통과하면서 사고를 냈다며 티켓을 발부하러 왔다고 말해주었다고 전했다. 그녀는 자신이 빨간 불을 통과하지 않았다고 외쳤지만, 경찰은 그녀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한다. 딸은 경찰의 입에서 술냄새가 난다며 간호사에게 경찰에게 음주 테스트를 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병원측은 그런 권한이 없다며 이를 거절했다. 딸은 다시 오로라 경찰에 전화해 이 경찰관에 대한 즉각적인 음주 테스트를 요구했지만 추후에 수시간이 지난 후 음주 테스트를 실시한 후 정상이라는 결과만 받았다고 한다.

정씨를 친 가해자는 90세는 족히 되어 보이는 할머니였다. 다리 수술을 해서 지팡이를 의지하고 다니는 이 할머니는 그날 미용실에 가기 위해 차를 몰고 가다가 사고를 냈다. 그러나 정씨에 따르면, 사고 직후 의식이 있었던 이 할머니가 근처에 살고 있던 미용사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했고, 이 미용사는 남편과 함께 즉시 사고 장소에 나와 가해자였던 할머니가 오히려 피해자가 될 수 있도록 경찰에 위증을 하는 것을 도와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정씨는 맹세코 자신이 교차로를 건널 때 다른 차량은 아무데도 보이지 않았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고, 그녀는 그대로 가해자로 둔갑하고 말았다.

사고 직후 사고 장면을 목격한 증인들에 따르면, 이 할머니는 차량에서 걸어나와 멀쩡히 걸어다녔으며, 사고로 인해 흥분해 보였을 뿐 큰 외상은 없어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 할머니는 사고 후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이틀만에 세상을 뜨고 말았다. 가족들이 부검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시신의 외부만 검사한 검시관은 할머니가 내출혈로 사망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정만 내놓았을 뿐이다. 할머니가 사망하자, 이 할머니의 딸은 할머니의 보험회사는 물론 정씨의 보험회사를 상대로 보상금을 요구했다.


경찰, 증인들까지 외면 변호사도 수임료만 챙겨

경찰 사고 리포트에는 정씨가 빨간 불을 통과해 사고를 낸 것이라고 나와있고, 제대로 된 사고 경위 조사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두 보험 회사는 거액의 보험금을 할머니의 딸에게 지급했다고 한다. 정씨에 따르면 “할머니의 딸은 이 돈으로 집의 모기지 잔금을 모두 갚았고, 이 직후에 미용사 부부도 타고 다니던 오래된 차량을 새로운 차량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정씨는 이런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했지만, 거금의 수임료를 선금으로 받아 챙겼다. 또 정씨와 딸이 힘들게 조사해 모아준 모든 증거 자료들과 증인들의 증언을 재판에서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침묵을 지킴으로써, 결국 할머니의 딸이 재판에서 이기는 것을 도와주었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배심원들도 모두 할머니 측에 유리한 배심원들이 선정되어 결국 정씨는 재판에서 패하고 말았다. 유죄교섭을 통해 꼼짝없이 감옥에 갈 처지가 된 정씨는 변호사를 해고하고, 혼자서 이리 뛰고 저리 뛰어 실형을 면하고, 대신 사회봉사 명령과 집행 유예를 선고 받게 된다. 그러나 억울한 마음에 다시 항소를 준비했으나, 계속해서 기각됐다.

수 십 년간 보험료 한번 늦지 않게 꼬박꼬박 냈지만, 그녀의 보험 회사는 그녀의 병원비 조차 지급하는 것을 거부해 그녀는 현재 40만 달러의 빚더미에 올라 있다. 사고 후 한쪽 눈은 실명되고, 울화로 인한 우울증 치료 및 당뇨 합병증 등으로 고생하고 있는 정씨는 현재 혼자서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전하기 위해 탄원서를 준비하고 있다.

정씨는 “처음부터 내 말을 아무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술을 먹은 경찰은 자신의 과오를 숨기기 위해 내 말을 듣지도 않고 조사를 마쳤다. 변호사들 또한 내가 백인이었다면 이렇게 까지 나를 무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실형을 받지는 않았지만 가해자가 된 것이 억울하고, 앞으로 우리 2세들이 이런 대접을 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진실을 정확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 상원의원이 그녀를 도와주겠다며, 그녀의 입장을 지지해주는 사람들의 서명을 최대한 많이 받아올 것을 요구했기 때문에 그녀는 한인들에게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알리며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서류는 박스오토, 하바나 비디오, 써니꽃집, 엔젤하우스에 가면 준비되어 있다. 자세한 내용은 303.344.4409, 303.919.3443으로 문의하면 된다.


<이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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