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투병 중인 한 콜로라도 소녀가 얼마 전 아주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 지난 5년간 암과 싸우다 최근 호스피스 케어에서 임종을 기다리고 있는 이 소녀는 올해 겨우 13살이다. 그랜드 정션에 거주하는 딜레이니 클레멘츠 양인데, 여덟살 때 소아에게 나타나는 신경모세종 진단을 받았다. 딜레이니는 암과 싸우면서도 꿋꿋함을 잃지 않았지만 이달 초, 암세포가 뇌로 전이되면서 호스피스 케어를 받기 시작했다. 소녀의 소원은 해가 쨍쨍한 바닷가를 거닐어 보는 것이었다. 이 소원을 알게 된 여러 사람들이 어쩌면 다시는 바다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를 딜레이니를 위해 방법을 찾아나섰다. 딜레이니의 엄마인 웬디는 사촌 조에게 딸의 마지막 소원을 전했다. 조는 라구나비치에 사는 친구 앤드루스에게 사정을 설명했고, 앤드루스는 전용 제트기를 소유한 이웃 패트릭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패트릭은 딜레이니 가족을 콜로라도에서 태워오겠다고 흔쾌히 나섰다. 여기에 몬티지 라구나비치 리조트는 소녀의 가족을 위해 객실 2개를 제공하기로 했다. 드디어 크리스마스, 딜레이니 가족은 오렌지 카운티 호텔에서 하와이언 티셔츠를 입은 산타클로스를 만나게 되었다. 소녀는 그토록 보고 싶었던 태평양 바다를 두 눈에 담으며 해변을 거닐었다. 죽음을 목전에 둔 한 소녀를 위한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빚어낸 이 작은 기적의 이야기는 감동의 미소와 함께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어준다.

    지난 9월에 있었던 일이다. 10년간 복권을 사서 긁던 친구 5명이 1억 달러의 복권에 당첨되었다. 친구 중 한 명이 잭팟을 터트렸는데 복권 당첨금액 보다는 다섯 친구가 상금을 사이좋게 나눠가졌다는 뉴스가 더욱 화제가 되었다. 이들은 20여 년 전 중남미의 한 나라에서 미국으로 함께 이민온 친구들이었는데 매주 각자 복권을 사고 누구든 복권에 당첨되면 상금을 나눠가지기로 약속했었다. 그렇게 10년이 지났고 친구 중 한 명인 에드가 로페즈씨가 정말로 잭팟을 터트렸다. 리무진 운전기사로 일하는 로페스는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지만 당첨 사실을 곧바로 다른 친구 4명에게 알렸다. 이어 그는 복권 사본을 나눠주며 당첨금을 서로 똑같이 나눠 갖기로 했다. 사람들은 십중팔구 상금을 둘러싸고 소송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 예상은 빗나갔다. 주마다 공제세금이 다르긴 하지만 각자 95억원 내외로 나누어 가졌다고 하니 훈훈한 미담이 아닐 수 없다. 믿지 못할 당첨금을 받게 되면 누구나 마음이 흔들리기 마련이었을텐데 그 우정이 정말 대단해보인다. 각박한 이민사회에서 기적 같은 이런 훈훈한 미담을 들으며 부러움의 미소도 지어본다. 그리고 만약 내가 로또 1등에 당첨된다면 나누고픈 친구가 있을까 하는 자문도 가져본다.

    찰리 채플린은 “웃음 없는 하루는 낭비한 하루”라고 말했다. 사소한 일상이라도 웃고 감동받을 수 있는 감정이 남아있다면, 이 또한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최근 콜로라도 대학에서 마케팅과 심리학을 가르치는 피터 맥그로 교수는 웃음 공식이 있다고 생각해 이를 증명하기 위해 세계여행을 떠났다. 모든 논문과 학술연구를 주제별로 정리해왔던 그는 웃음의 공식도 일반화할 수 있다고 믿었다. 유머 리서치랩, 헐(Humour Research Lab· HuRL)을 설립해 코미디 DNA 실험을 해오던 그는 이 공식을 증명하기 위해 콜로라도, 로스앤젤레스, 뉴욕, 탄자니아, 일본, 스칸디나비아, 팔레스타인, 아마존을 거쳐 몬트리올에 이르는 5대륙 15만㎞ 대장정에 나섰다. 이 웃음 탐험 여행에는 시사 주간지 기자 조엘 워너가 함께했다. 맥그로 교수가 자신의 유머 DNA 연구에 흥미를 갖고 취재하러 온 워너 기자에게 함께 여행하며 유머 암호를 해독해보자고 제안한 것이었다. 그들은 세계 최대 코미디 축제, 유명 스탠드업 코미디언쇼,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웃음병에 걸린 마을 등 웃음에 관련된 내노라하는 곳들을 방문했지만 웃음 공식은 증명되지 못했다. 오히려 예전보다 더 엉망진창이 됐다.

    하지만 이들은 인생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더 많은 것이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삶에 웃을 거리가 더 많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들은 책 말미에 이렇게 말한다. “웃고 싶다면 나를 웃게 만드는 사람들과 사물들에 둘러싸여 지내면 됩니다. 인생의 긍정적인 측면을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을 파트너로 고르고, 어쩌면 너무 진부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모든 게 다 잘될 거라는 것을 기억하세요. 무엇보다 인생을 기쁘게 즐기라고, 그리고 삶은 때로는 비웃음을 당하라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다시 말해 인생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농담입니다. 그 구성 방식이 늘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늘 정신 차리고 잘 지켜보세요.” 이것이야말로 웃음의 공식인지 모른다. 2015년에 본인에게 전달된 가슴 따뜻한 미소가 부족했다면, 2016년에는 내가 먼저 주변에 미소를 만들어 주는 웃음 전도사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어쩌면 딜레이니의 꿈을 실현시켜주기 위해 노력한 주변 사람들이, 피 한방울도 섞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가족보다도 더 끈끈한 애정을 보여주는 친구들이 당신의 주변에 있을지 모른다. 2016년 병신년에는 각자의 방식대로 스마일 공식을 만들어 퍼뜨릴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동포 여러분, 올 한해도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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