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년 원숭이띠 해가 밝았다. 한 해를 정리할 시간도 부족했기에 신년 계획을 세우는 일은 여간 벅찬 것이 아니다. 그러나 올해 이것만은 지켜졌으면 하는 각오로 크게 네가지 정도를 제안해본다.

      첫째는 양심을 지키는 일이다. 식상한 얘기이긴 하지만 중요한 부분이다. 문득 오래전 인기 있었던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인 ‘양심 냉장고’가 생각난다. 보는 사람이 전혀 없는 도로임에도 불구하고 교차로 정지선을 정확하게 지키고, 좌우 깜빡이를 정석으로 켜는 운전자를 찾아 선물로 냉장고를 한대씩 선물한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이 프로그램의 붐이 일면서 전 국민은 혹시라도 프로그램 제작진들이 몰래 카메라로 자신을 찍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희망을 갖고 교차로 정지선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 프로그램은 건널목 정지선 지키기를 시작으로 술, 담배 판매 등 시민 의식을 고취시켜 공익성과 사회 정의감을 불어넣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중용에서 그토록 강조한 신독(愼獨)의 현대판 해석이었다. 참고로 신독은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고 삼가하라는 뜻으로 인간의 내면적 도덕성을 강조한 것이다. 비록 진짜 양심 냉장고를 받아 공개적으로 양심을 인증받을 수는 없겠지만, 올해가 끝날 즈음 우리 모두 양심 냉장고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길 바란다.

      둘째는 말의 예절을 배우는 일이다. 이는 한국말을 배우는 과정도 포함되어 있다. 왜냐하면 한국말에는 존칭의 예절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요즘 십대들을 보면 기특한 아이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도 많다. 물론 어른들이라고 해서 모두 존경받을 만한 어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영어에서 아이와 어른이 서로에게 ‘YOU’ 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 영어는 서로를 대등한 한 인격체의 입장으로 보고 만들어졌는지도 모른다. 나이 많다고 사용하는 무조건적인 존칭보다 서로에 대한 공손의 표현이 더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 같다. 여하튼 새해 초는“말한마디로 천냥빚을 갚는다”라는 말을 새겨두어야 할 시기이다. 한달 전 즈음 신문사로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한 한 동포가 있었다. 한국말이 무척 서툴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반말을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감사를 표하는 마음이 전달되었던 독자였다. 한국말을 잘하지 못해도 그의 말에는 공손함이 담겨 있었다. 한국어든 영어든 언어라는 것은 배운다고 금방 능숙하게 말할 수는 없다. 비록 어수룩하지만 공손함이 담겨져 있는 말이라면 천냥 빚을 갚기에 충분할 수 있다.  

      셋째는 한인사회의 화합을 위해 한인회와 노인회의 갈등이 해소되는 해가 되길 바란다. 콜로라도주 한인회와 덴버광역한인회가 통합의 단어를 거론한지 몇해가 지났지만 아직까지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당장 올해 한국 총선을 앞두고 재외국민 선거를 치루기 위해서도 한인회의 통합은 필수적이다. 한인 인구가 많은 대도시의 경우 한인회가 양립되어 있다면 한국정부의 관심도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인구 3만 밖에 안되는 시골 콜로라도에서 한인회가 양립되어 있다면, 그래서 쓸데없는 감정싸움에 휘말릴 소지가 있다면 콜로라도의 재외국민은 본국의 관심조차 받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벌써부터 그럴 조짐이 보이고 있다. 덴버광역한인회 최효진 회장은 지난주 신년인사를 통해 “한인회 통합을 위해 98% 양보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콜로라도주 한인회도 협상테이블에 나서야 할 때다. 당장 한인회의 통합이 어렵다면, 우선 대외적으로 함께 진행해야 할 일들이라도 한발짝씩 물러나는 지혜가 필요하다. 각각 한인회의 이름을 알리기에 급급하기 보다는 진정 동포를 위한 길을 찾길 바란다. 또, 노인회와 노우회의 갈등은 한두 해 일이 아니어서 한인사회의 고질병으로 치부되어 왔는데, 이에 더해 지금까지 단합을 잘해온 노인회마저도 내부 분열로 인해 최근 시끄러운 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간 나이많은 어르신의 단체라는 이유로 존경이 의무화되어 있었지만, 한인회보다 더한 분란으로 한인사회를 쪼개어 놓는다면 무조건적으로 공경심을 강요할 수는 없을 듯 하다.

      넷째는 동포사회의 발전을 위해 인천 직항노선 개설을 위해 힘쓰는 일이다. 유나이티드 항공사가 덴버-도쿄 직항노선의 운항을 시작한지 3년이 지났다. 탑승률이 90%에 육박해 일단 이 항공편은 성공으로 간주되고 있다. 또 이로 인해 마이클 핸콕 시장의 일본에 대한 관심이 한국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 독도 영유권 주장, 말도 안 되는 역사왜곡, 계속된 망언 속에서도 일본이 꿋꿋하게 미국의 인정을 받고 있는 이유는 역시 본국의 영향력 때문일 것이다. 참 질투나게 부럽다. 하지만 마냥 부러워할 수만 없는 일, 이제는 현지 한인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도쿄 직항이 개설되었을 당시 포커스 신문사는 헨콕 덴버시장과 덴버국제공항 항로개설 책임자들을 한인사회 단체장들과 만나는 자리를 마련한 적이 있다. 당시 그들은 일본직항의 성공적 사례 이후 인천직항로 개설을 약속했었다. 때문에 인천직항로는 한인사회가 좀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번외로 포커스 신문의 신년계획도 있다. 사람들 이야기가 넘치는 신문으로 거듭날 생각이다. 잘한 사람은 더 큰 칭찬으로, 모범이 될 수 있다면 작은 기사라도 마다하지 않고, 공공의 적은 냉철하게 동포사회에 알릴 것이다. 지금까지 덴버, 오로라 시장, 각 교육감, 정치인 등 많은 주류사회 인사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면으로나마 주류사회와의 교량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한인사회의 기사도 지금에 멈추지 않고, 더 많이 알찬 기획기사를 준비해 차별화된 신문을 읽을 수 있도록 독자들의 시야를 한층 업그레이드 시킬 생각이다. 또, 콜로라도 한인업소록, 웹사이트, 전자신문, 그리고 라디오 방송까지, 이는 신문외에 또다른 여론 수렴의 장 역할로 확대시켜 나갈 것이다. 또, 주간 포커스 신문사는 청소년 재단을 통해 청소년 문화축제, 교육세미나, 동요대회, 장학생회 등으로 우리 2세들이 자랑스러운 한인사회에 살고 있다는 자긍심을 심어줄 것이다.
무언가 시도를 해본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실패해도 좋다.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도 좋다.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만의 계획을 세워보는 것이 중요하다. 2015년에 얻은 경험과 자신감으로 더 큰 2016년을 그려보길 바란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