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북한에서 이뤄진 4차 핵실험은 ‘북한의 핵기술이 수소폭탄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느냐”하는 문제보다 더 심각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북한이 앞으로도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며 천명한 것이며, 그렇게 된다면 결국 통일은 전쟁으로밖에 이뤄질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이 수소폭탄 핵실험을 강행한지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면서 북한의 핵보유 기술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속내를 내비치고 있다. 북한의 수소탄 핵실험에 대해 존 커버 국무부 대변인은 “분석을 계속하고 있지만 확정적인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조지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 또한 “핵실험에 성공했다고 볼 증거는 없었다”면서 북한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이처럼 북한의 제4차 핵실험이 수소탄 실험이었는지 아닌지, 기술 수준이 어디까지 도달했는지 등에 대해선 여러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 4차 핵실험으로 인해 북한이 핵폭탄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한 프로그램을 일관되게 진행하면서 지난 10년간 상당한 기술적 진전을 이뤘고, 절대로 핵무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졌다.

    국제사회는 1차~3차 핵실험에 담긴 북한의 의도를 이미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 지금까지 북한의 핵실험은 대개 ‘외교관계 악화→미사일 실험→핵 실험’이라는 공식에 따라 진행되어 왔다. 북한이 이를 통해 항상 대내적 결집과 대외적 경색국면 돌파를 꾀한다는 사실은 속이 빤히 보이는 전술이다. 그래서 국제사회는 그동안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을 할 때마다 유엔 안보리를 중심으로 제재를 가해왔다. 금융을 죄거나 북 선박을 직접 검사하도록 하는 등 할 만한 것은 거의 해봤다. 그럼에도 4차 핵실험을 막지 못했고 이렇게 가다가는 5차, 6차 실험도 막기 어렵게 됐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된 것은 결국 중국이 북한의 생명줄을 연장시켜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중국이 겉으로는 ‘한반도 비핵화’를 외치지만 실제로는 북의 붕괴를 한사코 막고 있다는 것을 북한은 잘 안다. 중국은 북한 원유 소비량의 90% 안팎, 부족한 식량의 절반 이상을 공급하는 나라다. 중국 내에는 수백 개의 북한 비밀 계좌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것을 중국이 모를 리가 없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이 불안정한 상황에 빠지면 자국의 안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북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를 거부해왔다. 이번에도 중국 외교부장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고강도 대북 제재에 사실상 선을 그었다. 북의 생명줄을 쥔 중국의 태도가 이렇다면 유엔 안보리에서 논의하는 대북 제재도 사실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 9월 국내외 비판을 무릅쓰고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해 천안문 망루에 올랐다. 중국이 북한을 핵 포기와 개방의 길로 이끄는 데 적극적 역할을 해달라는 주문을 담은 것이었다. 중국 측도 그 의미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에 각별히 공을 들인 박근혜 대통령으로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배신감을 느낄 법하다. 중국은 그동안 한미일 3각 공조 체제에서 약한 고리인 한국을 떼어내 자신들 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한중 관계를 중시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중국이 끝내 북한을 편든다면 한중 관계는 더 이상 진전될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은 이미 핵탄두를 만들 다량의 플로토늄과 농축 우라늄을 확보해놓았다. 4차례의 실험을 통해 핵폭탄의 소형화도 상당부분 진전시켰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소견이다. 이미 실어나를 수 있는 다양한 미사일도 확보했다. 그리고 한미 연합방어 체제를 무력화하기 위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실험도 거듭해왔다. 다소 정밀도가 떨어지더라도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북한의 방위력은 몇 년 내에 괄목상대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는 말로만 하는 비난과 결의안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조치가 필요하게 됐다. 이번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해 사실상 대한민국은 지난 20년 동안 해온 협상이 실패한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 협상으로는 불가능해졌으니 힘으로라도 강제로 중단시킬 수 밖에 없게 된 셈이다.

    북한은 이번 4차 핵실험으로 인해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등 일명 ‘핵클럽’ 5개국만 가진 수소탄에 정면 도전하면서 ‘레드라인’을 넘어섰다. 대한민국에 있어서는 국가의 생존이 걸린 실존적 문제가 되고 말았다. 가능한 응징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 우선 북한의 돈줄을 막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대선정국에 들어선 미국, 한계가 보이는 중국을 등에 업고 전적인 대북제재를 약속받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한국 정부부터 발벗고 나서야 한다. 개성공단이야말로 북한의 핵개발 비용을 대주는 뒷문 역할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개성공단 운용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두번째, 자위적 핵무장을 심각하게 고려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조심스레 고개를 든다. 국제정치학의 아버지 한스 모겐소는 핵을 보유하지 않은 국가는 보유국에 대들다 망하거나 항복하거나 둘 중의 하나를 택할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상대방의 자비심에 자국민의 생명과 운명을 맡길 수 밖에 없다면, 대한민국은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 세번째는 가장 초보적인 방법인 대북 확성기이다. 벌써 박근혜 정부는 8일 정오를 기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남북 당국은 목함지뢰 도발 이후 지난해 8월 고위당국자회담을 통해 6개 항에 합의했는데, 제3항이‘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다’는 내용이었다.

    북한이 뭐라고 궤변을 늘어놓든 핵실험은 명백히 ‘비정상적 사태’다. 마침 재개 시점이 김정은 생일이어서 더 날뛸 가능성도 있다. 그러지 않아도 북한 체제는 소위 ‘존엄’에 대한 사소한 비판도 용납 못하는데다, 8·25 합의의 주역이던 김양건이 최근 사망했다. 이번 핵실험 이후 확성기 방송은 향후 대북 제재의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흔들리지 말고 제대로,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진행해야 한다. 북한이 확성기 타격 등으로 재도발을 하면 도발 원점과 지휘부까지 초토화한다는 각오로 대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의 국방을 위해서는 한미일 3각 안보협력 체제를 강화하는 것 외에 현재로서는 다른 길이 없다. 일본과의 갈등으로 미뤄왔던 한일 정보공유협정의 체결도 적극 검토해야 할 시기이다. 우방의 협력을 이끌어내 북핵 문제를 반드시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필요하다. 협박하면 굴복한다는 김정은의 계산이 명백한 오판임을 자각하게 할 정도의 압도적 위력을 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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