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피의 법칙은 한국의 남성트리오 가수가 부른 노래 제목에서 처음 들었다. 하는 일마다 꼬이고 재수없는 일이 벌어질 때마다 우리는 ‘머피’를 탓하곤 한다. 이 머피의 법칙은 1949년 미국의 항공기 엔지니어였던 에드워드 머피 대위가 발견한 우연의 법칙이다. 당시 에드워드 공군기지에서 충격완화장치 실험을 했는데 한 기술자의 사소한 배선 작업 실수로 실패했다. 그때 현장에 있던 머피는 “뭔가 잘못될 수 있는 일이라면 틀림없이 누군가 그 잘못을 저지르고 마는군!”이라며 한탄했다. 다시말하면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어김없이 잘못된다’는 것이다. 나쁜 일이 꼭 겹쳐서 일어난다는 우리의 설상가상의 법칙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공부를 안하면 몰라서 틀리고, 어느 정도 해 놓으면 헷갈려서 틀리는 경우도 비슷하다. 펜이 있으면 메모지가 없고, 메모지가 있으면 펜이 없고, 메모지와 펜이 모두 있으면 적을 것이 없다는 프랭크의 메모 불가사의 법칙도 일맥상통할 것 같다. 그 흔한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이야기도 있다. 매일 버스로 출근하다가 그날따라 택시를 탔더니 교통사고를 당했다거나, 헐레벌떡 도착한 건물에 엘리베이터 모두가 내가 원하는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우에도 우리는 ‘머피’를 떠올린다. 머피에 꼭 필요한 친구는 샐리다. ‘샐리의 법칙’은 일이 우연히 자기가 바라는 대로 진행될 때 뜻하는 법칙인데 1989년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 유래되었다. 계속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해피엔딩으로 이끌어가는 여주인공 샐리의 모습에서 탄생된 법칙이다. 예를 들어 약속 시간보다 늦게 약속장소에 도착했더니 상대방은 자신보다 약간 늦게 도착한 경우, 맑은 날에 우산을 들고 나왔더니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고, 시험 직전에 급하게 펼쳐본 부분에서 시험문제가 출제된 경우, 우리는 ‘샐리’를 찾는다.

       이승복 박사는 세계 최고인 미국 존스홉킨스 병원에서 재활 의학과 전문의로 일하고 있다. 미국에서 단 2명 밖에 없는 사지마비 장애인 의사이다. 뉴욕대를 졸업하고, 콜롬비아 대학 공중 보건학 석사, 다트머스 대학 의학박사, 하버드 의대 인턴 수석 졸업 등, 그의 이력은 화려했다. 하지만 그의 인생은 머피의 법칙 속에서 오랫동안 헤맸었다. 8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온 이 박사는 11살 때부터 배운 기계체조로 유년기를 보냈고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로 발탁될 정도로 촉망받는 선수였다. 그러던 1983년 고난도 회전 기술을 연습하던 중 턱이 마루에 꽂히듯 떨어지면서 척추 신경조직이 끊어지고 말았다. 그의 나이 18세, 결국 그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꿈을 접어야 했다. 평생 휠체어를 타야했기에 그의 절망은 오래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주변의 도움으로 또다른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고 싶은 제2의 꿈이 생겼고 모두가 말이 안된다며 반대했던 의사가 되기 위해 피나는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 박사에게는 또다시 머피가 찾아왔다. 자신의 손과 발이었던 어머니가 중풍으로 왼쪽이 마비되면서 그는 두 개의 휠체어를 끌어야 했다. 하지만 여기서도 좌절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은 의사로서 자신의 분야에서 금메달을 땄다. 그는 전형적으로 노력해서 머피를 떨쳐내고 샐리를 만난 사람이다. 인생 여정에 치밀한 신의 계획이 있음을 믿고 최선을 다했기에 장애를 딛고 샐리의 법칙을 성공시킨 것이다.

        2006년 NFL(프로풋볼리그) 시즌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하인즈 워드. 그로 인해 한국에서도 풋볼에 대한 관심이 타오르기도 했다. 그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주한미군이었던 흑인 아버지와 한국 어머니 사이에서 한국에서 태어났다. 두 살 때 미국으로 건너왔지만 부모의 이혼으로 홀어머니 아래서 성장했다. 어머니는 하루 16시간씩 일을 하면서 하인즈를 뒷바라지 했고, 결국 하인즈는 2006년 수퍼볼 최고의 스타로 거듭나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학창시절은 생각만 해도 상상이 가능하다. 하인즈는 학생시절 내내 따돌림과 외로움, 무시를 당했지만 자신을 위해 열심히 살고 있는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자신의 ‘머피’들을 한 개씩 지워나갔다. 이루고자 했던 풋볼선수로서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마침내 멸시받았던 한국에서도 명예시민권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머피를 운명으로만 내몰수는 없다. 예를 들면 이렇다. 내일 아침에 중요한 회의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날 과음을 해서 아침에 늦게 일어났고, 서두르다 보니 평소보다 더 많은 실수들이 발생했다. 결국 회의참석에 늦게 되고 발표도 제대로 못해서 성과는 좋지 않게 되었다. 이는 자신의 생활을 절제하지 못한 탓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언제나 머피를 운운하고 있다. 일이 잘되면 자신의 능력 때문이고, 안되면 모든 것은 머피의 탓이 된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도 잔잔하게 머피를 경험해왔다. 헤어스타일을 바꾸려고 작정하면 사람들이 갑자기 스타일이 멋지다고 한다든지, 기가 막힌 문구가 떠올랐을 때는 이미 메일을 발송한 상태이거나, 사면서 좀 창피하다는 생각이 드는 물건일수록 계산대에서 바코드가 잘 찍히지 않거나, 집에 가는 길에 먹으려고 산 초콜릿은 언제나 쇼핑백 맨 밑바닥에 깔려 있다. 이처럼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머피를 만나지만, 자신의 생각과 태도, 혹은 삶의 의지에 따라 머피는 얼마든지 샐리로 바뀔 수 있다. 샐리의 법칙은 좋은 생각을 하면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잠재의식이 법칙으로 된 것이다. 머피처럼 안되는 일에 속상해 하지말고 샐리처럼 매사에 긍정적인 사고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고 법정 스님의 <무소유> 중에 나온 일화가 문득 생각난다. 그는 지하철을 타기 위해 계단을 내려가고 있는데 아래로 지하철 문이 닫히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그는 ‘조금만 일찍 왔으면…’하면서 안타까와하기 보다는 ‘(다음 지하철을 위해) 너무 일찍 왔구나’ 하는 여유롭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졌다. 날마다 많은 적들이 우리들을 끊임없이 괴롭히지만 가장 무서운 적은 항상 내 안에 있다. 머피가 샐리를 만나기 위해서는 희망의 키워드를 찾아야 한다. 이승복 박사와 하인즈 선수의 키워드는 긍정적인 ‘두고봐’ 정신이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복수를 위한 부정적인 두고봐를 마음에 두고 있지만, 그들은 자신에게 다짐하는 긍정적인 두고봐 정신을 한 번도 놓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결국 ‘샐리’를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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