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콜로라도주 한인노인회장에 조석산씨가 취임을 했다. 지난 토요일 오전 11시30분경 노인회관에서는 22대 노인회장 취임식 겸 설날 떡국잔치가 열렸다. 필자는 지난 10여 년 동안 노인회장의 취임식에 몇번 참석했는데, 이날처럼 많은 인원이 취임식에 참석한 것도 드물었다. 최근 몇 개월 동안 조석산파와 비조석산계인 일명 정일화파의 싸움으로 인해 노인회는 상당히 시끄러웠던게 사실이다. 그래서 취임식은 단촐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취임식은 사실상 반전이었다. 주차공간만 부족한 것이 아니라 노인회관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이날 취임식에 참석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듯이 이번 노인회장 논란건은 조석산 승, 정일화의 완패다. 일단 지금까지는 그렇다. 사실 ‘파’라는 접미어를 붙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적어도 10여 명 이상 같은 편이 있어야 ‘파’라는 단어를 사용해도 통상적으로 거부감이 없는 것인데, 이번 노인회장 취임식에 참석한 정일화파는 고작 서너 명 정도여서 ‘파’라는 단어로 지칭하기엔 부족해 보인다. 취임식 도중에 정일화씨가 ‘조석산이 회장이 될 수 없는 이유’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설명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참석한 150여 명의 인파는 듣는 둥 마는 둥하면서 점심이나 먹자고 딴짓을 하거나, “조석산에게 회장을 한번 맡겨보자”며 말해 오히려 회관내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반기는 풍경까지 연출되었다. 결국 서너 명밖에 안되는 정일화파는 쫓겨나듯 회관을 나가야했다. 정씨는 최근 자신의 신문인 복스코리아나를 통해 그렇게도 노인회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성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명의 지지자도 더 얻지 못했다.

    이번 노인회의 분란은 사실상 지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인회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문재만 회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을 하고, 회장을 선출하기 위한 전형위원회가 구성됐다. 그러나 회장 등록 마감일까지 아무도 등록을 하지 않아 조석산 후보가 추대되었지만 당시 조씨는 회장이 되지 못했다. 문제의 원인은 조씨가 노인회를 대표하기엔 연령이 너무 낮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회칙에 기재된 연령을 확인했는데, 문제가 없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1년 이상의 회원자격이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긴급이사회가 열렸는데 그때도 조씨의 회장 당선을 인정하고 박수를 치면서 조씨의 회장당선이 확실시 되는 듯 했다. 물론 이 박수의 의미를 두고 전형위원회의 수고에 보답하는 박수인지, 회장 당선을 인정하는 박수인지는 지금까지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당시 회의록에는 전 회장들이 조석산씨가 회장임을 인정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회장자격을 다시 논한다면서 임시총회가 열렸고, 회의를 진행할 자격도 없는 정일화씨가 임시총회의 사회자로 나타나서 전형위원회를 퇴장시키고 징계사안을 다루면서 조씨가 회장되는 것을 강력하게 막았다. 그래서 이영길씨가 신임 회장에 올랐다. 하지만 이영길 회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1년 만에 사임을 하면서 노인회는 또다시 수렁에 빠졌다. 그리고 1년 후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조석산씨가 다시 노인회장에 단일 입후보를 했고, 그러면서 조씨의 나이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고, 정일화씨는 또다시 강력하게 핏대를 세우며 조씨를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했다.

    3년 전 당시 조석산씨를 회장후보에서 탈락시키고 난 뒤, 이영길 회장이 취임했지만 그도 중도사퇴를 하면서 수개월동안 노인회관은 닫혀 있었다. 이때 회장을 맡을 사람이 없어 지난 1년동안 윤석훈씨가 회장직을 열심히 대행해왔다. 지난 3년동안 노인회장할 사람이 없어 전전긍긍해 왔던 것을 보면 조석산씨가 회장을 맡아서 하겠다고 하면 노인회의 입장에서는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물론 조씨가 노인회장직을 수행하기에는 다소 어리긴 하지만 이는 회장을 하지 못하는 결격사유까지는 아니다. 상식적으로도 일단 회장을 시켜보고 잘못된 일이 있으면 그때 이사회나 총회를 열어 다시 한번 노인회를 점검해봐도 늦지 않은데, 지난 3년동안 정일화씨가 조석산씨가 회장되는 것을 죽기 살기로 막은 이유가 개인 감정의 이유 말고는 선뜻 이해가 안된다. 본인과 본인이 친한 사람들만이 회장을 해야한다는 사고는 버려야 한다.

    그간 논란의 중심은 회칙이었다. 콜로라도주에 등록된 노인회칙에는 55세 이상 노인회원이 가능하고, 회장에 대한 연령이 별도로 기재되어 있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정일화측이 주장하는 회칙은 65세 이상이지만 이 회칙은 이미 논쟁의 정점이 지나고 뒤늦게 주정부에 등록시킨 것이어서, 이는 반칙이다. 또 회칙을 주정부에 등록한 사람 또한  회칙을 등록할 수 있는 적절한 직위가 아님을 감안한다면 회칙으로서 인정받을 수도 없는 모호한 상태다. 이를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이날 취임식에 모인 축하객들은 ‘55세 이상’ 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원회칙을 받아들여 조석산씨를 신임회장으로 인정하게 된 것이다.

    콜로라도의 한인 역사를 뒤돌아보면 정일화씨는 콜로라도 해병전우회, 한인회, 노인회 등을 분열시키는데 빠짐없이 그 이름을 올렸다. 예전까지는 자신의 소리가 먹혀들었고, 그래서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노인회장 취임식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조씨의 회장직을 축하하는 것을 보면서, 이제는 임기응변의 내편 만들기식 발언이나 분열을 조장하는 세치혀는 더이상 한인사회에 효력이 없음이 증명되었다. 

    감히 말하건대 필자는 신문을 전공하고 20년 동안 신문을 만들어온 신문 전문인이다. 때문에 지금까지 콜로라도에서 근무하면서 서너 명 정도를 제외하고는 ‘같은 언론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적이 없다. 한 명은 먼저 세상을 떠났고, 한 명은 현직을 떠났다. 그래서 필자는 현재 ‘같은 언론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콜로라도에 아무도 없음을 이 지면을 빌어 밝히고 싶다. 활자로 인쇄되어진다고 해서 다 같은 신문이 아니다. 적어도 맞춤법은 기본이다. 어법에 맞게 문장을 적는 것도 기본이다. 그리고 거짓말로 포장된 글은 언론인이 할 짓이 아니다. 멋대로 떠들면서 언론인의 자존심을 말아먹고 있는 요즘의 콜로라도 신문의 작태를 보면서 언론인으로서 부끄럽기도 하고, 콜로라도 교민들의 전체적인 수준이 낮아질까 염려스럽기까지 하다. 이번 노인회에 관련된 타신문의 기사도 마찬가지이다. 정일화씨 본인은 노인회 분란에 깊숙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신문을 통해 상대편을 아무리 모함을 해도 설득력을 잃어버릴 수 밖에 없다. 나아가 그것이 개인적인 감정에 북받쳐 쓰는 글이면 더욱 호응을 얻기 힘들다. 

    여하튼 지난 3년전 부터 온갖 풍파를 거쳐 탄생된 노인회장인 만큼 조석산 신임회장은 더이상의 논란은 삼가하길 부탁한다. 조씨는 10년 훨씬 전부터 노인회와 한인회의 재판부터 지금까지 노인회 일이라면 크고 작은 일을 가리지 않고 해왔다. 노인회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사람이긴 하다.그러니 지난일은 모두 잊고 앞으로만 나아가길 당부한다. 지금 노인회는 한인회, 노인회간의 통합 등 바깥 현안을 논하기 보다는 노인회 자체 화합으로 내실을 기할 때이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