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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습득의 길>
말배우기로 시작된 영어공부
2016년 02월 18일 (목) 09:53:33 weeklyfocus weeklyfocus@focuscolorado.net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한 다음 바로 시작한 것은 기술 고시 준비였다. 그렇지만 막상 고시 준비를 위하여 필요한 과목을 살펴보니 1차와 2차로 나누어지는데 1차 과목들 가운데 영어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하였다. 내가 우선적으로 선택한 방법은 공교롭게도 생활영어 배우기였다. 당시에 막 소개되기 시작한 생활영어를 배우기로 결정한 것에 특별한 이유나 동기는 없었다. 그냥 선택한 것이었다. 서점에는 문법 참고서들도 있고, 다른 영어책들도 많이 있었는데, 생활영어를 택하게 되었다. 생활영어를 공부하면서 단어나 숙어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처음에 소리를 알아듣지 못했던 1권부터 3권까지는 매일 아침 출근하기 전에 30분 정도 교재를 보고, 듣고, 따라하면서 하루 학습량에 해당되는 표현을 익혔다. 그리고 출퇴근하면서, 그리고 혼자 이동하는 시간에 이어폰을 이용하여 한 쪽 귀로만 듣고 되새기는 방법으로 하였다. 3권 이후로는 책 없이도 듣고 따라할 수 있게 되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책은 보지 않았다.

    생활영어를 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말들이 하나씩 늘어가는 것에 느낌이 좋았다. 그렇지만 실제 영어로 말한다는 것은 엄두도 못냈고, 또 주변에 원어민도 전혀 없어서 상대방과 말하기는 단 한 마디도 못해보면서 혼자서만 같은 방법을 반복하였다. 약 천여 마디의 생활영어 1권을 2회 반복할 즈음 2권이 나와서 2권을 시작했다. 2권을 하는 동안 1권도 주기적으로 반복하여 들어주었다. 이미 거의 모든 표현들이 숙지된 상태였기 때문에 혼자 이동하는 시간에 듣고 속으로 따라하는 것으로도 표현을 잊지않고 유지할 수 있었다. 비록 교재에 수록된 표현들은 입으로 나오게 할 수 있었지만, 가족과 친구 중심의 실생활에서 입으로 뱉어낼 수 있는 영어는 별로 없었다. 교재에 수록된 표현들이 가족, 친척, 친구 및 동료들처럼 가깝고 친한 사람들이 어울리는 실생활의 풀스토리 영어가 아닌 주로 식당이나, 커피숍, 공항, 여행, 직장 등 외부 환경 중심의 토막 영어였기 때문이었다. 2권까지 2천여 마디의 생활영어를 입으로 익혔다. 그래도 실생활에 직접 활용하여 써먹어 볼 수 있는 표현들은 많지 않았다. 이런 저런 상황에서 한 마디씩 드문드문 떠 올릴 수 있는 정도였다. 영어의 발음과 듣기능력에는 상당히 도움이 되었지만 사실상 영어습득의 효율을 높여 주는 실용성 차원의 기준에는 많이 미치지 못하였던 것이다. 생활영어 외에도 영시 테이프를 구입하여 수 십여 편의 영시를 암송하기도 하였다. 영어로 듣고 암송하면서, 그 시들이 주는 내면의 세계를 느껴보고 싶어했고, 그 시들을 흉내내어 수줍은 시들을 여럿 쓰기도 하였다.  그러나 영시를 외우고 암송하는 것은 영어공부에는 사실상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추측으로 읽기 시작한 영한 대역서

    그러던 어느 날 출근을 하면서 먼발치서 보이는 한 직원의 뒷주머니에 꽂혀 있는 타임지가 새롭게 보였다. 그 전에도 아무런 생각 없이 자주 보았던 일이었는데, 그날은 새롭게 보였다. ‘나도 영어를 저렇게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서점에서 영한 대역 소설을 구입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고 다만 내가 영어를 못하기에 해석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영한 대역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끝도 없이 쏟아지는 단어 및 숙어와의 싸움이었다. 단어 하나 하나의 의미를 바탕으로 문장 전체의 의미를 추측하고, 대역본과 대조하여 확인하면서, 추측이 틀린 부분에 대하여 무엇이 틀렸는지를 따져보며 읽는 방법으로 하였다. 새로운 단어를 찾을 때마다 사전에 밑줄을 긋고, 책에서 대충 5, 10, 15, 20, 25, 30 페이지 앞을 넘겨 가며 각각의 여백에 한번씩 적은 다음 단어장에 적는 방법으로 6-7회 반복해서 써보았다. 처음 몇 권을 읽을 때는 단어가 너무 많아서 책의 여백이 부족하여 중간 중간 여러 곳에 간지를 붙여 놓고 단어를 적기도 하였다. 처음 5-6권은 집중이 많이 요구되어 자리를 잡고 앉아서 공부를 하였지만, 그 다음부터는 주로 교통편으로 이동 중이거나, 혼자 있는 자투리 시간 등과 같이 틈나는 대로 단어 공부와 함께 일상생활 속에서 읽었다. 당시 대역 소설은 좀 큰 주머니에 들어갈 정도의 크기로 240-250 페이지 분량이었는데, 영어로만 따지면 120-130 페이지 분량이었다.

    첫 권을 끝내기까지는 매일 적어도 한 시간씩 자리를 잡고 읽어서 3개월 걸렸다. 그렇다고 해서 독해능력이 늘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고, 다만 드디어 해냈다는 뿌듯함이 있었다. 단어 공부는 책의 여러 곳에 적어놓은 것을 자연스럽게 복습하고, 주로 일상의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여 수시로 단어장을 읽어주는 방법으로 하였다. 두 번째 책은 같은 방법으로 두 달 만에 끝낼 수 있었는데, 독해에 대한 자신감은 들었지만 여전히 틀리는 상황이 많았다. 세 번째 소설을 약 한 달 만에 끝냈을 때는 내가 추측한 의미들이 대역본과 비교할 때 거의 대부분 정확하게 맞았다. 모르는 단어의 뜻만 찾으면 거의 모든 영어 문장들을 직독직해로 해석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뒤로도 추가적인 생활영어와 대역 소설 읽기를 계속하였는데 처음 생활영어를 시작할 때에 비하여 단어 실력도 아주 많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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