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테러와의 전쟁' 최전선이 됐나

      이반 마쥐를 벨기에 시장이 22일 이날 브뤼셀의 한 지하철역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인한 사망자 수를 늘려 발표했다. 마쥐르 시장은 유럽연합(EU) 본부에서 가까운 브뤼셀의 마엘벡 지하철역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인한 사망자 수가 15명에서 20명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상자 수 역시 106명으로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브뤼셀 공항 폭탄 테러로 숨진 11명을 합쳐 사망자 수는 31명으로 늘어났으며 두 곳에서 발생한 3건의 테러로 인한 부상자 수는 187명으로 증가했다. 벨기에는 초콜릿과 맥주로 유명한 국가이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 동시다발 테러의 공범들 중 몇몇이 벨기에 출신이란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 인접한 소도시 몰렌베이크에 테러 용의자들이 숨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극단이슬람 온상지로 알려지게 됐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파리 연쇄테러는 벨기에에서 계획된 것으로 알려졌고 파리 테러 주범인 살라 압데슬람은 4개월간의 도피 생활 끝에 최근 벨기에 몰렌베이크에서 검거됐다. 파리 연쇄테러 가담자들이 대부분 사살됐지만 압데슬람은 테러 직후 현장을 탈출한 후 종적을 감췄으며 테러범의 소재는 최근에 파악됐다.

◇지하드 이데올로기 온상이 된 벨기에

       벨기에 정부는 22일 공항과 지하철역 동시 자살폭탄 테러 이후 테러 경보를 최고 단계인 4단계로 격상했다. 벨기에 몰렌베이크 주민들 일부는 그동안 휴대폰을 통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로부터 직접적인 테러 위협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벨기에 당국은 이슬람 수니파 극단세력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하는 테러리스트들을 추적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벨기에 정부는 파리 연쇄 테러와 비슷한 형태의 모방 테러 재발 가능성에 촉각을 곧두세우고 있었다. 브뤼셀은 파리, 켈른, 암스테르담, 스트라스부르, 프랑크푸르트,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와 열차와 차량을 통해 불과 몇 시간이면 도달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파리 연쇄테러 이후 유럽 국가들은 난민들에 대한 통제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벨기에는 서유럽에서 IS와 같은 무장단체에 주민들이 가장 많이 가입한 국가로 분류됐다. 전문가들은 2012년 이후 벨기에 국적의 500명 이상이 시리아와 이라크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특히 파리 테러범 중 상당수가 거주했던 몰렌베이크는 수년 전부터 '지하디즘의 온상', '테러 허브', '정치적 이슬람 유럽 수도', 'IS전사 육성소' 등으로 불려왔던 곳이다. 10만여명의 주민 중 30%가 무슬림인 몰렌베이크는 과거에도 수많은 테러 사태와 연관지어져 왔다. 지난 8월 암스테르담과 브뤼셀, 파리를 잇는 탈리스 고속열차 테러범 아유브 엘 카자니도 몰렌베이크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탈리스 테러 당시 아유브 엘 카자니는 200여명을 살상하기에 충분한 총기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승객에 제압되지 않았다면 이번 파리 테러와 비슷한 수준의 학살이 벌어졌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지난해 5월 브뤼셀의 유대인 박물관에서 총기를 난사해 4명을 살상한 메흐디 네무슈 역시 몰렌베이크 거주했었으며, 2004년 사망자 191명을 낸 마드리드 열차 테러 범인 중 한 명도 몰렌베이크에서 자랐다. 몰렌베이크가 '지하디스트의 온상'이 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분석과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빌랄 벤야이크 브뤼셀 자유대학교 교수는 지난해 파리 테러가 벌어진 후 AP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몰렌베이크에 처음 이주한 무슬림들은 중동의 세속적인 정권과 억압을 피해 탈주한 극단 이슬람주의자들이었지만, 세대가 바뀌면서 이들의 불만은 중동에서 유럽으로 변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벨기에 대테러 수사당국의 알랭 그리나드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벨기에에 거주하는 청년들이 매우 빠른 속도로 급진 이슬람에 빠져들고 있다"라며 "사회에서 소외돼왔던 청년들이 시리아에서 전쟁을 치르고 돌아온 지하디스트들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 테러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조직원을 모집하는 IS

      얌 얀본 벨기에 내무장관은 테러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군과 경찰 병력을 증강한 것은 분명 효과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IS가 여전히 인터넷을 통해 전사를 모집하고 있다는 점을 시인했다. 얌본 내무장관은 "테러조직의 전사 모집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며 "2년 전과 비교해 테러조직 조직원 모집은 현저히 줄어들었지만 완전히 차단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테러 조직원 모집이 은밀히 진행되기 때문에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라고 설명했다. 벨기에 시민권자인 이맘 셰이크 술레이만 반 엘은 "우리는 진실한 목소리를 내려고 애를 쓰지만 이를 차단하고 방해하려는 세력과 맞서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테러조직이 두렵긴 하지만 뒤에 숨을 생각은 없다"며 "두려움에 떨지 않고 밖에 나갈 것이며 정상적인 생활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증오심 키우는 인종차별주의

       얀본 장관은 대부분의 무슬림인들은 벨기에 사회에 잘 적응했지만 일부는 극단주의에 빠진다며 이를 해결하는 것은 벨기에 정부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벨기에 이민자 3,4세는 이곳에서 출생했고 부모들도 벨기에에서 태어났지만 이슬람 극단주의의 유혹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며 "벨기에 정부는 이들 이민자들이 사회로부터 고립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얀본은 "내가 이민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당신은 여기에 태어났고 학교를 다녔고 또 생활을 해왔다는 점이다"라며 "벨기에 정부는 이민자들도 벨기에 국민으로 인식하고 이들을 보호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벨기에에 거주하는 이민자 일부는 정부의 이런 주장에 수긍하지 않았다. 벨기에 거주하는 알리는 "나의 형제들은 시리아로 떠났으며 이제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며 "벨기에 정부는 가족 중 누군가가 시리아나 이라크로 떠났다는 이유로 남은 구성원들은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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