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년 만의 첫 헌화… "사과는 아니다"

       히로시마 평화기념관에서 위령비까지 180m. 다른 G7 외무장관들은 손만 흔들며 걸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활짝 웃으며 중간중간 멈춰 서서 양옆에 환영 나온 히로시마 초등학생들의 손을 잡았다. 11일 오전 11시 49분 G7 외무장관 7명이 원폭 위령비 앞에 하얀 화환을 바치고 짧은 묵념을 했다. 2차대전 종전 후 71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국무장관이 원폭 희생자들 앞에 고개를 숙이는 순간이었다. 이날 케리 국무장관 입에선 '사죄'(apology)란 말이 한마디도 안 나왔다. 케리 장관 보좌관은 미국 기자들에게 "케리 장관이 사죄하러 가는 거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노'(No)다. 과거의 비극에 슬픔(sorrow)을 느끼냐고 묻는다면 그건 '예스'"라고 했다. 하지만 케리 장관의 행보는 보란 듯 거침이 없었다. 그는 방명록에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여기 한번 와봐야 한다'고 쓴 뒤, 방명록 사진을 직접 트위터에 띄웠다. "여길 찾은 첫 국무장관이라는 게 자랑스럽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케리 장관의 헌화가 "미·일 동맹이 '2차대전 승전국과 패전국' 구도를 넘어 외교적·군사적으로 한 몸으로 움직이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일본 언론의 초점은 '케리가 왔으니, 오바마도 올까'에 맞춰졌다. 백악관은 이번 케리 장관 방문 결과를 보고, 다음 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G7 정상회담 참석차 방일할 때 히로시마에 들를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세계 지도자들이 피폭의 실상을 느끼는 것이 핵 없는 세계를 향하는 데 중요하다"면서 "미국 정부가 결정할 일이니 코멘트는 삼가겠다"고 했다. 문제는 미국 여론이다. 지금껏 일본 총리가 진주만을 방문한 적은 한번도 없다. 아베 신조 총리가 지난해 진주만 방문을 검토했지만 실행에 옮기진 않았다. 미 의회에서 "진주만 등 여러 전투가 새겨진 2차대전 기념비 앞에 깊은 회오를 품고 묵념했다"고 말한 게 전부였다. 박철희 서울대 교수는 "이런 일은 호혜적으로 진행돼야 하는데, 일본 총리가 진주만에 가기에 앞서 미국 대통령이 히로시마에 먼저 가면 미국 대선 국면에서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일본의 진주만 기습은 전쟁을 일으킨 행위이고, 미국의 원폭 투하는 쌍방 간의 전쟁 행위였다는 점도 분란을 보태는 요소다. 현실적 장애도 있다. 케리 장관의 헌화는 때마침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외무장관 회담의 틀 안에서 이루어졌다. 이와 달리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할 G7 정상회담은 히로시마에서 500㎞ 떨어진 이세시마에서 열린다. 오바마 대통령만 따로 히로시마에 가는 것도, G7 정상이 다 함께 히로시마에 가는 것도 정치적 부담이 크다.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유일한 원폭 희생국'을 자처하는 것도 진실의 한쪽 면만 비추는 것이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숨진 21만명 가운데 4만명이 조선 사람이었다.

생후 18개월 아기 몸 위에 개미 풀어 죽게 한 엄마

        멕시코의 한 여성이 생후 18개월 된 딸의 몸 위에 개미를 풀어 살을 갉아먹게 해 살해한 혐의로 30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멕시코 일간지 엘 디베이트의 11일 보도에 따르면, 치와와주에 사는 마리아나 리제스 살라스 헤르난데즈(20)는 2014년 5월 생후 18개월 된 딸 루나 에스테파니아를 일부러 땅에 떨어뜨려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개미 떼가 딸의 몸을 갉아먹도록 내버려뒀다. 이러한 아기 학대 행위는 이웃의 신고로 중단됐지만, 아기는 병원 치료에도 같은 해 7월 26일 숨졌다. 병원 관계자는 엘 디베이트와의 인터뷰에서 “아이 몸의 상당 부분이 개미에게 먹혀 찢어지고 상처가 나 있었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또 “아이가 보름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해 영양실조에 걸렸고, 머리에서 발견된 커다란 상처는 생후 2개월쯤 됐을 때에 누군가 고의로 높은 곳에서 떨어뜨려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멕시코 경찰은 헤르난데즈가 경찰 심문에서 “애가 죽었으면 하고 바랐다”, “내 인생의 커다란 짐이 사라져 행복하다”고 말했으며, 자신의 죄를 뉘우치기는커녕 오히려 잘 됐다는 태도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멕시코 법원은 아기 엄마 헤르난데즈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30년 징역형과 1500만원의 벌금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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