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월드 아레나 경기장에서 공화당 지역 경선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콜로라도에서 도널드 트럼프를 제치고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테드 크루즈 후보가 참석해 대회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도널드 트럼프측은 대변인이 대신 연설을 했는데, 이는 트럼프가 콜로라도의 분위기를 짐작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날 모인 공화당 후보 및 관계자들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에 맞서 이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는 공화당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로 버니 샌더스보다는 힐러리를 점치고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비교적 윤곽이 분명히 드러나고 있는 민주당과는 달리, 아직 공화당의 대선후보는 쉽사리 점쳐지지 않고 있다. 물론 현재 트럼프가 1위를 달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의 도가 지나친 발언들은 공화당 내에서도 테드 크루즈를 밀 수 밖에 없는 원인으로 분석된다. 만약 미국 공화당 대선 선두주자 도널드 트럼프가 정말로 대통령이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지난 주말 보스턴 글로브 일간신문은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을 가정하고 1년 후에 벌어질 정치, 군사, 외교, 경제적 사건을 담은 가상 신문을 제작했다. 이 신문은 지금으로부터 1년 뒤인 2017년 4월 9일 일요일자로 작성되었다. 지면의 머리기사는 ‘이민자 추방 곧 시작’인데, 트럼프가 만들 미국의 끔찍한 미래를 신랄하게 풍자했다. 내용은 대충 이렇다. 이민세관국 병력을 3배로 늘리고, 백악관을 지키기 위한 병력을 최대한 동원하며, 머리가 핑핑 돌도록 신속하게 불법 이민자를 추방시키는 것이다. 또, 이 기사는 트럼프를 공개 지지한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를 법무장관으로, 벤 카슨 참모 출신인 조지 파파도폴로스는 특별 고문으로 지칭하고 있다. 또, 트럼프와 TV 토론에서 설전을 펼쳤던 폭스 뉴스 앵커 메긴 켈리는 백안관에 출입이 정지된 인물로 묘사되어 있다.  군사 정책에서도 큰 혼란이 빚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군, 이슬람국가(IS) 대원 가족 사살명령 거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는 IS 무장대원의 친인척을 모두 죽이라는 명령을 거부한 군인 2명의 이야기를 인용해 백악관과 미군 사이의 갈등을 전했다. 또 다른 기사에서는 트럼프가 자신의 애견인 샤페이에 중국 퍼스트레이디 펑리위안의 이름을 붙인 사실을 트위터에 올려 미국과 중국의 외교관계가 악화한 사실이 보도됐다. 트럼프는 “왜 펑 여사가 기분 상해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귀여운 강아지를 좋아하고 여성을 사랑한다. 독일산 개인 로트와일러에 메르켈 이름을 붙였던 것과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중국과 멕시코에 대한 관세를 각각 45%, 35%까지 올리면서 무역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도 보도됐다. 이 영향으로 다우 존스 지수는 2017년 3월 3일 16,520에서 24일 9,912까지 떨어지는 등 전세계 증시가 폭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새로운 명예훼손 법안이 통과돼 언론의 목을 죄고 있다는 소식과 트럼프가 1385년 된 이슬람 종파 갈등을 없앤 공로로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를 수도 있다는 기사도 실렸다. 이는 트럼프의 강도 높은 반이슬람 정책이 오래 반목하던 두 종파를 똘똘 뭉치게 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어 보스톤 글로브지는 ‘공화당은 트럼프를 막아야만 한다’는 사설을 싣고 이 유례없는 가상기사가 트럼프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였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을 경고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며칠 전에도 여행객을 포함한 모든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불허해야한다는 말을 내뱉은 트럼프의 막말 퍼레이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 가운데 그가 연설 중 ‘한국은 미쳤다’라며 한국 비하를 담은 발언도 그냥 넘어가서는 안될 일이다. 트럼프는 지난해 유세 중 일자리 만들기를 강조하며 “한국은 미쳤다(crazy)”고 말한바 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 선시티에서 열린 유세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하루에 수십억 달러를 벌면서도 무슨 문제가 생기면 우리 군대가 해결해줘야 한다”고 말한 뒤 “한국도 그렇다. 그들은 미국에서 수십억 달러를 벌어 간다. 한국은 미쳤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한 것에 비해 한국은 우리가 하는 것에 새발의 피만큼 하고 있다”고 막말을 해댔다. 뉴햄프셔에서 주한미군과 관련해 한국계 대학생의 질문을 받았을 때에도 “한국의 비용 부담은 푼돈(peanut)이다”고 했다. 이는 기업가인 트럼프가 한미 안보 동맹을 잘 모르고 내놓은 발언인 것임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을 위한 분담금으로 매년 1조 원에 가까운 돈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트럼프의 한국 비하 발언은 한두번이 아니었다. 지난해 6월 한미 FTA 관련 발언을 보면 “한국은 한국 대기업에 유리한 법률을 적용하고 있어 미국 기업의 한국 진출은 사실상 힘들다”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시정을 촉구한 바 있다.

        여성 비하 발언도 만만한지 않다. 지난해 8월 열린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TV 토론회에서 토론 진행자인 여성 앵커 메긴 켈리는 트럼프가 과거 트위터에서 여성을 뚱뚱한 돼지, 개, 지저분한 것, 그리고 역겨운 동물로 언급한 점을 지적하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트럼프는 “당신이 좋아하지 않으면 다시는 하지 않는다. 미안하다.”라며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빠져나갔다. 하지만 트럼프는 TV 토론 하루 뒤인 CNN과 인터뷰에서 “그녀의 눈에서 피가 나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고 그녀의 다른 어딘가에서도 피가 나오고 있었을 것”이라며 켈리가 월경 탓에 예민해져서 자신을 괴롭힌 것이 아니냐는 암시를 해 비난이 일었다. 마지막으로 보스톤 글로브는 “이번 선거가 끝난 후 공화당은 트럼프가 어떻게 해서 이 정도로 득세했는지에 대해 뼈저리게 자문해야 할 것”이라면서 “지금이라도 공화당원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트럼프의 진로를 막아야 하며 선동꾼의 위험을 받아들이느니 원칙을 어기더라도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인물을 뽑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이는 트럼프의 막말 퍼레이드에 힘을 실어준 주변인을 질책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대학시절 시위 준비를 모두 마쳤는데, 전경이 출동하지 않아 시위를 포기했을 때가 있었다. 우리끼리 하면 시위의 규모가 작아질 뿐만 아니라 별로 알아주지 않기 때문에 기운이 빠진다. 그래서 전경이 출동하지 않으면 오히려 해산하는 경우가 많았다. 즉 모든 일은 응답이나 혹은 동조를 하지 않으면 자연스레 사그라들게 되어 있다. 우리 주변에도 제멋대로 계속해서 막말을 해대는 이들이 있다. 이유는 이런 막말을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트럼프의 막말을 우리가 더 이상 들어주지 않는다면 그의 존재감도 그만큼 사라지지 않을까. 그리고 이런 막말을 심판하기 위해서라도 시민권자들은 적극적으로 참정권을 행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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