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필리핀·바누아투 등 환태평양 조산대서 강진 잇따라

         일본 구마모토 현을 강타한 규모 6.5의 강진으로 최소 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같은 날 필리핀과 바누아투 등 환태평양 조산대에서 잇따라 강진이 발생하면서 초대형 지진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른바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서는 지난 14일 밤 구마모토 현 강진이 일어나기 전후에도 남태평양 바누아투공화국에서 규모 6.0, 필리핀에서 규모 5.9의 강진이 잇따라 일어나는 등 불과 48시간 사이에 강진이 네 차례나 발생했다. 과학자들은 이 같은 잦은 지진 현상이 이 지역에서 보다 강력한 지진의 전조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익스프레스가 15일 전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불의 고리'에 속한 바누아투공화국에서는 이번 주 들어서만 네 차례의 지진이 발생했으며 지난 주에도 규모의 6.4의 강진이 일어나는 등 최근 들어 지진이 잦아지는 추세다. 또 15일 오전 2시20분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 해안에서도 규모 5.9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날 발생한 지진까지 포함하면 최근 석 달 반 사이에 아시아 전역에 걸쳐 큰 지진이 9차례나 발생한 셈이다. 과학자들은 올해 초부터 남아시아와 태평양에 걸쳐 평년보다 높은 횟수의 지진이 일어난 점을 감안할 때 특히 히말라야 지역에서 작년 8천명의 사망자를 낸 네팔 강진보다 더 강력한 지진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콜로라도대 지질학자인 로저 빌햄은 "현재 여건상 규모 8.0 이상의 강진이 최소 4차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 같은 지진이 지체된다면 수세기 동안 가중된 압력 때문에 더 재앙적인 메가톤급 지진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인도 국립재난관리연구소(NIDM)도 북동부 산악지역에서 지질구조상 히말라야판과 인도-버마판이 충돌해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 지역 전체에 강진 발생 위험이 높다고 관측했다. 이번에 강진이 발생한 일본의 경우에도 지난 2011년 2월 역시 '불의 고리'에 속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200명 가까운 사망자를 낸 지진이 발생한 지 17일만에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경험이 있어 환태평양 조산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크라이스트처치 지진 당시 호주의 지진 전문가 케빈 맥큐 교수는 "지질활동은 예측이 불가능하지만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며 더 큰 지진을 불러올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일본  지진에도 사재기 안하는 이유
“내가 많이 사면 다른 사람 굶어”

         18일 오전 6시 일본 규슈 구마모토시 주오구 편의점. 해가 뜨기 전인데도 매장 안에 주민 10여 명이 줄을 서있었다. 식수와 빵·오니기리(주먹밥) 등 비상 식량을 사기 위해서였다. 전날에 비해 물품이 크게 늘었지만 저마다 봉지 한 두 개를 손에 들고 편의점을 나섰다. 주부 다나카 유코38)는 “전기와 수도·가스 공급이 끊겨 집에서 밥을 할 수 없게 돼 네 식구가 먹을 생수 네 병과 오니기리 여덟 개를 샀다”고 말했다. “왜 식료품을 더 구입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제가 많이 사면 다른 사람들이 아침을 못 먹게 되잖아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이틀 전까지만 해도 편의점과 식당들이 문을 닫아 힘들었는데 그나마 다행”이라고 웃었다. 지난 16일 규모 7.3의 2차 강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미나미아소무라의 도카이대 체육관 앞. 배급을 담당하는 50대 여성 다케하라 이치코는 “한정된 식료품을 1000명에게 나눠주는 것이 무척 힘들었지만 대학생들이 노인과 아이들에게 많이 양보해 힘든 시간을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으로는 강진에 따른 도로 단절과 다리 붕괴로 구호 물자가 제때 도착하지 않고 있다. 이곳의 한 중학교 피난소에선 십시일반의 자급자족으로 극한 상황을 넘기고 있었다. 주민들이 서로 조금씩 나눠 가져온 식재료로 만든 주먹밥과 소바로 허기를 달래기도 했다. 집이 부서져 온 70대 남성은 “먹을 것이 적었는데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구마모토에선 비영리법인(NPO)을 비롯한 각종 단체의 자원봉사도 본격화됐다. 재해시 생존율이 크게 떨어지는 시점인 72시간 골든타임이 다가오면서 구마모토현에서는 매몰된 주민들을 살리기 위한 수색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16일 오전 1시 25분 시작된 2차 강진으로 산사태가 집중된 미나미아소무라에서는 18일 오전 비가 내리는 가운데 자위대·경찰·소방당국의 합동 수색이 재개됐다. 가와요 지구 산사태 현장에서 오후 늦게 피해자 1명이 추가로 수습되어 현재 행방불명 주민은 8명,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43명이다. 72시간이 경과하는 19일 새벽까지 10시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2500여명이 수색에 투입됐다. 구마모토현 마시키마치에서는 붕괴된 주택에 갇혔던 일가족 5명이 SNS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고 NHK가 18일 보도했다. 이곳에서는 지난 16일 강진으로 집이 무너지며 일가족 5명이 매몰됐다. 대학생인 큰 아들(19)이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으로 “집에 깔렸다”, “도와달라”는 메시지를 지인들에게 보냈다. 메시지를 받은 지인들은 소방대원들과 함께 그의 집으로 달려가 1시간 동안의 사투끝에 일가족을 구했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