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디 스톨라드라는 어린 소년이 있었다. 그 아인 수업 시간에도 늘 멍한 눈빛으로 의자에 쭈그리고 앉아 있곤 했다. 그가 입을 열 때는 선생님이 출석을 부를 때뿐이었다. “예” 그 한 마디를 끝으로 그는 하루 종일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옷을 입는 것도 엉망이었다. 1년 내내 같은 옷이었고 심지어 옷에서 역겨운 냄새까지 났다. 반 친구 중 누구도 그를 가까이 하려 들지 않았다. 시험을 보아도 맞추는 문제는 거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은 늘 하던 것처럼 시험지 맨 위에 빵점 표시를 하려다가 불현듯 이상한 생각이 들어 테디의 학생 기록부를 찾아 보았다. 그리고 적잖이 놀랬다. 1학년 선생님이 쓴 기록은 이러했다. “착한 아이. 미래가 보인다. 하지만 가정 환경이 불우하다.” 2학년 선생님은 이런 테디에 대해 이런 평가를 했다. “조용하고 폐쇄적이다. 엄마가 불치병을 앓고 있다.” 3학년 기록은 테디의 가정 상황이 더 악화된 것을 보여주었다. “다른 학생들에 비해 한참 떨어진다. 올해 엄마가 돌아가셨다. 아빠는 무관심이다.” 4학년 때는 이런 기록이 적혀 있었습니다. “미래가 없다. 아빠는 집을 나가셨다. 테디는 현재 이모 집에서 몹시 구박을 받으며 살고 있다.” 5학년 때 담임을 맡았던 톰슨 선생님은 테디의 점점 악화된 가정 환경을 보면서 그를 좀 더 주의 깊게 보기 시작했다.

          어느 새 크리스마스가 돌아왔다. 아이들은 제각기 선물을 들고 학교에 왔다. 테디만 빼놓고 모두 예쁜 포장지에 선물을 정성스럽게 쌓아서 가지고 온 것다. 하지만 테이프로 볼썽사납게 봉한 테디의 선물에는 “테디가 톰슨 선생님께”라고 써 있었다. 선생님은 학생들 앞에서 선물을 하나씩 펴보면서 연신 감탄사를 터뜨렸다. 드디어 테디가 가져온 선물을 개봉할 차례가 되었다. 테이프로 막 감아 놓은 갈색 봉지를 뜯자 가짜 다이아몬드 팔찌와 싸구려 향수병이 나왔다. 팔찌는 그나마 알이 대부분 떨어져 나갔고 향수병은 거의 비어 있었다. 그것을 본 학생들은 모두 웃기 시작했다. 하지만 톰슨 선생님은 자연스럽게 팔지를 해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얘들아, 예쁘지 않니? 향수 냄새도 아주 좋구나.” 그러자 웃던 아이들의 표정이 숙연해졌다.
방과후 테디는 선생님을 찾아가 머리를 긁적이며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제 선물이 마음에 드신다니 정말 기뻐요. 하루 종일 선생님에게서 엄마 냄새가 났어요. 엄마 팔찌도 선생님께 아주 잘 어울려요.” 테디가 간 후에 톰슨 선생님은 책상에 고개를 파묻고 하염없이 울었다. 하나님께 그 동안 테디에게 따뜻한 관심을 기울여주지 못한 것을 용서해 달라고 기도했다. 그리고 하나님과 같은 눈으로 엄마 없는 아이를 보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다음 날 아이들이 학교에 왔을 때 톰슨 선생님은 완전히 딴 사람이 되어 있었다. 톰슨은 별도의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 특히 테디를 개인적으로 지도하기 시작했다. 다음 해 5월 학년 말이 되면서 테디는 친구들 대부분을 따라잡았다. 그 후로 테디가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톰슨 선생님은 테디 소식을 오랫동안 듣지를 못했다. 7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날 테디에게서 짧은 편지가 왔다. “사랑하는 톰슨 선생님께, 제가 곧 고등학교를 졸업한다는 소식을 선생님께 가장 먼저 알려 드리고 싶었어요. 반에서 2등으로 졸업해요. 사랑하는 제자 테디 스톨라드 올림” 그로부터 4년 후 다시 편지가 왔다. “사랑하는 톰슨 선생님께, 과에서 1등으로 졸업한다는 소식을 선생님께 가장 먼저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대학생활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그래도 너무 좋았어요. 사랑하는 제자 테디 스톨라드 올림” 또 다시 4년 뒤 톰슨 선생님을 감동으로 울리는 편지가 도착했다. “사랑하는 톰슨 선생님께, 제가 닥터 스톨라드라는 사실을 선생님께 가장 먼저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멋지죠? 제가 곧 결혼을 하게 돼요. 그 결혼식장에서 선생님께서 제 어머니 자리에 앉아주셨으면 해요. 선생님은 제게 가족만큼 가까운 분이시잖아요. 사랑하는 제자 테디 스톨라드 올림”

          가치를 아는 능력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은사 중에 하나다. 가치가 반드시 누군가 알아주고 믿어줄 때 그것이 밖으로 드러나도록 되어 있다. 사람들은 테디의 겉모습만 보고 그가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여겼을지 모른다. 테디 역시 자기는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느끼면서 어린 시절을 자라왔다. 하지만 톰슨 선생님이 자기를 알아주기 시작하자 그 안에 내재되어 있던 가치가 발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수도원에서 놀라운 환대를 받은 가난한 떠돌이에 관한 옛날 이야기가 있다. 수도원 식구들은 그 떠돌이에게 산해진미를 차려주고 가장 좋은 방에서 묵게 했다. 그가 원래 입고 있던 넝마를 벗기고 새 옷으로 갈아 입혔다. 수도원 식구들의 환대에 너무 놀란 떠돌이는 마치 자기가 천국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떠돌이가 수도원을 떠나면서 환대에 대한 감사를 표하면서 그렇게 자기를 대접한 이유를 물었다. 그때 수도원 원장이 이렇게 대답을 했다. “저희들은 혹시나 해서 모든 손님을 천사처럼 대접을 합니다. 누가 진짜 천사인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아브라함은 자기 집에 찾아온 나그네 세 사람을 지극 정성을 다해 대접을 했다. 그 나그네 중에 한 사람이 하나님이라는 사실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 하나님의 눈으로 가치를 매기자 결국 하나님을 대접하는 축복을 누리게 된 것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점점 이기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상대방을 높여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지 낮추려고 한다. 내가 그를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반드시 상대방을 누르고 주저 앉혀야 내가 이기는 사회는 불신과 비방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만나는 기대감이 생기지 않는다. 그저 적대감으로 상대방을 바라볼 뿐이다. 하지만 상대방에게 무한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으로 바라본다면 기대가 생긴다. 잘해 주고 싶다. 내가 지더라도 상대방을 이기게 해주고 싶다. 그런 사회는 건강한 사회다. 끊임없이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다. 오늘날 상대방의 가치를 아는 능력만큼 우리가 사는 사회를 치료하고 회복시킬 방법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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