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23일, 주간 포커스가 주최하는 청소년 문화축제가 열린다. 벌써 여섯번째다.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지난해는 청소년 문화축제를 열지 않았다. 불경기 속에서 이런 대형 행사를 매년 개최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보람된 뜻을 두고 기획된 행사이긴 하지만 참가자들이 예상보다 많지 않다는 것에 매년 힘이 빠졌다. 그래서 주변의 조언을 따라 2년에 한번, 격년으로 이 행사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사람의 심보가 이상한건지 매년 할 때는 모르는 척하다가 지난해 행사를 치르지 않으니까 오히려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알게 모르게 유명세를 탄 행사로 자리잡은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다. 더구나 올해 초 필자가 대표로 있는 콜로라도 한인 청소년 문화재단이 비영리 단체 승인을 받았고, 이번 6회 청소년 문화축제는 재단 설립 후 첫번째 행사라는데 의의가 크다. 10세부터 25세까지 참여할 수 있고, 자신의 장기인 노래, 춤, 클래식 악기 연주 등 다양한 부문의 참여가 가능하다. 대상 상금은 2천달러인데, 주류사회의 웬만한 큰 대회의 대상 상금도 300달러가 넘지 않는 것을 감안해 보면 우리 주간 포커스 신문사에서 개최하는 청소년 문화축제가 통 큰 축제이긴 하다.

       덴버 한인사회에는 청소년들을 위한 행사가 별로 없다. 특히 미국 사회에서 자라나는 우리 한인 청소년들이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키우고 함께 어울려 재능과 끼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기회는 전무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청소년 문화축제는 이들에게 그러한 기회의 장을 제공하는 소중한 축제임에 틀림없다. 2년전 열린 5회 청소년 문화축제에서 많은 가족들이 응원을 와서 함께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필자도 보람을 느꼈다. 우리 딸이 저렇게 멋지게 연주할 줄이야, 우리 아들이 저렇게 힘차게 노래를 부를 줄이야, 가족들은 벅찬 가슴을 부여잡고 힘찬 박수를 보냈다. 함성으로 가득 찬 행사장은 뜨거운 열기로 터질 듯했다. 학창시절 이승철 콘서트 장에서나 느꼈던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를 오랜만에 체험했다. 공연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어느새 가족과 팀원들은 하나가 되어 경쟁자에게도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공연을 마치고 난 후 참가자들은 ‘해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기특하고 멋졌는지, 당시의 감동은 오랫동안 지속됐다. 그리고 그 감동은 올해도 기대된다.

        해를 거듭할수록 참가인단과 규모가 커져가고 있다. 1회때에는 음악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 몇 명이 출연해 발표회 형식으로 진행되었고, 2회 때는 예선을 치를 정도로 열띤 경합을 벌였고, 멋진 본선 무대를 선보였다. 3회부터 5회까지는 고등학교 오디토리움을 빌려 행사를 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고, 대단한 실력의 소유자들이 대거 출전했다. 물론 예심은 더욱 치열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행사를 위해 6개월전부터 공연 장소를 물색해왔고, 오로라 학군의 레인지뷰 고등학교 내에 있는 오디토리움을 최종 낙점했다. 500 여 객석과 자체 음향 시스템을 보유해 공연장으로 손색이 없는 장소여서 벌써 4년째 사용하고 있는 시설이기도 하다. 행사 후 늘 심사평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다. 그래서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올해는 좀더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청소년 세대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심사위원단과 청중 평가단 시스템도 시범적으로 운영해볼 생각이다. 이미 클래식 부문에서는 최고 수준의 심사위원을 섭외해 놓았다. 물론 이 청소년 문화축제가 돈이 되는 사업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미래는 청소년들이다. 그래서 이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줄 수 있다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열심히 준비해 볼 생각이다. 올해도 ‘과도기’에 불과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지만 제법 규모를 갖추었다. 참가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도 더 많이 준비했고, 상품권도 마련해놓았다. 프로그램을 보강해 더욱 탄탄한 기획도 세웠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연주자들을 위한 상금 외에도 델타항공에서 한국행 왕복 비행기 티켓을 관중들을 위해 내 놓았고, 한아름마켓 상품권, 밥솥과 같은 전자제품, 타겟 상품권 등이 경품으로 준비되어 있다. 이렇게 많은 협찬을 받았다는 사실은 축제 참가자 외에도 지역사회의 관심이 얼마나 높아졌는가를 대변해주는 부분이다. 

        청소년 문화축제는 우리 아이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연습기간 동안 같은 목표를 위해 달리는 동료가 생길 것이고, 이로써 끈끈한 우정을 나누고,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가지게 될 것이다. 새로운 도전정신을 배우고, 이를 위한 열정을 쏟을 기회 또한 갖게 될 것이다. 나아가 청소년 문화축제는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기회가 될 것이며, 이를 통해 가족과 친지, 동포사회로부터 격려와 칭찬을 받으면서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지역 사회의 후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다행히도 지금까지 후원을 부탁한 단체나 업체에서 흔쾌히 협조를 약속해 주었다. 이런 분들이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청소년 문화축제가 가능했고, 나아가 한인사회 문화 발전의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는 것 같다. 청소년 문화축제는 콜로라도 한인사회의 유일한 젊음의 축제이다. 주최측은 예심에서부터 본선을 마칠 때까지 수많은 인력과 노력이 투입해야 한다. 그러나 이민온 우리 한인 가정에서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아이들을 키우는 일이며, 이들에게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우리 기성세대의 의무라고 여기고 고생을 감내하곤 한다. 불모지에서 피는 꽃이 더욱 아름답듯이 불모지에서 막 올라온 새싹을 큰 나무로 만들려면 풍족한 물과 정성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한인 커뮤니티 전체가 이 행사에 동참하고, 이것을 지속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 도전 정신을 심어줄 청소년 문화축제에 지역사회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혹여 ‘어린 애들 잔치’라면서, 혹은 ‘나와는 상관없는 행사’라고 치부해버리지 말고, 순수하게 한번쯤은 구경하러 오길 당부한다. 그리고 다음달 초까지 참가자 접수를 받고 있다. 주변의 재능있는 청소년들에게도 참가를 독려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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