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소행 추정”

           28일 오후 10시께 터키 최대도시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31명이 숨지고 1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AP·AFP 통신 등은 현지 언론을 인용해 베키르 보즈다 법무장관이 이날 테러로 31명이 숨지고 147명이 다쳤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터키 도안 통신은 세 차례 자살 폭탄 공격으로 최소 32명이 숨지고 88명이 다쳤으며, 사망자 중에는 경찰관 2명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앞서 터키 NTV는 바시프 샤힌 이스탄불 주지사의 말을 인용해 3명이 자살폭탄 테러를 벌여, 28명이 사망하고 60명이 다쳤다고 전한 바 있다. 다른 관리도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며 사상자 중에는 외국인 관광객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AP 통신은 터키 정부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이번 공격에 4명의 테러범이 연루됐으며 사망자가 50명에 이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보즈다 법무장관은 “테러리스트 1명이 국제선 터미널 입구에서 칼라시니코프 소총으로 총격을 가한 후 자폭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테러범들이 공항 터미널 입구에서 경찰의 총격을 받고 폭발물을 터뜨렸다고 전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괴한들이 공항 입구 X-레이 보안 구역에 들어가기 전에 자폭했다고 말했다. 한 목격자는 두 차례 폭발음이 들린 뒤 총격이 있었고 세 번째 폭발이 일어났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오후 10시 30분 현재 한국인 부상자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한국에서 출발한 국적기는 없었다. 평소 인천발 국적기는 오후 4시 이후에 이스탄불에 도착한다. 국내 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오늘 인천발 이스탄불행 항공기가 없는 날이고, 아시아나항공은 일정이 취소됐다”고 말했다. 현장 영상과 사진에는 강력한 폭발력을 보여주듯 천장 패널 수십 장이 바닥에 떨어져 있고 파편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테러 배후를 주장하는 단체는 아직 없지만, 경찰은 이슬람국가(IS)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고 도안 통신은 보도했다.  일각에선 IS가 ‘건국 2주년’(6월 29일)을 앞두고 테러를 저질렀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IS는 자칭 건국 1주년을 앞둔 시점에 프랑스와 튀니지, 쿠웨이트에서 동시다발 테러를 저지르기도 했다. 아타튀르크 공항은 유럽 내 3위, 세계 11위 규모의 대형 공항이다. 이번 테러는 올해 들어 이스탄불에서 발생한 네 번째 대형 테러다. 최근 터키에서는 쿠르드 분리주의 무장세력인 쿠르드노동자당(PKK) 또는 이슬람국가(IS)의 소행 테러가 잇따르고 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가 결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24일 일본의 산업용 센서 제조업체인 오프텍스(OPTEX)의 히가시 아키라 이사는 "현재로선 향후 유럽 정세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체 매출의 3분의 1이 유럽에서 나오는 이 회사는 브렉시트로 더 이상 엔저 효과를 보기 어려워졌다.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겠다는 브렉시트 결과가 나오자 정작 울상이 된 나라는 일본이었다. 엔화 환율이 2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장중에 달러당 100엔 아래로 떨어지고(엔화 가치 상승), 엔고로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증시에선 주가가 8% 가까이 폭락했다. 2012년 말 집권한 아베 신조 총리가 4년간 200조엔을 풀어 떨어뜨린 엔화 가치가 4시간 만에 제자리로 돌아갔다는 말까지 나왔다. 2008년 9월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미국발 금융 위기가 닥쳤을 때도 엔화 환율은 초강세를 보여 달러당 100엔대에서 80엔대로 급락했다. 한국은 위기가 오면 환율이 오르는 통에(원화 가치 하락) 경기 회복에는 도움이 된다. 하지만 위기 때마다 글로벌 시장에서 엔화의 인기가 치솟는 바람에 정작 일본 경제는 동네북처럼 '엔고'로 두드려 맞아 경기 회복이 늦어진다. 시장이 요동치면 글로벌 투자자들이 엔화를 피난처로 삼는 게 일본의 경기 회복엔 '독'이 되는 것이다.
◇빚더미 일본의 엔화가 안전 자산?
언뜻 보기엔 엔화가 '안전 자산'이라는 말은 믿기 어렵다. 일본은 1990년대 이후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불리는 불황기를 겪고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을 펑펑 쓰다 보니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50%에 육박한다. 작년 9월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가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을 A+로 한 단계 강등했을 정도다. 그러나 위기 때 잠시 대피할 목적으로 엔화를 사는 글로벌 투자자들은 일본 정부 빚만 보고 엔화를 평가하지는 않는다. 일본은 1991년 이후 25년 동안 세계 1위의 대외 순 채권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빚더미 위에 앉아 있을지 몰라도, 일본 기업과 가계는 그동안 수출로 벌어들인 돈을 해외에 엄청나게 빌려주고 투자해 놓고 있다. 작년 말 현재 일본의 순 대외 채권액(대외 채권에서 채무를 뺀 것)은 339조엔(당시 환율로 약 2조8200억달러)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2위 독일(1조6200억달러), 3위 중국(1조6000억달러)의 1.5배가 넘는다. 위기 때 비상금인 외환보유액도 지난 4월 현재 1조2625억달러를 갖고 있어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보유국이다. 외환보유액의 원천이 되는 경상수지는 1981년 이후 줄곧 흑자다. 작년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는 16조4120억엔으로 전년(3조8800억엔)보다 4배 증가했다.
◇엔화는 3대 국제통화로 24시간 거래
게다가 엔화는 국제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2013년 거래 비중 43.5%), 유로(16.7%)에 이어 셋째(11.5%)로 많이 거래된다. 24시간 거래되는 시장도 있다. 엔화를 샀다가 위기 때 돈이 묶일 염려가 없다.
또 일본의 금리가 낮아 속칭 '와타나베 부인'이라고 불리는 일본의 개인 투자자 등은 엔화로 빌려 해외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를 많이 한다. 일본이 불황이라 계속해서 초저금리를 유지하기 때문에 가능한 거래다. 그런데 국제 금융시장에 위기가 오면 이들이 해외 투자금을 회수해서 엔화로 다시 바꾸느라 엔화 수요가 늘기도 한다. 이렇듯 엔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다른 글로벌 투자자들도 시장이 출렁일 때마다 관성적으로 엔화를 찾는 것이다. 이윤석 금융연구원 국제금융연구실장은 "한국 시장은 글로벌 시장이 호황일 때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자했다가 위기 때만 되면 돈을 찾아가는 '현금 인출기' 역할을 하는데, 엔화는 정반대"라고 말했다.
◇브렉시트발 엔고 막으려 안간힘
'아베노믹스'로 엔저를 추구해 저성장에서 탈출하려는 일본으로서는 브렉시트가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는 지난 24일 달러당 100엔이 붕괴하자 "필요할 때는 확실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시장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일본 정부는 10조엔 이상을 투입하는 추가경정예산을 검토하고 있고, 일본은행은 다음 달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양적 완화 조치 등을 결정해 엔화를 더 풀어 엔화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엔저가 다시 오려면 글로벌 경제가 순항을 하거나, '안전 자산'으로서 엔화의 위상이 떨어져야 하는데, 브렉시트로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지금 상황에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죽이겠다” 두테르테 ‘협박’에 마약범 줄줄이 자수

          필리핀에서 마약범들이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당선인에게 단단히 겁을 먹은 모양이다. “마약범을 죽이겠다”는 두테르테 당선인의 30일 취임을 앞두고 전국적으로 마약상과 마약 투약자들이 줄줄이 자수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29일 전했다. 필리핀 수도권인 메트로 마닐라에서 최근 경찰의 감시 대상에 올라 있는 약 300명의 마약범이 자수했다. 이들은 행정당국의 지원으로 재활치료를 받게 된다. 필리핀 경찰 동부지구의 아리엘 아르시나스 대변인은 “이들은 범죄 용의자가 아닌 피해자로 대우받는다”며 처벌보다는 재활을 중시했다. 중부 일로일로 주의 칼레스 마을에서도 마약범 30여 명이 자수했다. 한 마약범은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 죽는 것이 두렵다”며 “다시는 마약에 손대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마을의 테렌스 폴 아나 경찰서장은 “자수해도 마약 기록은 지워지지 않는다”며 “범죄에 다시 빠져들지 않도록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부 디고스 시에서는 약 130명, 삼보앙가 시에서는 40여 명의 마약범이 자수했다. 삼보앙가 시의 경우 자수범 가운데 23명이 마약상으로, 3명은 현지 경찰의 긴급 수배 대상 10명에 들어있었다. 팡가시난 주의 한 해변 마을에서는 마약 중독자와 마약상 등 약 500명이 마약 중단을 서약했다. 처음에 서약을 거부하던 일부는 TV에서 마약 용의자가 사살되는 모습을 본 이후에 마음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두테르테 당선인이 “마약상을 죽여도 좋다”며 경찰과 군의 대대적인 단속을 주문하고 최근 단속 과정에서 사살되는 마약 용의자가 속출하자 마약범들이 겁을 먹고 자수하는 것으로 보인다. 두테르테 당선인은 “마약 중독자는 결국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에 죽는 게 낫다”, “마약에 즉각 대처하지 않으면 멕시코처럼 될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력한 마약 퇴치 의지를 보인다. 두테르테식 범죄 소탕에 대해 총기 남용과 마약 용의자 즉결처형을 우려하는 인권단체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강력 범죄 근절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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