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증의 계절이다. 이달 초엔 강원도 고성의 한 부대에서 훈련병이 행군 도중 탈수로 숨지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갈증 해소·탈수 예방·건강·장수를 위해 우리가 하루에 섭취해야 할 수분의 양은 2.4∼3L. 세 끼 음식에 든 약 1L의 수분을 빼면 1.4∼2L는 물을 포함한 각종 음료를 통해 매일 보충해야 한다. 심한 운동·노동을 하거나 땀을 많이 흘린 날엔 이보다 수분 요구량이 훨씬 증가한다. 요즘은 물 외에 커피·녹차·술 등 마실 거리가 다양해졌다. 갈증을 푸는 최선의 수분 섭취법을 알아보자.

잠자기 2시간 전에 마셔야 흡수 잘돼
목이 마르다고 해서 물을 술처럼 ‘원샷’하는 것은 곤란하다. 매 1시간마다 한 컵(200mL)가량 마시는 것이 적당하다. 한 컵의 물도 3분에 걸쳐 천천히 마신다. 자는 도중 혈액이 걸쭉해지는 것을 막는 데는 취침 전에 마시는 물 한 컵이 그만이다. 이때 잠들기 바로 직전에 마시는 것은 피한다. 수면 중엔 위가 ‘휴식 모드’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헬스 프렌들리’한 음용 시점은 잠들기 2시간 전이다. 이때는 위가 깨어 있어 수분 흡수가 원활하다.

식사 중엔 물을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소화액이 묽어져서 소화가 잘 안 될 수 있어서다. 냉수는 장 운동을 촉진해 변비 예방에 효과적이다. 그러나 과민성 대장증후군 등 장이 예민한 사람은 미지근한 물이 현명한 선택이다. 물은 갈증을 느끼기 전에 마시는 것이 기본이다. 갈증은 의외로 둔한 감각이기 때문이다. 한양대병원 신장내과 김근호 교수는 “갈증을 느끼면 몸은 이미 탈수 상태”이며 “특히 갈증 감각이 떨어지는 노인은 시간을 정해놓고 물을 마실 것”을 추천했다.

땀 흘린다고 소금 먹다간 탈수 가능성
성인이 평상시 흘리는 땀의 양은 하루 약 600~800mL다. 운동 중엔 시간당 750∼1000mL까지 배출된다. 게다가 날씨까지 덥다면 시간당 2L 이상이다. 땀을 많이 흘리면 대개 ‘소금 보충’을 떠올린다. ‘땀은 짠 것’이라는 고정관념 탓이다. 땀이 마르면 살에 하얀 소금기가 남기도 한다. 그러나 땀의 염도는 혈액보다 낮으며 묽은 소금 정도다.

경희의료원 신장내과 이태원 교수는 “땀을 흘리면 염분보다 수분이 더 많이 손실된다”며 “혈액 속의 염분 농도는 오히려 더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땀을 많이 흘렸을 때 소금을 보충하면 혈액 속의 염분 농도는 더욱 높아진다. 결국 세포 내 수분이 세포 밖으로 빠져나가 세포가 탈수 상태에 빠지게 된다. 뇌세포의 탈수가 심해지면 전신 쇠약감·무기력 증세를 보인 뒤 심하면 경련·혼수에 빠진다.

맥주 들이켜면 되레 갈증 심해져
갈증을 풀기 위해 물 대신 맥주를 찾는 사람도 많다. 도움이 될까? 아니다. 오히려 갈증을 악화시킨다. 과음한 당일 밤이나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난 뒤 심한 갈증을 느끼는 것은 이래서다.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박경채 교수는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은 이뇨 효과가 있어 우리 몸에서 수분을 빼앗아 간다”며 “술은 탈수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음주로 인해 탈수가 악화되면 갈증이 더 심해지고 몸에서 칼륨이 소실돼 근육 경련·어지럼증·실신 등이 유발될 수 있다. 과학적인 뒷받침은 아직 부족하지만 음주한 뒤 물을 세 컵(600mL)가량 마시면 숙취가 줄어든다는 주장도 있다. 술을 갈증 해소용으로 마셔서는 안 되는 이유가 또 있다. 알코올 1g당 7㎉의 열량을 내기 때문이다. 애주가 중에 비만한 사람이 많은 것은 이래서다.

주스·스포츠음료, 당분 있어 목 더 말라
오렌지주스·포도주스 등 과일주스는 갈증을 유발할 수 있다. 주스에 함유된 당분이 혈당을 높이고 이를 묽게 하기 위해 우리 몸은 더 많은 수분을 요구한다. 갈증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특히 주스의 농도가 진할수록 갈증은 더 심해진다. 주스는 가급적 생과일을 직접 갈아서 30분 이내에 섭취한다. 시간이 오래되면 비타민C가 산화돼 항산화 효과가 떨어져서다. 1시간 이내로 가볍게 운동한다면 물만 마셔도 충분하다. 그러나 장시간 운동·노동으로 땀을 많이 흘리면 수분 외에 전해질이 과다 배출돼 전해질 부족이 올 수 있다. 이때는 전해질이 보충된 스포츠음료(이온음료)가 추천된다.

건국대병원 가정의학과 임열리 교수는 “스포츠음료는 운동 후 땀으로 소실된 전해질과 수분을 동시에 보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나 “당분이 들어 있어 물보다는 갈증 해소 능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과량 섭취하면 당분 섭취가 늘어 혈당이 올라가고 혈중 전해질 농도가 증가, 오히려 갈증이 심해진다.

커피·차·탄산음료, 수분 몸에서 빼내
커피·차·탄산음료·드링크. 카페인이 들어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우리가 하루에 섭취하는 카페인의 4분의 3은 커피에서 얻는다. 콜라 등 탄산음료의 캔당 카페인 함량은 20㎎ 이상이다. 녹차에도 카페인이 소량(티백 하나에 15㎎) 들어 있다. 피로회복제로 팔리는 드링크의 ‘반짝 효과’는 카페인 덕분이다. 따라서 넷은 갈증 해소에 별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갈증 유발에 기여할 수 있다. 카페인의 이뇨 작용 탓이다. 이들을 즐겨 마시면 체내 수분이 소변으로 빠져나간다. 커피·녹차를 마시면 화장실에 자주 가게 되는 것은 이래서다. 탄산음료는 톡 쏘는 맛은 있으나 장내 흡수는 잘 되지 않는다. 예상 외로 체내 흡수가 느리다. 빠른 갈증 해소를 원하는 사람에겐 ‘답답한’ 음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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