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한미 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확정됐다. 그리고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다. 배치 장소로 결정된 경북 성주는 절규를 하고 있다. 성주군민들의 분노엔 ‘하고많은 지역 중에 왜 우리 고장이냐’는 억울함에다 전후 과정의 설명이 없었던 황당함이 깔려 있을 것이다. 전자파 괴담까지 나돌고 있다. 인터넷에선 ‘사드 참외’란 말이 등장했고 ‘사드 레이더 5.5㎞ 이내엔 사람이든 참외든 치명적’이란 소문도 확산되고 있다. 사드가 배치될 지역은 그야말로 죽음의 대지가 될 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조성되었다. 정치권의 책임도 덜할 게 없다. 사드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주민 설득에 앞장서야 할 새누리당 대구·경북 지역 의원 21명은 “전자파의 진실을 제대로 밝히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15번으로 공천된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대표는 사드 배치에 대해 미국의 중국 정찰 목적을 주장하고 중국의 경제보복론을 부각시켰다. 문재인 전 대표는 사드 배치 결정의 재검토를 뒤늦게 요구했다. 한·미 당국이 배치 지역까지 발표한 마당에 그가 사드 반대쪽에 가세해 국론 분열은 더욱 격화되는 모양새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참석한 성주 주민 설명회 자리는 욕설과 물병, 계란들이 난무했다. 설명회는 30분 만에 난장판으로 변질됐고, 황 총리 일행은 몇 시간 동안 미니버스에 갇혔다.

    사드 배치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되는 부분은 유해성이다. 미국의 육군 교범에도 3.6km까지는 허가받지 않은 사람의 출입을 통제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방부는 기본적인 환경영향평가조차 하지 않겠다며 선언했고, 인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지상 안전거리는 100m이기 때문에 성주 군민은 유해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의 분노가 사그라 들지 않자 미국은 태평양 괌 기지에 배치된 사드 포대를 공개하기로 했다. 미군이 타국 민간인에게 사드 포대를 개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협의 초기 포대 공개에 난색을 표하던 미군은 한국에서 사드 배치 후보지로 선정된 지역마다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막판에서야 요청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전자파의 영향권 안에 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지는 단 한번의 측정으로 알 수 없다. 또, 국방부가 공개하겠다고 하는 괌 기지는 2013년에 배치되어 지금까지 환경영향평가를 하고 있는 곳이고 아직 그 결과가 나오지 않아 영구배치결정도 내리지 못한 곳이다.

    사드 배치의 두번째 논란은 바로 효용성이다. 사드의 효용성에 대해선 미국 내에서도 신뢰도가 높지 않다. 미국은 사드가 11번의 모의실험에서 모든 미사일을 격추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 실험은 최적의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었기에 큰 의미가 없다. 실제 발사된 미사일의 속도를 감안하면, 이를 탐지해 격추할 수 있는 능력을 사드가 갖추고 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사드는 실전에 배치된 적이 없는 ‘개발 중’인 무기일 뿐인 것이다. 그리고 사드 1개 포대는 48발의 미사일을 가지고 있는데, 이 점을 감안하면 사드 1개 포대로 북한의 공격을 막아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북한은 1000기 이상의 미사일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최소 3포대가 배치되어야 하고 100% 효용성도 아니면서 중국 감시용으로 사용될 이 사드를 굳이 배치해야 하냐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사드 배치로 치러야 할 대가는 크다. 가장 큰 문제는 외교적 문제다. 한국 정부는 사드 배치가 대중국용 미사일 방어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중국의 입장은 다르다. 사드의 탐지 레이더는 반경 1000~1800km 내에 달하며, 이는 중국의 동북부 지역을 포함한다. 중국 동북부 지역을 제 안방 드나들 듯이 들여다볼 수 있는 셈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사드의 한국 배치로 동아시아의 핵 균형이 깨졌다고 본다. 따라서 어떤 식으로든 깨진 균형을 다시 회복하려 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동아시아의 군비경쟁이 강화되고, 이는 한미일 군사동맹에 북한-중국-러시아가 맞서는 새로운 냉전 체제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에서는 벌써 우리에게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고, 러시아는 아예 한국에 대한 ‘군사적 대응’까지 언급했다. 오히려 북핵 문제의 해결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대북 제재에는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가 결정적이나, 한미일이 동맹을 과시하는 이상 두 나라는 북한을 다시 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은 공염불처럼 이어 왔다. 그러나 실상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거의 방치된 상태였다. 이제 북한은 핵 보유국의 위상과 능력을 갖추고 괌을 넘어 미국 본토에까지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이때 궁여지책으로 나온 것이 사드의 한국 배치였다. 찬반 열기가 뜨거웠지만 그것이 핵무기 공격으로부터 한국민의 안전을 지켜내고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는 최적의 수단이라면 누구도 반대할 명분이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유사시 북한은 핵·화학 탄두 미사일로 국군·미군의 주요 시설을 가장 먼저 공격할 것이 명백하다. 사드 배치는 이 위협을 조금이라도 더 막아보자는 조치다. 누구의 개인적 이익을 위한 것도 아니고 오직 국토와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고비용의 사드가 과연 북한의 핵무기 공격을 효율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사드 배치가 참으로 한국의 안보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인지를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득보다 실이 많은 사드를 선택한 정부는 논란의 본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요격 성능도, 전자파도 아니다. 사드 배치 지역도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처음 사드 도입을 주장하면서 꺼냈던 한번도 비핵화와 북한의 핵포기를 이끌어낼 수 있느냐 하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사드를 도입하는 목적이 달성되는 것이다. 외교적으로 우리는 미중일러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갖고 균형을 유지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사드 도입으로 인해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구도를 선택한 것이 과연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인지 정부는 답해야 한다. 6자회담이나 유엔에서도 중국과 러시아를 등지고 성과를 낼 수 있을지도 답해야 한다. 그리고 사드의 도입을 통해서 사실상 미국의 MD 체제에 편입되는 것을 공인한 것이 옳은 선택인가에도 국민에게 답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대한 정확한 답변만이 대한민국 국민들의 공분을 잠재우고, 동시에 중국과 러시아의 형식적인 이해라도 얻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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