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지난 21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리우 올림픽은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제1회 근대 올림픽이 열린 이후 120년 만에 처음으로 남미 대륙에서 열렸다. ‘새로운 세상(New World)’을 슬로건으로 내건 이번 대회에는 특히 세계 난민으로 구성된 ‘난민 올림픽팀(Refugee Olympic Team·ROT)’이 사상 처음으로 참가해 의미를 더했다. 한국 선수단은 금메달 9개, 은메달 3개, 동메달 9개를 수확했다. 4년 전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 13개,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를 따내며 종합 5위에 오른 것을 생각하면 이번에는 다소 부진한 성적이긴 하다. 역대 최강 전력이라고 평가받았던 유도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후 16년 만에 ‘노골드’에 그치며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로 마감한 것이 뼈아팠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부터 베이징 대회를 제외하고 매번 금메달을 땄던 레슬링도 동메달 1개만을 획득하면서 금맥이 끊겼다. 단체 구기종목에서 44년 만에 메달 획득에 실패한 것도 아쉬운 부분으로 꼽힌다. 금메달을 기대했던 배드민턴도 동메달 1개에 머물렀다. 하지만 그들이 최선을 다한 모습을 보았기에 더 이상의 비난은 없어야 한다. 그래도 대한민국은 종합 8위에 오르면서 2004년 아테네 올림픽부터 이번 올림픽까지 올림픽 4회 연속 종합 10위권 내 진입에 성공하지 않았는가. 양궁은 올림픽 최초로 전 종목(남녀 개인전·남녀 단체전) 석권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며 ‘효자 종목’의 면모를 이어갔으며, 펜싱에서는 한국 남자 에페에 첫 올림픽 금메달을 선사한 박상영이 금맥을 이었고, 사격의 진종오는 대역전 드라마를 만들어내며 50m 권총에서 금메달을 따내 사격 역사상 최초로 개인종목 3연패를 달성했다. 112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복귀한 골프에서는 ‘여제’ 박인비가 금메달을 추가했다. 메달 레이스 후반에 가세한 한국 태권도는 5인방도 모두 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통의 ‘스포츠 최강국’ 미국은 금메달 46개, 은메달 37개, 동메달 38개 등 총 121개의 메달을 쓸어 담아 종합우승을 거머쥐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중국에 종합우승을 내줬던 미국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이어 이번 올림픽에서도 정상에 섰다. 미국에 사는 우리로서는 이 또한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영국은 금메달 27개, 은메달 23개, 동메달 17개를 따 종합 2위에 올랐다. 중국이 뒤를 이었다. 차기 하계올림픽 개최국인 일본은 금메달 12개, 은메달 8개, 동메달 21개로 종합 6위에 올랐고, 금 2개, 은 3개, 동 2개를 따낸 북한은 종합 34위로 대회를 마쳤다. 국가 순위를 떠나 이번 올림픽에는 갖가지 기록들이 주목받을 만하다. 첫번째 주인공은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하는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이다. 그는 개인혼영 200m, 접영 200m, 계영 400m·800m, 혼계영 4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5관왕에 등극, 대회 최다관왕의 영광을 누렸다. ‘인간 번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이어 육상 남자 100m·200m·400m 계주 금메달을 쓸어 담아 육상 단거리 3연속 3관왕이라는 ‘불멸의 기록’을 썼다. 올림픽 최초로 전 세계 난민 선수들이 한 팀을 이룬 난민팀은 비록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그들의 열정은 큰 주목을 받았다. 우사인 볼트를 위대한 선수라 칭하는 이유는 결함을 이겨냈기 때문이다. 우사인 볼트는 육상선수로는 치명적인 척추측만증을 지니고 있다. 척추가 휘어 왼쪽 어깨가 올라가는 신체적 결함이다. 2005년 세계선수권대회 때는 달리다가 척추 통증에 못 이겨 걸어간 적도 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재활운동을 통해 다른 선수보다 한걸음에 20cm가 긴 특수한 보폭을 개발해냈다고 한다.

        또하나의 세계적 선수인 마이클 펠프스도 장애를 가졌었다. 그는 청소년 시절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앓고 있었다. 이 증세가 완전히 고쳐지지 않아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는 ID를 숙소에 두고 경기장에 오는 등 덤벙대는 바람에 미국 수영선수 48명 가운데 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하는 선수가 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와 코치는 펠프스를 포기하지 않고 격려하면서 수영을 계속시켰다. 그리고 이들은 12년에 걸쳐 3개의 올림픽에 계속 출전하며 금메달을 휩쓸었다. 우리에게는 박인비 선수 또한 위대한 선수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112년 만에 열린 올림픽 무대에서 여자 골프 최강국이 한국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 시켰다. 박 선수는 부상과 부진을 털어내고 전 세계 남녀 선수 중 최초로 ‘커리어 골든 슬램’(올림픽 우승+4대 메이저 대회 제패)을 달성한 선수가 됐다. 이처럼 올림픽은 각본 없는 드라마이기에 감동도 깊다. 이번 리우에서 성화 점화자로 나선 반데를레이 리마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한국 선수들은 금메달을 못 따면 왜 고개숙여 울죠? 올림픽에 출전한 것만으로 영광스러운 일 아닌가요?” 라며 반문했다. 리마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 마라톤에서 37㎞까지 선두를 달리다 코스에 난입한 종말론 추종자의 방해로 땅바닥에 쓰러졌다. 가까스로 일어난 리마는 페이스를 잃은 탓에 3위로 골인했다. 리마는 당시 누구도 탓하지 않고 “동메달에 만족한다”고 말해 전 세계에 감동을 선물했다. 그리고 “지루하더라도 끝까지 자신과 싸워라. 1등이 아니더라도 기쁠 것이다. 어떤 역경에도 좌절하지 않는다면 나처럼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동메달을 가질 수도 있다.”고 말이다. 이들처럼 우리도 인생 올림픽에 나선 선수들이다. 누구에게나 평등한 경기 규칙이 존재한다. 게임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면 평소에 그토록 고통을 참아가며 준비한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 선제공격도 시도해야 한다. 그러다가 우리의 삶이 경기 후반으로 치달을 때는 되돌릴 수 없는 시간, 반칙의 징계를 받고 서러워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실력을 다 보이지 못해 아쉬움에 울었던 기억도 가슴 저리게 남아있다. 판정이 공정하지 않다며 억울해할 때도 많았을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모두 올림픽의 도전 정신을 바탕으로, 최소한의 반칙과 경기 규칙을 준수하며 위대한 승리자의 모습으로 인생을 그려나가길 바란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