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대해서는 그다지 언급하고 싶지 않지만 이번 천안함 침몰 사건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한국 국민뿐 아니라 재외 동포들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에 한번쯤은 짚고 넘어가야겠다. 언제까지 얻어터지면서도 안 맞은 척, 아무 일도 없었던 척을 하고 살아야 한단 말인가. 모른 척하고 덮고 넘기기에는 피해가 너무 컸다. 김정일이라는 지도자의 말 한마디에 우리 아버지, 어머니가 금강산에 관광 가서 죽을 수도 있고, 개성공단에 투자했다 망할 수도 있고, 우리의 아들과 조카들이 군대에 가서 천안함 장병처럼 어이없이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해보자. 생각만 해도 억장이 무너진다. 앞으로 이보다 더 많은 희생을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이제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천안함이 침몰해 46명의 장병들을 가슴속에 묻은 지 2주가 지났다. 남은 일은 침몰 원인을 규명하는 일이지만 그 원인은 삼척동자도 아는 것이다. 차마 공개적으로 밝히지 못하는 이유는 생각해야 할 뒷 일이 많기 때문이다. 이번 달 초 한국의 합동조사단은 선체에서 검출된 화약성분이 어뢰 폭발로 발생한 것으로 사실상 결론을 냈다. 단지 파편이 중국, 러시아, 혹은 독일 등 어느 나라 제품인가를 분석하고 있다. 설령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독일제품이라고 해도 이는 북한이 고의로 남한이 사용하는 독일제 어뢰를 구입해 사용했을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것을 보면 북한이 천안함 침몰 사고의 중심에 있다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안다.

지난달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북한의 건군절 행사에 참석해 군사훈련을 참관하면서 인민군의 건재함을 자랑스러워했다. 당시 북한군은 이 훈련에서 서울을 직접 공격할 수 있는 장사정포 화력 시범도 보였다. 이영호 북한군 총 참모장은 북한을 0.001밀리미터라도 침범하는 나라가 있으면 핵 억제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날려버릴 것이라면서 엄포를 놓았다. 이를 언론을 통해 발표했으니 ‘한국과 미국은 까불지 말고 우리 말을 똑똑히 알아들어라’는 얘기이다. 잘못을 하고도 큰 소리 치는 저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아마 우리의 소극적 대응태도에서 비롯된 것이 분명하다.

북한의 최고 권력이동 상황을 살펴보면 천안함 사고는 예견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김정일은 작년 11월 북한 경비정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무단으로 넘어왔다가 큰 피해를 입고 퇴각했던 대청해전 패전의 책임을 물어 대장에서 상장으로 강등시켰던 김명국 총참모부 작전국장을 최근 대장으로 다시 복귀시켰다. 시기적으로 천안함 침몰과 맞아떨어진다. 그리고 총 참모장을 지낸 대장 김격식을 지난해 2월 4군단장에 임명, 서해안 일대를 책임지도록 했다. 이에 대해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83년 아웅산 테러는 김정일 지시로 이뤄졌고 총책임자는 김격식이었다. 최근 김정일은 북한군 수뇌부 인사를 통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서해에서 한 건 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천인공노할 일을 저지른 북한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한국뿐 아니라 주변국 들에게도 숙제이다. 앞뒤 가리지 못하는 북한이 또다시 한국에 피해를 입힐까 염려스럽기도 하다.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전쟁이지만, 자칫하면 발전가도를 달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피해가 더 크다는 것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천안함 침몰 원인 발표를 앞두고 이명박 정부도 조심스레 시간을 끌고 있다. 몇 일 전 북한은 핵융합 반응을 성공시키는 성과를 이룩했다고 발표했다. 한국 정부와 핵융합 전문가들은 북한의 발표가 사실이 아니거나 과장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 같은 발표는 분명 북한이 천안함 사건 이후 답보 상태에 있는 북핵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리고 핵 보유국으로서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다.

더 이상‘핵’때문에 끌려 다녀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 선임되어야 하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진실된 발표이다. 생떼 같은 자식들을 보내고도 침묵하는 정부라면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자신 있게 발표해서 대한민국의 강경한 입장을 만천하에 알리고, 이번 천안함 사고에 대한 징계를 엄중히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시 작전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협조도 필요하다. 전쟁이 벌어져도 미국의 허락이 없으면 우리는 적을 향해 공격을 할 수가 없다. 주권국가의 자존심을 훼손하던 ‘전시작전권’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라니, 주권국가의 국민으로 자존심이 상하지만 어쩔 수 없다. 치사하지만 한국 국민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까불어 봤자 부처님 손바닥 위에 손오공이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나서서 진실을 말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진실한 우방이다. 미국이 협조할 수 있도록 동포사회도 힘을 보태야 한다. 그래서 대한민국을 공격하면 몇 배 몇 십 배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줘야 한다.


<편집국장 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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