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고등학교 3학년일 때 교회를 열심히 다녔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제가 졸업한 초등학교의 5, 6학년 후배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쳤습니다. 부모님이랑 주변의 몇몇 분들이 걱정스럽게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그 분들이 저에게 하시는 말씀을 요약하면, “적당히 믿어야지……. 그렇게 열심히 믿는다고 밥이 나오나? 돈이 나오나? 먼저 대학부터 들어가고 나중에 열심히 믿으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잘 믿으면 가난하게 되고 적당히 믿으면 돈도 벌고 신앙생활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가? 라는 이 문제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은 확실한 제 의견을 말할 수 있습니다. 믿음이 돈이라는 것입니다. 믿는다고 다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믿지 않는 사람들보다 부자 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저는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마을 앞 신작로(큰길)에 방앗간이 있었습니다. 추수를 한 벼를 방앗간에서 정미를 하면 흰쌀이 나옵니다. 농부들은 농사를 지을 때 빌린 돈을 쌀로 갚았습니다. 그러나 쌀가마니는 무거웠습니다. 쌀 한가마니의 무게는 80kg입니다. 농부들은 쌀가마니를 들고 다니기가 무거우니까 정미한 쌀을 방앗간에 맡겨놓고 보관증을 받아 옵니다. 즉 보관증은 마치 화폐처럼 유통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당시 머슴의 세경(연봉)은 쌀 10가마니였습니다. 머슴은 주인집에서 먹고 자기 때문에 집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주인집에 쌀을 저장해 놓기도 어렵고 들고 다닐 수도 어렵기 때문에 방앗간에서 발행한 보관증을 주인으로부터 받아 갖고 있다가 쌀을 사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보관증을 주고 대신 돈으로 받았습니다. 그런데 방앗간 주인이 가만히 생각해 보니 보관증을 갖고 있는 사람이 바로 쌀을 찾아 가는 것이 아니므로 보관증을 남발하고 나중에 쌀을 채워놓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써버린 돈을 메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보관증을 남발했다는 소문이 돌자 농부들이 방앗간으로 몰려갔습니다. 주인은 내일 돈으로 지불하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밤에 몰래 도망가 버렸습니다. 이 사건을 어른들을 통해서 들은 적이 있습니다.

           보관증은 마치 화폐와 같았지만 믿을 수 없으면 휴지에 불과한 것입니다. 돈의 시작은 빚에 대한 약속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즉 돈은 빚이며, 약속이며, 믿음입니다. 돈의 어원은 ‘크래도’입니다. 라틴어로 ‘나는 믿는다!’ 라는 뜻입니다. 제가 다녔던 인하대학교의 당시 이사장님은 한진 그룹 조중훈 회장님이셨습니다. 대학교 2학년 때 이사장님의 인생론 특강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사장자리가 공석일 때 어떤 사람을 택할 것인가 라는 주제였습니다. A 후보자는 믿을만한 사람이지만 능력이 보통이고, B 후보자는 능력이 탁월하지만 믿음이 덜 가는 사람일 때, 자기는 A 후보자를 택한다는 요지였습니다.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B 후보자는 회장과 의견이 다를 때 사임할 것이고, 결국 회사를 차리면 같은 업종을 택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매우 실망했습니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결국 자기 말 잘 듣는 사람을 쓰는 것으로 이해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자리에 심복들을 중심으로 계속 등용하면 회사에는 예스맨으로 가득해지고 결국 회사의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보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회장님의 의견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는 괜찮은 안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알고지내는 목사님 중에서 워싱턴DC에서 목회하시는 H목사님이 계십니다. 최근에 30년 이상 목회하셨던 교회에서 쫓겨나셨습니다. 지금은 교회를 새로 시작하셨습니다. 목사님은 교회로부터 1,000불의 사례비를 받는다고 합니다.

       H목사님과 사모님은 주중에 일을 시작하셨습니다. H사모님은 백악관 근처의 선물가게에서 일하십니다. 가게의 주인은 장로님이라고 합니다. 직원들에게 화를 잘 내고 심지어 욕을 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직원들이 자주 그만두기 때문에 늘 직원을 소개해 달라고 하지만 소개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 주인이 H목사님과 사모님이 30년 이상 한 교회에서 사역을 하셨기 때문인 지 바로 알아보시더랍니다. 다른 직원들에게는 ‘OO씨’라고 부르지만 H사모님께는 꼭 ‘사모님’이라고 호칭하신답니다. 취직하자마자 카운터를 맡기셨습니다. 사모님이 맡은 후부터 매일 결산할 때마다 1센트도 틀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전에는 매일 50~60불정도 틀리는 일이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주인은 매우 만족해하면서 사모님과 같은 분을 소개해 달라고 자주 부탁을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장사가 잘 되는 날은 보너스를 주는데 H사모님께는 아주 후하게 주신다고 합니다.  에콰도르에서 스페인어를 배우기 위해 어학원에 가려면 버스를 타야 합니다. 버스비를 내면 대부분 영수증(사진* : 25센트 버스표)을 줍니다. 처음에는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출근시간에 동전을 받고 영수증을 주는 일이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쓸데없는 일을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루는 검표요원이 버스표를 조사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버스비는 현금이므로 버스안내원이 훔치려고 마음을 먹기만 하면 언제라도 훔칠 수 있는 환경이었습니다. 결국 믿지 못하기 때문에 버스표를 인쇄해야하고, 버스표(영수증)를 주는 수고를 해야 하고, 검표원을 두어야 하는 것입니다. 믿지 못하기 때문에 많은 비용이 낭비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서로 믿는 사회가 경제적이며 효율적인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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