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통화 이후 미국·중국 충돌 코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에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 이제 구질서는 끝났고 더 이상 중국은 미국을 위협할 수 없다." 트럼프의 측근으로 보수 강경파인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5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가 미·중 수교 이후 37년 만에 미국 정상으론 처음으로 대만 총통과 통화하고 트위터를 통해 중국의 환율 조작과 남중국해 문제 등을 거론한 것이 단순한 축하 전화나 이벤트가 아니라 대중 정책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라는 것이다. 깅리치 전 의장은 '돌출 행보'라는 미국 내 비판에 대해서도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 독재자와 이야기하는 건 괜찮고, 트럼프가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만) 지도자와 이야기하면 안 되느냐"고 반박했다.

미·중 관계 둘러싼 트럼프 진영과 중국의 최근 언급

          미·중 관계의 근간이 돼온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건드린 트럼프의 전화 한 통이 미국 공화당 내 대중 강경론에 불을 붙였다. 당내 거물급 인사들이 줄줄이 "더 이상 중국을 이대로 놔둬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트럼프 내각 국무장관 후보 중 한 명인 데이나 로러배커 하원 외교위 소위원장도 "트럼프가 중국 독재자(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쉽지 않은 사람임을 과시했다"고 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오바마 행정부의 무사안일주의로 인해 중국이 대담해졌다는 게 공화당 강경파의 생각"이라며 "민주당 정권 8년간의 미·중 관계 틀을 다시 짜야 한다고 보는 이들이 트럼프의 강경 행보에 환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내에서는 헤리티지재단 등 보수 싱크탱크가 오래전부터 이번 통화를 준비해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가 지난 7월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되기 전부터 차이잉원 총통과의 통화를 준비했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외교·안보 참모로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인 스티븐 예이츠는 "트럼프가 중국에 '기막힌 일격(brilliant stroke)'을 가했다"고 평했다. 중국은 트럼프 특유의 예측 불가능(unpredictable)한 스타일에 기선을 제압당한 듯 당혹해 하고 있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5일 '트럼프의 행보가 개인적인 실수인가, 아니면 미국 새 정부의 대중 정책이 바뀔 것이라는 신호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우리는 트럼프 당선인과 인수위가 취한 일련의 조치 뒤에 있는 배경에 대해 추측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의 진의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뜻이다.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도 "당선인의 말 한마디에 따라 춤을 출 필요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대만 자유시보가 "차이잉원 총통이 다음 달 중남미를 방문하는 길에 미국을 들러 트럼프 측 인사와 회동할 것"이라고 보도하자 민감하게 반응했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이 대만 독립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막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환구시보는 6일 자 1면 전체를 털어 "트럼프가 좀처럼 '입을 다물지 못하는 능력'이 있으며 '도발과 거짓말'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을 살찐 양으로 보고 살점을 떼어 먹으려 하지 말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는 "지난 대선 기간 대만 문제에 대해 답변을 회피했던 그가 백악관 입성을 앞두고 미국 고립주의 철학과 모순되는 외교적 봉화(烽火)를 들어 올렸다"며 "그의 취임 초기 미·중 관계는 역대 어느 미국 정권 때보다 충돌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미·중 관계에 균열을 일으키는 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안 된다"고 경고했다. 트럼프가 초강경으로 나가자 백악관은 진화에 나섰다. 조시 어니스트 미 백악관 대변인은 5일 브리핑에서 "미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지지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측의 의도에 대해서는 "어떤 전략적 목표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쪽에 물어봐야 할 것"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트럼프, 일자리 1100개 살린 것은 '잘한 일'
과거보다 긍정적으로 보게됐다 60%

         미국인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캐리어 에어컨 회사를 잔류시킨 것이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주에 캐리어 에어컨회사의 CEO와 협상한 끝에 인디애나 공장을 잔류시키며 일자리 1100개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당초 이 공장은 멕시코로 이전할 계획이었다. 6일 발표된 폴리티코/모닝컨설트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의 캐리어 협상을 놓고 응답자의 60%가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전에 비해 트럼프를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됐다는 응답자는 60%에 달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투표했던 응답자 중에서도 32%가 트럼프에 대해 보다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됐다고 대답했다. 모닝컨설트의 공동창업자인 카일 드롭은 "캐리어 협상이 국민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며 "특정 이슈에 있어 이렇게 긍정적인 여론이 형성된 것은 드문 일"이라고 평했다. '대통령이 일자리를 위해 일개 회사의 비즈니스에 개입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51%가 '절절하다'고 응답했다. '적절하지 못하다'는 응답률은 41%에 그쳤다.  '제조업 일자리 지키기'가 트럼프 당선인에게 가장 중요한 현안이라고 생각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58%였다. IS국가 퇴치(6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이었다. 그러나 응답자들은 트럼프가 트위터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도 했다. 56%가 트럼프의 트위터 사용이 지나치게 많다는 반응을 보였다. 5%만이 그의 트위터 사용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한편 이번 여론조사에는 총 1401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최우선 추방 대상자 82만명
 “범죄전과자 1순위 추방” 트럼프 공언 현실화 경우

        트럼프 당선자가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대대적인 불법체류 이민자 추방에 나서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가운데 80여만명으로 추산되는 범죄전과 불법체류 이민자들이 최우선 순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민정책 연구기관 ‘이주정책센터’(MPI)는 최근 공개한 ‘추방대상 이민자 추산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추방 최우선 대상자는 약 82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추방 1순위 대상자는 중범전과를 가진 불법체류 이민자와 90일 이상 수감전력이 있는 경범전과 불법체류 이민자들이다. MPI는 현재 미 전국의 불법체류 이민자 인구 1,100여만명 중 국토안보부가 추방대상자로 분류하고 있는 이민자는 약 190만명에 달한다며, 이들 중 90일 이상 수감된 적이 있는 심각한 경범전과자와 갱단이나 마약거래 전력 등 중범전과를 가진 이민자들이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추방대상 1순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MPI는 추방 1순위가 될 것으로 보이는 82만명 중 약 39만명이 중범전과가 있는데도 아직 추방되지 않고 있는 불법체류 이민자들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앞서 트럼프 당선자는 대통령 선거 직후 가진 한 인터뷰에서 “불법체류 이민자들 중 범죄자, 범죄전과가 있는 자, 갱 단원, 마약 딜러 등을 붙잡아 추방할 것”이라며 “이 숫자는 약 200만명에 달하며, 최고 300만명에 달할 수도 있다”고 밝혀 대대적인 불법체류 이민자 추방을 예고한 바 있다. MPI는 추방 1순위로 꼽히는 범죄전과 불법체류 이민자 82만명은 현재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으로도 추방대상자로 분류되는 이민자 그룹이어서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이들이 최우선 추방 타겟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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