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화가마다 무장군인 배치

         "나흘 뒤가 크리스마스라는 걸 잊어버릴 정도로 충격이었습니다." 21일 오전 7시 장미꽃 한 송이와 빨간 유리병에 든 초를 들고 독일 베를린 브라이트샤이트 광장에 나온 회사원 스토퍼(30)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에서는 지난 19일 밤 19t 대형 트럭이 임시로 마련된 크리스마스 마켓을 뚫고 질주하는 테러가 발생해 최소 12명이 숨지고 48명이 다쳤다. 사고 현장이 보이는 마켓 입구엔 꽃 수백 송이와 추모 촛불이 놓여 있었다. 독일 경찰과 소방 당국은 사고 이틀째인 이날까지 인근 도로를 폐쇄하고 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있었다. 통제선 안쪽으로 산산조각이 난 마켓 가판대와 크리스마스 장식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 관광객 보나(21)씨는 "마켓 가판대가 저렇게 부서졌다는 것은 테러범이 정말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 작정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했다. 전날 밤 테러 현장 바로 옆 카이저 빌헬름 메모리얼 교회에서 열린 추모 예배에도 수백명의 시민이 몰렸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이 예배에 참석했다. 검은 옷을 차려입은 메르켈 총리는 "우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을 찾고 싶고, 가족·친구와 함께하는 아름다운 시간도 포기할 수 없다"며 "두려움과 불안이 우리의 자유를 박탈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난민이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된다면 받아들이기가 정말 어려울 것"이라고도 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89만명의 난민을 받아들여 '난민의 엄마'로 불려왔다. 테러 직후 검거된 23세 파키스탄 난민 출신 용의자가 20일 오후 증거 부족으로 풀려나면서 시민들 사이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테러를 일으킨 진범이 무기를 소지한 채 여전히 거리를 활보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용의자는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했고, 검경도 현장 조사에서 그가 범행에 관여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 20대 대학생 안나씨는 "진범이 독일 어디에서든 추가 테러를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고 했다. 추모 공간에 작은 크리스마스트리를 가져다 놓은 시민 플로리안(32)씨는 "메르켈이 국경을 열면서, 난민과 테러리스트를 구분하기 어렵게 돼버렸다"고 했다. 토마스 데메지에르 독일 내무장관은 21일 "새로운 용의자를 쫓고 있다"고 밝혔다. CNN 등은 그가 튀니지계 난민 아니스 A(24)이며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독일 모집조직과 연관돼 있다고 보도했다. 아니스는 지난 4월 난민 신청을 한 후 임시체류증을 발급받았으며, 범행 트럭에서 그의 체류증이 발견됐다. IS는 이번 테러의 배후를 자처했다. IS 연계 매체인 아마크통신은 인터넷 성명을 통해 "(IS를 공격하는) 국제 연맹 국민을 표적으로 삼으라는 요청에 호응해 IS의 한 전사가 베를린에서 작전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IS 사상에 도취된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가 이번 테러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유럽 각국과 미국은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추가 테러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보안을 대폭 강화했다.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크리스마스 마켓이 있는 드레스덴에는 콘크리트 바리케이드가 설치됐고, 뮌헨·포츠담 등지에는 무장 경찰과 군인이 배치됐다. 파리·니스 테러 등 대규모 참사를 겪은 프랑스는 크리스마스 마켓에 들어가기 전 보안 검사를 의무화했다. 미국도 뉴욕과 시카고, 보스턴 등지를 중심으로 성탄 연휴 보안이 대폭 강화됐다. 마틴 월시 보스턴 시장은 "시장 주변에 장벽을 설치했고, 테러 모의를 사전 적발하기 위해 소셜미디어를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조치들로 외로운 늑대들의 테러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회의론도 적잖다. BBC는 "전문 테러범들의 전술과 목표는 예상이 가능하지만, 극단주의의 영향을 받은 개인의 테러는 막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로션 마신 러시아 주민 30여명 집단 사망…왜 그랬을까

         러시아 시베리아의 도시 이르쿠츠크에서 로션을 마신 주민 30여명이 사망했다고 러시아 타스 통신이 19일 보도했다. 유독성 알코올이 함유된 로션을 술 대용으로 마시다가 빚어진 참사였다. 통신에 따르면 연방수사위원회 이르쿠츠크 지부는 “유독성 메틸 알코올 성분 ‘보야리슈니크’ 를 함유한 목욕 로션을 마시고 주민 33명이 숨졌다”며 “피해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이날 밝혔다. 현재까지 파악된 사상자는 총 54명으로, 대부분 35~50세인 빈곤계층 주민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당국은 이르쿠츠크 노보레니노 구역 성인 주민들이 지난 17일부터 단체 중독 증세를 보이다 사망한 것을 조사한 결과, 이들이 술 대신 목욕 로션을 나눠 마신 사실을 확인했다. 피해자들이 마신 ‘보야리쉬닉’은 피부 보습용·사우나 용 로션으로, 메틸 알코올과 냉동 방지제 등이 함유돼 “마시지 말라”는 경고문이 부착돼있다. 하지만 현지 주민들은 비싼 보드카 대신 알코올이 들어간 값싼 이 로션 등을 물에 타 마신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당국은 해당 제품을 술로 판매한 상점 2곳을 압수수색하고, 주인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빈곤 계층 주민들이 보드카 대신 가짜 보드카나 공업용 알코올 등을 마셔 중독되는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최근 수년내 가장 많은 피해자가 발생해 러시아 전역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독일 베를린서 트럭이 상가에 돌진… 12명 사망·48명 부상

         독일 베를린에서 트럭 한 대가 쇼핑객들로 붐비던 상가를 덮쳐 12명이 숨지고 48명이 다쳤다. 19일 베를리너 차이퉁 등 현지 언론은 이날 저녁 베를린 도심에 있는 카이저 빌헬름 메모리얼 교회 부근의 상가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시장에 트럭 한 대가 갑자기 돌진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현장을 목격한 한 증인은 “트럭이 갑자기 나타나 시장 한가운데를 휩쓸면서 수십명의 사람들을 치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현지 경찰은 초기 조사를 바탕으로 테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주간지 빌트는 경찰이 도주한 트럭 운전자를 쫒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사건이 지난 7월 프랑스 니스에서 발생한 트럭 테러를 떠올리게 한다고 보도했다. 86명이 사망한 당시 사건에 대해 이슬람 수니파 급진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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