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필자는 올해의 마지막 칼럼을 쓰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았다. 지난 일년을 뒤돌아보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즐거운 일들도 있었고, 슬픈 일들, 안타까운 일들도 있었다. 항상 일년을 되새겨 보면 다사다난했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미국과 한국, 콜로라도와 덴버 한인사회의 한해도 뒤돌아보자. 올한해 미국에서 가장 큰 이슈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일일 것이다. 미국내 주류 언론 뿐 아니라 전세계의 언론에서도, 하물며 공화당 내에서도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며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단언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선거일 아침까지도 힐러리의 승리를 예상했으니, 이번 선거는 미국 대통령 선거 역사상 가장 큰 이변이 아닐 수 없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서의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고 있고, 트럼프 당선인은 한달뒤 백악관 입성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민자들이 만들어낸 미국이지만 지금의 미국은 역설적으로 이민자에 대한 차별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미국인들이 여성비하, 인종차별, 막말의 제왕이자 탈루 의혹까지 받고 있는 트럼프를 대통령감으로 생각했다는 것도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강한 미국’을 만들기 위한 단계라면 이 또한 명분이 될 수 있다. 저소득층의 백인들까지 합세하여 만든 트럼프 대통령의 시대가 기대되기도 한다. 돈 많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니 적어도 한국형 비리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콜로라도는 여느 주와 비교하면 비교적 조용한 편이다. 하지만 미국내 50개주 가운데 지난 2014년에 최초로 오락용 마리화나가 합법화 된 후 자녀를 둔 부모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마리화나 가게들은 목좋은 곳에 그린색 간판을 달고 마치 건강식품을 파는 곳처럼 보여 주민들의 거부감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덕분에 마리화나 산업은 엄청난 경제효과를 낳고 있다. 콜로라도주내 마리화나 산업은 지난 한해에만 23억9천만달러의 경제효과를 안긴 것으로 집계됐다. 석유·개스 산업을 포함한 주내 전 산업 분야 가운데 규모면에서도 최대로 부상하고 있다. 마리화나를 합법화하는 주가 늘어나면 이런 성장세도 다소 둔화되겠지만, 아직까지는 마리화나가 콜로라도의 경제에 이바지하는 바가 커보인다. 주택경기는 좋았다는 평가다. 최근 스탠더드&푸어스가 미전역 20개 주요 도시 주택가격 추세를 집계한 주택가격지수에 따르면, 미국내 20개 도시 가운데, 주택가격이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도시는 포틀랜드, 시애틀, 덴버 순이었다. 주택 판매량도 연율 560만 가구로 2007년이래 10년만에 최고치였다. 덴버는 올한해 미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가 증가한 도시로도 집계됐다. 증가숫자는 뉴욕시의 5만5천명이 가장 컸지만 증가율로는 덴버가 가장 높았다. 대체로 호황을 누린 한해였다고 평가된다.

        한국에서 올한해 가장 큰 이슈는 단연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이었다. 지난주 국회에서는 압도적인 표차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었고 지금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동향을 살펴보면 이번 탄핵안 통과이후 정계는 비박계, 친박계, 여당, 야당, 종북 이라는 단어들이 섞여 사건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 대통령을 향한 국민들의 분노와 좌절이 갖은 이념적 단어들로 뭉개지고 있는 것이다. 본질은 이렇다. 대한민국의 근로자의 46%가 받는 월급이 150만원을 넘지 않는 한국의 현실에서,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이유로 수백억원을 종용해 받아내고 문화사업 융성이라는 명목으로 수천억원을 마구 주물러왔다. 평범한 입시생들은 새벽부터 밤12시까지 학교와 학원, 도서관을 전전긍긍하며 고등학교 3년을 보내야 하고, 고등학교 훨씬전부터 좋은 대학을 들어가기 위해 부모와 아이들을 늘 고민해왔다. 그런데 그 세월이 무색하게 대통령 측근이라는 이유로 출석일자도 턱없이 부족하고 성적이 나빠도 좋은 대학에 떡하니 들어갈 수 있었다. 대통령은 능력도 되지않는 측근에게 국민에게 들려줄 대통령 연설문을 수정받는가하면, 비서실과의 내통을 눈감고, 그 측근이 하는 사업을 도와달라고 재벌총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도움을 당부했다. 물론 박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에 대한 필자의 소견에 반박할 독자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친박 비박 야당 여당 종북이라는 정치적 단어를 갖다붙히지 않고도, 국민이 준 국가 대표로서의 권위와 역할을 망각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이유는 충분하다. 비록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종북을 입에 올리는 자가 판을 친다고 해도, 설령 헌법재판소의 심의 진행이 지지부진해져서 탄핵이 최종 부결된다고 해도,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고자하는 민심은 결코 꺾이지 않으리라 믿는다. 국내외 이미지가 이렇게 바닥을 친 해도 드물다. 하지만 바닥을 쳤으니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을 것이다.

         이곳 한인사회도 다사다난했다. 올 한해 각종 총기 관련 사고가 줄이었다. 오로라에 소재한 한 식당 주인이 총에 맞아 치료를 받았는가 하면, 오로라에 거주하는 한인은 자신의 방어를 목적으로 소지했던 총을 아이들에게 겨눴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았고, 16살의 어린 나이로 김상혁군은 총에 맞아 목숨을 잃어 동포사회에 큰 슬픔을 남겼다. 그리고 지난 11월8일 치뤄진 선거에서 친한파 정치인들이 대거 당선됐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코프만 연방하원의원이 5선에 성공했으며, 한국인 아내를 둔 공화당 소속의 제프 베이커씨도 아라파호 카운티 제3구역 카운티장에 당선되었다. 마이클 송 주검사가 선거 후원 디렉터로 활동한 민주당 소속 베스 맥케인 전 주하원의원도 첫 여성 덴버시 검사장에 당선되면서 한인사회가 다같이 축하하고 있다. 또, 주간 포커스 신문사가 창간 10주년을 맞았다. 지금까지 여섯번의 청소년 문화축제는 개최했으며 3번의 동요대회와 교육세미나, 그리고 각종 문화행사 등을 개최한 주간 포커스는 웹사이트와 전자신문, 업소록을 함께 발행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정론의 길을 가겠다고 다짐했다. 나아가 언론사가 커뮤니티내 잘못을 지적할 때마다 당사자들은 본인들의 잘못을 생각하지 않고 개인감정에 치우쳐 신문사를 비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스스로의 반성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관계 개선도, 커뮤니티의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다. 올 한 해를 정리해보자면, 경제적으로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풍요로웠던 한 해였다는 생각이 든다.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도 커뮤티니 발전을 위해 노력한 이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서로를 응원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힘든 현실은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들도 고생 많았다. 우리는 잠재 의식 속에 세계 어느 나라의 국민보다 강렬한 운명 공동체 의식이 깔려 있다.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예외 없이 공동체를 생각하는 집단 에너지가 분출됐고, 그 힘으로 위기를 극복하곤 했다. 때때로 서로를 욕하고 헐뜯지만, 대의가 필요할 땐 서로 응원하고 뭉쳤다. 이런 저력을 믿기에 미래를 생각한다. 넉넉할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일들이 지갑이 빌수록 민감하게 받아들여진다. 아무래도 마음의 여유가 부족해서일 것이다. 정유년(丁酉年) 닭띠 새해가 곧 밝는다. 연말연시를 맞아 비록 넉넉한 곡간의 인심을 베풀지는 못하더라도 서로 원색적인 비난은 피했으면 한다. 이 정도라도 버틸 수 있게 해준 자신의 의지를 칭찬하고 다독여 주면서 한 해를 마무리 했으면 한다. 동포 여러분, 올 한해도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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