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정유년 붉은 기운의 닭띠 해가 밝았다. 지난 한 해를 정리할 시간도 부족했는데 신년 계획까지 세우는 것이 여간 벅차지 않다. 그러나 올해 이것만은 해야겠다는 각오는 필요하기에 몇가지를 정리해본다.

    우선 대한민국의 각오는 이랬으면 한다. 지난해의 탄핵정국이 올해로 이어지면서 안타깝게도 모국의 상황은 희망보다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다. 대한민국은 건국과 산업화 그리고 민주화 세대의 피땀으로 오늘의 자유와 번영을 일궜다. 오늘의 국가적 위기가 대한민국의 더 큰 번영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도록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에게 우선 바라는 점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국가 리더십의 실패가 얼마나 큰 해악을 미치는지를 적나라하게 일깨워줌과 동시에 식민지와 전쟁의 폐허 위에서 단시간에 이뤄낸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기고 말았다. 분노와 배신감이 교차하지만, 언제까지나 감정에 얽매여 분노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 혼란기간을 최대한 줄이고 하루빨리 새로운 리더십을 세워 무너진 국정을 정상화하는 일이 시급하다. 헌법 재판소가 3~4월에 탄핵인용 결정을 내린다면, 5~6월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했던 새누리당 의원 29명은 지난달 말 예고한 대로‘진정한 보수’를 내걸고 개혁보수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의석 수로는 제4당이지만, 새누리당 내에서 동참할 의원이 상당수 대기하고 있어 원내 3당으로 올라설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국회 의석수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들의 신당 창당 명분에 국민이 얼마나 공감하고, 창당 선언문에서 내세운 공약들을 얼마나 진정성 있게 실천하느냐가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다. 보수신당의 장래는 두고 볼 일이지만, 어쨌든 정치권은 4당 체제로 바뀌었다. 1987년 제13대 대선이후 26년 11개월 만이다. 새누리당을 제외한 3당의 의석을 합하면 개헌선인 200석을 넘고, 국회선진화법의 의결정족수 5분의 3도 넘김에 따라 국정의 주도권은‘비(非)새누리당’으로 넘어왔다.

    야당측의 근황은 이렇다. 새누리당의 분당 사태로 민주당은 제1당으로 올라섰으며 지지율은 40% 수준이다.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선 후보 지지율도 최선두권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총선을 앞두고 당의 존립과‘개헌 저지 의석 확보(100석)’까지 걱정해야 할 지경이었다. 당 지지율은 새누리당의 절반 수준을 맴돌았었다. 그런데 박 대통령 탄핵 사태로 대선 시기가 내년 5~6월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졌으니, 민주당과 문 전 대표는 말 그대로 호시절을 맞았다. 그러다보니‘내 맘대로 내 길을 가겠다’는 자신감이 넘친다. 민주당이나 문 전 대표의 정치적 선택에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민주당은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현재의 위상은 오직 여권의 자멸과 분열에 따른 반사이익에 무임승차한 결과라는 사실이다. 스스로 잘해서 그렇게 된 것처럼‘거대한 착각’에 빠져 있다면 결국 질래야 질 수 없다던 총선·대선에 패배한 2012년의 실패를 되풀이하게 된다. 이처럼 한국은 국정공백을 메꾸기 위해 제각각의 당리당략으로 대선주자를 내세우며 급작스런 행보들을 하고 있다. 국민들은 이미 현정부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안고 있다. 더이상 국민들이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생각을 갖지 않게 해야 한다. 이제라도 정치인 스스로가 권력의 가치와 품격을 성숙시킬 수 있도록 단단한 각오를 세워야 한다.

    콜로라도 한인사회에서의 각오는 이랬으면 한다. 양심이다. 자주 언급하는 식상한 얘기이긴 하지만 중요한 부분이다. 문득 오래전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인‘양심 냉장고’가 생각난다. 보는 사람이 전혀 없는 도로임에도 불구하고 교차로 정지선을 정확하게 지키고, 좌우 깜빡이를 정석으로 켜는 운전자를 찾아 선물로 냉장고를 한대씩 선물한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이 프로그램의 붐이 일면서 전 국민은 혹여라도 프로그램 제작진들이 몰래 카메라로 자신을 찍고 있을지도 모를 것이라는 일말의 희망을 갖고 교차로 정지선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은 건널목 정지선 지키기를 시작으로 술, 담배 판매 등 시민 의식을 고취시켜 공익성과 사회 정의감을 불어넣는데 성공했었다. 이는 중용에서 그토록 강조한 신독(愼獨)의 현대판 해석이었다. 참고로 신독은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그러지는 일을 하지 않고 삼가하라는 뜻으로 인간의 내면적 도덕성을 강조한 것이다. 비록 진짜 양심 냉장고를 받아 공개적으로 양심을 인증받을 수는 없겠지만, 올해가 끝날 즈음 우리 모두 양심 냉장고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길 바란다. 그리고 매번 나오는 얘기이긴 하지만, 올해는 한인사회의 화합을 위해 노우회관이 진정 노인들을 위해 사용되길 바란다. 현재 부동산 거래가 진행 중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지만, 그럴리 없을 것이라 믿는다. 10년전 한인회관을 팔아먹은 사람들이 이제는 노우회관까지 팔아치운다면 이는 콜로라도 한인사회를 향한 인면수심(人面獸心)의 행위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원래 노우회관은 한인사회와 오로라시의 후원으로 만들어진 엄연한 한인사회의 공공시설이다. 그 동안 관계자 몇 명의 고집으로 인해 덴버의 노인들은 그들의 권리를 누리지 못했다. 올해야말로 이 고집들을 내려 놓을 때이다. 이외에도 덴버-인천간 직항노선 개설건, 한인회 통합건, 한국어 운전면허 시험 등 한인사회에 꼭 필요한 안건들이 뇌리를 스쳐지나간다. 이 모든 것들은 관련자들이 소신과 양심을 가지고 행동한다면 고무적인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포커스 신문사의 올해 각오는 이렇다. 지난해 포커스 신문사는 창간 10주년을 맞았고, 영화로 치자면 흥행질주를 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코리아 위클리와 복스코리아나 등 몇 주간지가 사라지거나 주춤해지면서 많은 지인들과 독자들은“포커스 신문사가 천하통일을 했다”며 이구동성했다. 하지만 이 말 속에는 축하보다는 그들의 염려도 내재되어 보인다. 짐작컨데 포커스 신문사가 언론의 힘을 마음대로 휘두를 것이라는 걱정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포커스 신문사가 가장 중요시 여겼던 ‘정의’는 앞으로도 적용될 것이니 앞선 오해는 삼가해주길 당부한다.

    또, 최근 필자는 얼마동안 광고주와 독자들, 단체장들과의 소통에 소홀했던 부분이 많다. 이를 반성하면서, 올해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 얘기를 나눌 생각이다. 언제든지 신문사 방문을 환영한다. 그리고 사람들 이야기가 넘치는 신문으로 거듭날 생각이다. 잘한 사람은 더 큰 칭찬으로, 공공의 적은 냉철하게 동포사회에 알릴 것이다. 모범이 될 수 있다면 작은 기사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한인사회와 주류사회와의 교량역할도 꾸준히 해왔다. 앞으로도 계속 알찬 기획기사를 준비해 유익하고 볼거리 많은, 차별화된 신문을 읽을 수 있도록 독자들의 눈높이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생각이다. 문화센터와 웹사이트, 전자신문도 더욱 활성화시켜 또 다른 여론 수렴의 장으로의 역할을 담당하게 할 생각이다.        

    무엇보다도 포커스 신문사의 올해 중점 노선은 바로 2세들과 교육 부분이다. 3세부터 25세까지를 위한 콘서트 및 교육 세미나, 특화된 교육기사를 통해 2세들에게는 한인사회가 친근하고 자랑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고, 부모들에게는 힘든 이민 생활에서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동반자의 역할을 이어갈 것이다. 독자들도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도 좋다.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만의 계획을 세워보는 것이 중요하다. 2016년에 얻은 경험과 자신감으로 더 큰 2017년을 그려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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