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성적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30일 유엔 본부를 떠나면서 손을 흔들고 있다. 반기문 전임 유엔 사무총장의 10년 임기가 2016년 12월 31일로 마무리됐다. 지난 10년 간 '세계의 대통령' 격인 유엔 사무총장으로 일해온 그는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10년'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는 아쉽게도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2007년 1기 임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반 전 총장은 스스로의 장점을 36년 간의 외교관 경력에서 비롯한 협상력과 중재력으로 꼽았다. 국제사회도 ‘중재자’로서 반 총장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컸다. 취임 당시 반 전 총장 앞에 놓인 가장 큰 과제는 수단·이라크 등의 내전 종식, 북한·이란 핵 문제 해결, 성범죄 등으로 실추된 평화유지군의 명예회복,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만 권력이 집중된 유엔 개혁, 날로 심해지는 지구온난화 대책마련 등이었다.  그러나 이 중 실질적인 성과를 거둔 것은 이란 핵협상과 최근 발효된 파리기후변화협정(파리협정)을 구속력 있는 국제조약으로 성사시킨 정도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형성 돼 있던 덕에 겨우 가능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 전 총장은 특히 아프가니스탄 재건, 핵, 난민 등 주요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데다 시리아 내전 중재에 실패하는 등 자신감을 보였던 중재력을 증명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외신들은 “어디에도 없는 사람” “유엔을 무의미한 단체로 만들었다”(2009년 포린폴리시) “유엔의 투명인간”(2009년 월스트리트저널) “반기문은 어디에 있나. 놀라울 정도로 존재감이 없는 인물에 무력한 관찰자다”(2013년 뉴욕타임스) 등 날 선 비난을 쏟아냈다. 국가 단위를 초월한 세계적인 단체의 수장임에도 미국 등 강대국의 권력 앞에 맥을 못 춘다는 이유로 “미국의 푸들”(2014년 폴리티코)이라는 치욕스러운 지적을 받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은 아이티 콜레라 사태에 대한 대응에서도 비판받았다. 2010년 대지진이 발생해 혼란을 겪은 아이티에 파견한 유엔평화유지군이 콜레라를 유발해 9000여 명이 넘는 사망자를 낳은 데에도 책임을 외면해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전문가들은 콜레라가 유엔평화유지군으로 주둔하던 네팔 군부대에서 발생해 확산됐다고 분석했다. 반 전 총장은 임기 마지막 달이 된 지난 12월에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한 연설에서 “아이티에서의 콜레라 발병과 확산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며 “아이티 국민에게도 사과한다”고 책임을 인정했다. 유엔평화유지군이 파견된 지역에서 어린이와 여성을 대상으로 자행하고 있는 성범죄에 눈을 감고 모르쇠로 일관한 것 역시 비판의 원인이 됐다. 반 전 총장이 지난 3월에야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힌 보고서에 따르면 유엔평화유지군의 성범죄는 모두 99건으로 이중 69건이 2015년에 발생하는 등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5월 반기문 당시 총장에 대해 “10년 임기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미국, 러시아 등 상임이사국이 무난하게 느끼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라며 “지나치게 의전에 집착하고 임기응변에 약하다. 역대 최악의 유엔 총장”이라고 혹평했다. 반 총장은 최근 공개된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에 대한 비난을 의식한 듯 “사람들은 내가 조용하다고, 세계 인권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나처럼 두려워하지 않고 목소리를 낸 사람은 없었다”고 항변했다. 한편 반 전 총장의 뒤는 안토니우 구테흐스(67) 전 포르투갈 총리가 잇는다. 1995년부터 2002년까지 포르투갈 총리를 지낸 구테헤스는 2005년 5월부터 10년 동안 유엔 난민기구의 최고대표로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의 난민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섰다. 사실상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에 의해 결정됐던 지난 70년 간의 밀실선택 역사를 끊고 사상 최초로 유엔 193개 회원국 대표 앞에서 정견발표 후 결정된 총장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시리아를 필두로 한 리비아, 예멘 등지의 내전과 북한의 핵개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난민, 기후변화 등의 과제 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테흐스 신임 사무총장의 임기는 1일부터 2021년 12월 31일까지이다.

반기문, 이희호 여사에 새해인사…대권의지 표명
박지원 "반기문, 대권에 강한 의지 표명"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정유년 새해를 맞은 1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에게 건강을 기원하는 새해인사를 전하며 대권의지를 거듭 나타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전 11시20분께 이 여사에게 전화를 걸어왔다고 박지원 전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기자들과 만나 전했다. 박 전 원내대표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은 이 여사에게 "건강하시고 새해 더욱 복 많이 받으셔서 건강하시라"고 말했다. 이 여사는 이에 "한국에 오셔서 모든 일이 잘 되시길 바랍니다"라고 덕담을 건넨 뒤, 박 전 원내대표에게 전화기를 넘겼다. 박 전 원내대표는 반 전 총장에게 "지난 10년간 세계적으로, 특히 우리 한국 출신으로 유엔사무총장을 성대하게 역임하고 퇴임하는 것을 이희호 여사님은 진심으로 축하하신다고 한다"고 다시 한 번 덕담을 건넸다. 반 전 총장은 이에 "대통령님과 이 여사님께서 평소에도 잘 도와주시고 관심을 주셔서 이렇게 퇴임을 잘 마치게 됐다"고 화답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전화통화 이후 기자들과 만나 개혁보수신당 합류 여부를 비롯한 거취 문제 등 반 전 총장의 구체적인 대선행보 이야기가 오갔는지에 대해 "제가 이야기할 성질이 되지 않는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아꼈다. 다만 박 전 원내대표는 "반 전 총장이 대권에 대해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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