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혼자 영어공부를 할 때 한 마디 한 마디 배우면서 자주 느꼈던 것이 있다. 바로 ‘영어가 쉽다’는 것이었다. 혼자서 상상했던 많은 영어표현들이 막상 한 마디씩 배우고 보면 내가 혼자서 만들어 보려고 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지만 생각보다는 훨씬 간단하고 쉬운 것이라는 것을 느끼곤 했다.  이러한 느낌은 그 후 수 십 년이 지나 미국에 살고 있는 지금까지도 여전하다. 직업상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는데 그들과의 대화를 통하여 ‘아하!’라며 무릎을 치게 만드는 표현을 들을 때가 종종 있다. 짧고, 쉽고, 상황에 딱 들어맞는 표현을 접하면 ‘아하!’라는 감탄이 절로 난다. 내가 그 상황에서 말을 해야 했다면 한참을 서리서리 에둘러 했어야 할 말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듣고 보니 너무 쉽고, 명료하고, 짱스러운 표현이다.

         나는 가끔씩 의아해질 때가 있다. 그렇게 쉽고, 간단하며, 짱스러운 표현을 왜 나는 아직도 그 순간에 그렇게 재치있게 못할까? 답은 간단하다. 오직 몰랐으니, 못했을 수밖에. 독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겉으로 보기에는 미국의 대학원에서 언어학을 전공하고, 미국의 대학에서 교수도 하고, 법정 통역도 하고, 컨설팅을 하고, 영어도 가르치고, 미국에서 수 십 년을 살고 있는 사람이 아직도 ‘아하!’라고 감탄하며 수시로 영어를 배운다는 것이 의아스러울 것이다. 어쩌랴, 그것이 현실인 것을! 그런데 나는 사실 종종 ‘아하!’하고 무릎을 치며 배우는 한국어 표현이 아직도 있다. 이제까지 몇 권의 책을 쓸 때마다 그랬듯이, 이 책을 쓰면서도 내가 한국어 사전을 수 십 번을 넘어 몇 번이나 더 찾아봤는 지 나는 알 수 없다.  이처럼 알고나면 쉬운 것은 말뿐이 아니다. 모든 것이 알고나면 쉽다. 나는 한동안 자동차의 엔진 오일이나 브레이크슈, 브레이크 오일, 바퀴, 배터리, 점화 플러그, 필터 등의 소소한 관리 및 교체 작업을 내가 직접 하곤 했었다. 많은 미국인들이 그렇게 한다. 막상 배워서 알고나면 쉽다. 그래서 직접 부딪혀서 알려고 할 필요가 있다. 직접 보고, 듣고, 손으로, 입으로 해보고 나면 쉽다.  한 번은 손님이 사무실에 왔다. 영어를 읽고 쓰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손님이었다. 옵션 권한이 있는 비지니스 임대 계약에 대하여 건물주에게 옵션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편지를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자신이 직접 쓰려고 했지만 도저히 못쓰겠다는 것이었다. 영어를 쓸 수 있지만 어떻게 써야할 지를 모르기에 도저히 못쓰고 나에게 온 것이었다. 일반적인 격식에 맞추어 내가 써준 편지는 의외로 지극히 간단했다. 그 손님은 놀라고 의아해했다. 이렇게 쉬운거냐고. 자기도 할 수 있겠다고. 진작에 알았다면 (소위 전문가인 나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그렇다. 그렇게 쉽고 간단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쉽고 간단한 것을 나도 처음부터 내 힘으로 그렇게 만들어 낸 것이 아니었다. 변호사를 포함한 다양한 계층의 전문가들이 작성한 수많은 문건들을 읽고, ‘아하!’하며 배워서 그렇게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옹알이 훈련, 즉 ‘흉내내기’ 또는 ‘모방’을 통한 ‘배우기’ 훈련의 핵심 효과인 것이다. 영어의 말을 배우는 것도 있는 그대로 따라서 ‘흉내’를 내고, ‘모방’을 하는 ‘말배우기’ 훈련으로 한 마디씩 익히는 것이다. 그렇게 배워서 알고 있는 말은 모르는 말을 억지로 만들어 하기에 비하여 훨씬 쉬울 수밖에 없다.  영어의 글쓰기를 배우는 것도 마찬가지다. 학습자가 필요로 하는 환경에 적합한 실용적인 글들을 찾아서 흉내내고, 모방하는 ‘글배우기’ 훈련을 반복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내것이 되어 그 어떤 창의적인 노력으로 만드는 글보다 쉽고 확실한 것이 된다. 읽기도 마찬가지다. 문법적 원리나 어떤 원칙을 집중적으로 익히고, 그것을 바탕으로 독해를 하는 것은 철저히 비효율적이다. 영어의 문법적 원리나 원칙은 한국어의 구문과 비교되는 영어의 대표적인 구문 현상에 대한 편협적인 요약일뿐이다. 따라서 그와 같은 편협적인 원리에 의하여 영어를 자르고 잘라서 한국어 구문에 대입하여 이해하는 방법으로는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독해능력을 쌓기가 훨씬 어렵다. 영어의 독해 역시 모방을 통한 ‘독해배우기’로 알고 나면 문법적 접근의 독해보다 훨씬 쉽고 확실해진다. ‘독해배우기’는 대역본을 이용하여 모방하는 것이다. 즉, 학습자가 단어와 숙어의 뜻을 찾아서 읽고 뜻을 추측한 다음, 대역본과의 비교를 통하여 자기의 추측과 다른 부분을 모방하여 자신의 추측 요령을 수정해가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듣기 역시 무조건 바위에 계란 부딪히기식으로 하는 것은 무모하다. 텍스트를 이용하여 단어와 숙어 및 표현을 미리 알아두고, 가능하면 속도 조정 기능을 통하여 구체적인 소리를 알아두고, 그리고 듣기를 하면 효율적인 ‘듣기배우기’가 될 수 있다. 이처럼 상황과 문맥을 미리 파악하는 일종의 모방을 통하여 듣기를 한다면 훨씬 쉬워지는 것이다. 무조건 듣는다고 들리지 않는다.  영어공부를 어렵게 한다고 효과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모르는 말을 억지로 하고, 모르는 것을 억지로 쓰고, 모르는 것을 억지로 듣는 방식의 영어공부로는 승산이 없는 것이다. 최대한 쉽고, 재미있게, 부담 없이, 여유를 갖고 영어를 모방하며 흉내내는 ‘배우기’를 중단 없이 하는 사람은 반드시 영어를 정복할 수밖에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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