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7개 국가 출신자의 미국 입국을 금지한 ‘반이민 행정명령’으로 대혼란이 야기되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이에 반발한 시민과 이민자들의 항의 시위가 확산되고 소송이 잇따르는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7일 이라크, 이란, 소말리아, 수단, 시리아, 리비아, 예멘 등 7개국에 대한 비자발급 및 입국을 90일간 금지하고, 모든 난민의 입국을 120일간 금지하는 극단적인 행정명령을 단행하면서 이로 인해 미 전역의 공항에서는 합법비자 소지자는 물론 영주권자들까지 입국이 거부되거나 구금되는 초유의 사태로 극도의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백악관측은 이번 행정명령이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을 합법적으로 행사한 것으로 테러방지와 국가안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행정명령이 특정국가 출신과 특정종교그룹에 대한 차별적이고 위헌적 권한행사라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어 대규모 위헌소송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9일 워싱턴 주를 비롯해 16개 주 법무장관들이 성명을 내고 이번 행정명령이 “헌법 위반이자 불법적인 조치”라며 “결국 법원에 의해 폐기될 것”이라고 강력히 항의한 데 이어 30일 이들 16개 주정부들 중 처음으로 워싱턴 주정부가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외교관 등 연방 공무원들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자칫 항명사태로 비화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또 샐리 예이츠 연방 법무부 부장관은 30일 “이번 행정명령에 대한 소송에 대해 법무부는 변호를 하지 않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에 반발하고 나섰다가 즉각 해임됐다. 예이츠 부장관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임명한 공직자로 의회 인준이 아직 나오지 않은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지명자를 대신해 장관직을 대행해왔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을 철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비판이 쏟아지자 “만약 입국 금지 행정명령을 한 주 전에 알려줬다면 나쁜 놈들이 미국으로 몰려들었을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장벽비용 부담은 멕시코? 미국 소비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가 수입관세 부과로 멕시코 국경 장벽의 설치 비용을 마련한다는 방안을 내놓자 실제 부담 주체를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백악관은 멕시코산 제품에 20%의 수입 관세를 물려 장벽 건설 비용을 대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제품 가격 인상으로 결국 미국 소비자가 비용을 떠안는 셈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AP통신은 26일 백악관의 장벽 비용 마련 제안에 “엄청난 모호함이 있다”며 실질적인 비용 부담 주체가 멕시코인지, 미국 소비자인지 정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장벽 건설에는 최고 150억 달러(약 17조5천억 원)가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관리 등 부대비용을 빼고 순수하게 장벽을 짓는 데 투입되는 비용이다. 백악관은 멕시코산 제품에 관세를 매김에 따라 연간 100억 달러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NN도 산술적으로만 봤을 때 관세 부과 정책만으로 장벽 건설 비용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5년 미국의 대 멕시코 수입총액은 3천30억 달러인데 여기에 관세 20%를 매기면 약 600억 달러를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문제는 관세 부과가 단지 멕시코 경제에만 막대한 손실을 주지 않는다는 데 있다. 멕시코에서 제품을 수입하는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의 피해도 예상된다. 멕시코산 수입제품에 관세가 붙으면 미국 소비자들은 자동차, 선글라스, 테킬라, 아보카도, 기본 식료품 등 많은 제품을 이전보다 비싼 가격에 사야 한다. 미국에서 잘 팔리는 멕시코산 도요타 캠리가 1천달러 더 비싸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월마트 등 미국의 유통업체들도 더 많은 세금 부담을 져야 한다.

영주권자도 입국금지
“한다→안한다→선별 판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반 이민 행정명령’이 전 세계적으로 충격과 파문을 불러오며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합법적인 비자 소지자들과 미국 거주 영주권자들까지도 그 대상에 포함시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평소 같으면 미국 입국에 문제가 없을 비자 소지자들과 미국에 계속 살아온 미국 영주권자들까지도 출신 국가와 종교를 이유로 차별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벌이지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난민 및 무슬림 7개국 입국금지 행정명령’으로 가장 혼란을 겪은 사람들은 다름 아닌 영주권자들이었다. 영주권을 가진 이들이 입국금지 대상 7개국 출신이라는 이유로 잠시 고국에 들렀다가 돌아오지 못하거나 공항에 억류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란 출신 영주권자인 한 여성은 “테헤란에 어머니를 보러 왔다가 워싱턴으로 돌아가려고 두바이 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탔는데, 이륙 직전 교통안전국 요원이 기내에 들어오더니 내리라고 했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또, 일부 공항에서는 7개국 출신 일부 영주권자들은 국토안보부 요원들로부터 영주권 포기서류에 서명하라는 황당한 요구를 받기도 했다. 영주권자들이 극도의 혼란을 겪게 된 것은 행정명령이 단 하루의 유예기간도 없이 전격적으로 단행된 행정명령이 세부규정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지극히 모호한데다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도 세차례나 입장을 바꾸며 오락가락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국토안보부는 지난 27일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정명령이 영주권자들에게도 적용된다며 대변인이 공식입장을 밝히기까지 했다. 이날 질리언 크리스텐센 국토안보부 대변인은 “새 행정명령이 영주권자들도 차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발이 거세지자 백악관은 29일 ‘영주권자는 행정명령 적용대상이 아니다’고 국토안보부측의 입장을 부인하고 나섰다.  이날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NBC방송 프로그램인 ‘밋 더 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영주권자들은 이번 행정명령 적용대상이 아니다”며 영주권자들도 행정명령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부인했다. 프리버스 비서실장은 “행정명령은 영주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러나, 입장을 분명히 해달라라는 요청이 거듭되자 “물론 영향을 미친다. 당신이 계속 들락날락한다면 더욱 엄격한 심사를 받게 될 것”이라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자신의 발언을 다시 번복했다. 이날 나온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의 성명은 혼란을 더욱 가중시켰다. 켈리 장관은 영주권자에 대해서도 선별적으로 입국을 허용하겠다는 취지의 모호한 입장으로 영주권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날 발표된 성명에서 켈리 장관은 “공공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상당한 정보가 없는 영주권자의 경우, 사안에 따라 개별적으로 입국허용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선별적 입국허용 입장을 밝혔다. 이는 결국 입국금지 대상 7개국 출신은 영주권자도 행정명령의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공공안전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한해 입국심사관의 재량에 따라 입국허용 여부가 결정된다는 취지여서 입국이 거부되는 영주권자들이 앞으로도 속출하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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