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2005년도에 영어학습서를 출판했을 때에 제목이 바로 ‘영어를 포기하면 행복해진다’였다. 표면적인 의미로는 모든 사람들에게 영어를 포기하라는 권유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혹자들은 책 제목을 갖고 농담과 진담을 섞어서 나에게 말을 건네곤 했었다. 그런데 사실 그 제목은 지인의 일화를 듣고 힌트를 얻은 것이었다. 그리고 사실 많은 사람들에게 내가 권하기도 한 것이다. 나는 미국에서 한인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면서 개인적으로 열심히 하라고 권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다음에 하세요’라고 권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주로 연속하여 수업에 결석하는 경우와 반복적으로 수업 준비가 안 되는 분들에게는 점잖게 ‘다음에 하세요’라고 영어공부를 그만두도록 권면하였다. 그러면 사람들은 불만을 갖고 ‘아니, 무슨 선생님이 자꾸 그만두라고 합니까?’라고 한다. 내가 학생(?)들에게 그만두라고 권하는 것은 ‘양심의 발로”였을 뿐이었다. 많든 적든 수업료를 내고 하는 공부인데,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그 결과를 불보듯 뻔하게 알면서 학생 수만 늘려서 유지하려고 대충 대충 해나갈 수는 없는 것이다. 나자신도 내가 가르치고 있는 것이 무엇이며, 그것이 어디로 가고 있으며, 그 결과가 어떻게 된다는 것을 모른다면 무조건 끝까지 같이 해보자고 격려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나는 경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학습 방향과 강도를 보면 그 결과로 무엇이 얻어지는 지를 바로 알아볼 수 있다. 마치 비행기가 내달리는 힘과 속도를 보면 이륙이 가능한 지를 알아볼 수 있는 엔지니어들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원하는 결과가 보이지 않을 때는 ‘다음에 하세요’라고 하는 것이다. 허공으로 솟아오르지 못할 비행기라면 당연히 멈추게 하는 것이 맞는 것이다. 솟아오를 만큼의 여유있는 활주로와 에너지가 없는 비행기는 결국 달리지 않은 비행기와 다를 것이 없다. 달려봤다는 추억 외에는.  나에게 BTM 영어 수업을 들었던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우선 활주로가 짧고, 게다가 에너지도 충분하지 못했다. 그래서 ‘다음에 하세요’라고 권한 것이었다. 수 십 명이었던 그룹은 한 달이면 반토막이 되고, 몇 달 지나면 반의 반으로 된다. 그러다보면 이런 저런 사정이 생겨 몇 학생밖에 남지 않은 클래스는 대부분 1년도 못되어 해체된다. 결국 영어를 습득하지는 못하고 혼자서 공부하는 방법만 배우고 나가는 결과가 된다.

        나처럼 영어를 포기하라고 권한 사람이 또 있다. 그 사람은 한국에서부터 영어를 어떻게 해서라도 정복하려고 한 사람이었다. 결국 영어에 대한 집념으로 미국까지 와서 10년 동안 살면서 영어를 정복하고자 했던 사람이다. 10년이 되어 한국으로 돌아갈 즈음 미국으로 이민을 온 아주 친한 후배를 만났다. 그 사람이 후배에게 해준 첫마디는 “내가 미국에 살면서 10년 동안 네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의 영어공부는 다 해봤다. 그렇지만 결국 영어는 되지 않았다. 그러니 너는 아예 영어를 포기하고 행복하게 살아라”라는 말이었다고 한다. 그 사람은 영어습득을 목적으로 10년 동안 미국에 살면서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영어에 매진한 결과를 체험으로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양심적 발로로 친한 후배에게 확실하게 알려준 것이었다. 미국에서 10년을 해도 안 된다라고. 일찌감치 영어를 포기하라고. 또한 지인들 가운데 미국에 일시적 이민을 와서 7년 동안 개인 비지니스를 하면서 영어에 매진하고 한국으로 돌아간 사람도 있다. 그 사람도 역시 7년 동안 영어에 매진하면 한국에 돌아가서 영어교육 사업을 할 정도로 영어가 충분히 될 거라고 확신했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7년 동안 가게에서 손님이 없을 때는 집중하여 미국 TV를 보고, 손님이 있을 때는 손님과 한 마디라도 더 해보려고 애쓰면서 ‘영어권’의 생활에 몰입했지만, 겨우 습득된 영어는 손님들과 인사하고 물건 파는 영어뿐이었다. 듣기도 70% 정도뿐이라고 했다.  그렇게 지내면서 5년 쯤 되었을 때 소송과 관련된 일로 내가 변호사 사무실에서 통역하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고 했다. 당시 나도 한국에서 온 지 7년차였고 대학원생이었을 때였다. 그 사람은 한국에서 온 사람이 영어를 그렇게 잘하는 것을 처음 보았다고 ‘극찬’을 했다. 그리고 어떻게 영어를 공부해야 할 지 가르쳐 달라고 했다. 결국 계획된 7년의 기간을 보내고 한국으로 돌아갈 때는 한국에서 영어교육 사업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못된다고 말했다.

         나는 안다. 미국에서 10년 동안 온갖 방법을 시도하면서 영어공부를 했지만 헛되다고 한 그 사람의 말이 참말이라는 것을. 7년 동안 그렇게 열심히 영어에 몰입했는데도 턱 없이 부족하다는 것도 안다. 그 원인은 영어를 겉돌았기 때문이다. 즉, 영어를 밖에서 안으로 공략했기 때문이다. 위에서 아래로 공략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문법중심의 영역별 통합교육이라는 천동설적 영어교육 개념의 한계인 것이다. 천동설적 영어교육개념을 바탕으로 생각할 수 있는 방법들은 그와 같이 영어를 밖에서 안으로 파고드는 격이다. 대다수의 한국 학생들에게 영어를 포기한다는 것은 과감한 선택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끝 없이 도전하면서도 얻어질 수 없는 영어라면 포기하는 사람이 더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스스로 생각하여 천동설적 영어교육개념을 따르고 있다고 판단되면 멈추어야 한다. 그 헛된 결과는 이미 무수히 많은 사례들로 증명되었다. 천동설적 접근의 그 어떤 방법과 노력도 헛되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분명히 말한 사람이 있다. 이제는 안 된다면 안 되는 줄로 믿는 것도 현명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말배우기 중심의 단계적 몰입훈련 교육인 지동설적 영어교육개념을 믿는다고 영어가 거저 되는 것도 아니다. 소위 지동설적 영어교육개념인 BTM을 개발한 나의 수업을 들었던 많은 사람들에게 영어를 ‘다음에 하세요’라고 권한 것은 단순히 지동설적 영어교육개념을 따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인 것이다. 유창한 영어를 습득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그 어떤 방법보다 특별히 더 어렵지 않고, 더 힘들지 않고, 더 오래 걸리지 않고, 더 비효율적이지 않고, 더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더 즐겁고, 더 빠르고, 더 정확하고, 더 유창하며, 더 효율적이다. 그 한 가지 방법을 찾아서 매진하지 못할 사람들은 영어를 ‘다음에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현명하다고 본다. 오 통재라! 한국의 학생들에게는 포기와 선택의 여지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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