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인 노인들을 위한 양로원인 <고향집>의 식단이 형편없다는 제보를 받았다. 어르신들에게 깍두기와 몇몇 밑반찬 외에는 먹을 게 없다는 소식을 듣고 몇 주 전 <고향집>이 입주해 있는 앰버우드 코트 케어 센터(Amberwood Court Care Center)를 방문했다. 케어 센터 관계자에게 한인 노인들과의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거절 당했다. 요리를 하는 부엌도 들어가 볼 수 없었다. 한 관계자는 가벼운 투어만 시켜주고 한인들을 위한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며 게시판에 붙여진 식단을 보여주었다. 케어 센터의 시설은 꽤 좋아보였다. 2인 1실에 각 방 별로 화장실도 있었으며, 식당 환경도 괜찮았다. 먼저 매주 수요일마다 <고향집>을 방문하고 있는 덴버지역 교역자회장인 천경우 목사에게 자초지경을 들어봤다. 천 목사는 “어느 순간부터 한인 어르신들에게 잘 나오던 한식이 형편없어졌다. 아무래도 평생 한식 위주로 식사를 해오신 어르신들이 많이 불편해 보였다. 케어 센터 측에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어 <고향집>에서 창단부터 초창기 5년 반 동안 일해온 다이애나 그래핀 무궁화자매회 전회장은 “답답한 심정이다. 노인회장이나 한인회장들과 함께 찾아가 자초지경을 듣고 개선할 것을 요구하고 싶다. 한인 스태프가 현재 없다고 들었다. 당연히 한인 어르신들에게 한식을 제공하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고 전했다. 결국, 수소문 끝에 <고향집>의 창단부터 지난 10년간 한인 어르신들을 위해 봉사해 온 써니 정씨를 만날 수 있었다. 정씨는 “<고향집>은 10년 전 친척 중 양로원에 모실 분이 있어 여러군데 수소문 했는데 한인을 위한 서비스가 전혀 없었다. 현재 앰버우드 코트 케어 센터가 당시 운영난에 시달리고 있어 관계자와 합의 끝에 한인 고객을 유치하기로 하고 한인들을 위한 식단과 한국 방송이 나오는 TV를 설치하게 된 것이다. 한인사회에 홍보하기 위해 고향집이란 명칭을 쓰게 된 것이다”고 말했다. 현재 한식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 정씨는 “운영 회사가 바뀌고 새로운 매니저가 오게 되면서 한인들만을 위한 특별 서비스는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의 자초지경을 말했는데 개선이 미비하다”고 했다.
실제 어르신들의 음식이 어떤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 지난 1월 28일 정씨와 함께 식당을 방문할 수 있었다. 간단한 몇몇 반찬이 나오고 있었는데, 뭔가 부족해 보였다. 그렇지만 전체 식사는 문제없이 나오고 있었다. 단지 한식 메뉴가 전보다 못하다. 조리사들이 모두 한인이 아니어서 어쩔 수 없어 보인다. 이에 대해 정씨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새로운 매니저를 통해 개선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점은 쉽게 해결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인들만을 위한 식단을 따로 마련해야 하는 문제를 케어 센터 측에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다. 모든 운영 권한은 케어 센터 측에 있으며, 정씨에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음식을 제공하고 한국식 문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고향집>을 찾은 어르신들의 입장에서는 여간 힘든 생활이 아니다. 하루아침에 식단이 달라져 고생하고 있을 것이 눈에 선하다. 특히 거동도 불편하고 영어도 안되는 어르신들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정씨 개인의 노력으로 힘들다면 노인회나 한인단체가 나서서 센터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 필요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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