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건강·중산층 혜택 돌아가

■ 주요 법안내용
의무가입 규정 삭제
연령 · 가족수 따라 택스크레딧 제공
자녀들 26세까지 부모 건강보험서 커버
질병 이력자 · 청년층 혜택은 유지
고용주 추가부담, 미가입자 벌금 없애


        연방의회 공화당이 전 국민 건강보험 프로그램인 ‘오바마케어’ 폐기를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발맞춰 ‘오바마케어 대체 법안’을 6일 공개했다. 개인이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리고 일정 규모 이상 기업들이 필수적으로 직원들에게 건강보험을 제공하도록 한 오바마케어의 의무가입 규정들을 없애고, 오바마케어의 저소득층 보조금도 폐지하는 대신 연령과 가족수에 따라 세금 환급액을 주는 방식을 도입한다는 게 골자다. 공화당의 오바마케어 대체 법안은 그러나 저소득층 노인층 건강보험 성격의 메디케어(Medicare) 확대를 위한 연방 정부의 주정부 자금 지원 증액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아 수백만 명에 달하는 저소득층을 건강보험을 잃게 될 위험에 처할 전망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오바마케어 대체법안의 최대 수혜자는 누구일까. CNN머니는 법안대로라면 젊고, 건강하고 돈 많은 사람이 공화당이 내놓은 대체법안의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6일 연방하원 공화당이 오바마케어 대체법안을 발의하면서 의료보험 제도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체법안은 예상대로 오바마케어의 큰 골자가 되는 보험 의무가입 규정과 직원 수 50명 이상 업체의 건강보험 필수 제공 조항을 삭제했다. 대신 시민들의 보험 가입을 독려하기 위해 연령과 가구규모 그리고 소득을 고려해 차등적으로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법안에 따르면 연 2000~1만4000달러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개인의 경우 30세 이하는 2000달러, 30~39세는 2500달러, 40~49세는 3000달러, 50~59세는 3500달러, 60세 이상은 4000달러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공개된 대체 법안은 누구에게 큰 이득이 되는지 또 누구에게 가장 불이익으로 작용할지 짚어봤다.
▶불이익은 누구
대체법안으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 이들을 단순하게 정리하면 돈 없고, 나이 많고, 아픈 사람이다. 우선 보험 가입 의무가입 규정이 삭제된데다가 메디케이드 적용 대상 빈곤 선을 138%까지 확대 적용한 조항도 2020년부터 순차적으로 폐지한다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오마바케어의 수혜를 받아왔던 전국 31개 주 1100만 명의 저소득층 메디케이드 수혜자들이 보험을 탈퇴하고 무보험의 사각지대로 밀려날 수 있다는 얘기다. 세액공제도 줄어들면서 연소득 2만 달러 이하의 저소득층은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법안대로라면 27세의 가입자는 오바마케어에서 3225달러의 세금공제를 받을 수 있었지만, 대체법안에서는 최대 2000달러까지만 받을 수 있다. 40세인 경우 4150달러에서 3000달러로 줄어들고, 60세의 가입자는 9900달러에서 4000달러까지 대폭 감소하면서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연령이 높을수록 보험료도 더 많이 내야 한다. 오바마케어에서는 50대에서 60대 초반의 고령 가입자라 하더라도 젊은 층에 비해 3배 이상의 보험료 차이가 나지 않도록 하고 있지만, 대체법안에서는 최대 5배까지 보험료를 높게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60~64세의 연간 보험료가 22%(평균 3200달러), 50대는 13%(평균 1500달러)가 증가하는 셈이다. 또한 건강상태가 안 좋은 사람에게도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체법안이 보험사들이 가입 전 건강상태를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을 유지하겠는 방침이지만 필요할 때만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 건강에 이상이 생긴 다음에 가입하는 사람의 경우, 보험료를 30%까지 올릴 수 있게 하고 있다.
▶수혜자는 누구
젊고 건강하고 돈 많은 사람은 대체 법안의 최대의 수혜자다. 젊은 연령일수록 더 저렴한 보험 플랜에 가입할 수 있다. 오바마케어에서는 젊은 가입자들이 시니어를 보조하는 역할을 했다면 이번에는 그 반대다. 높은 연령층에게 더 많은 돈을 부과한다. 전미은퇴자협회(AARP)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9세의 보험가입자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작용해 연평균 700달러에서 최대 4000달러까지 절약이 가능하다. 30세 미만의 가입자는 연소득이 21만5000달러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 2000달러까지 세액공제를 을 수 있는데 이는 오바마케어 비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예로 오바마케어에서 연소득 4000달러인 27세 가입자는 103달러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었다면, 대체법안을 통해서는 2000달러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자녀가 만 26세에 이를 때까지 부모 보험에 포함될 수 있게 하는 등 오바마케어의 조항도 남겨두고 있어 젊은 층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중산층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오바마케어에서는 연소득 4만7500달러 이상의 가입자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었다. 그에 비해 대체법안에서는 연소득 7만5000달러까지 전액 세금공제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연소득 21만5000달러 가입자까지도 단계적으로 세금혜택이 받을 수 있다. 부자들도 수혜를 받는다. 보험업체와 의료장비 업체, 연소득 25만 달러 이상 가구에 부과했던 세금을 없앴다. 연소득 77만4000달러 이상의 상위 1% 가입자들은 평균 3만3000달러, 상위 0.1%는 평균 19만7000달러의 감세혜택을 누릴 수 있다. 보험사들 역시 감세혜택을 받는다. 보험회사가 비즈니스 운영비로 경영진에게 제공하는 임금에 대한 세금공제액을 50만 달러로 제한했던 규정을 삭제했다.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이번 대체법안에 대해 “미국 가족들의 희생을 대가로 부자와 보험회사들에 주는 선물”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법안 통과 미지수
의료보험은 공화당과 민주당과의 이견을 좁히기 힘든 쟁점 사안이다. 때문에 법안이 양원을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상원의 경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과반수를 넘겨야 하지만 공화당 52명 중 4명이 이미 반대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과반수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최소 2명의 의원을 설득해야 한다. 이날 롭 포트먼, 셸리 무어 캐피토, 코리 가드너, 리사 머코스키 등 공화당 상원의원 4명이 법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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