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재판관 8명 만장일치 탄핵 인용

          박근혜 대통령이 우리나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됐다. 헌법재판소는 10일 오전 11시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선고 재판에서 재판관 8명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박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다.  대통령 탄핵심판은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이지만, 현직 대통령이 파면되는 것은 처음이다. 이번 결정은 선고와 동시에 효력이 발생해 직무정지 상태의 박 대통령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대통령직에서 내려오게 됐다. 이에 따라 당분간 국정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이끌며, 차기 대선은 5월초에 실시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 탄핵소추 의결로 시작한 탄핵심판은 92일 만에 대통령 파면이라는 결정으로 종지부를 찍게 됐다. 헌재는 문화체육관광부 간부 좌천 인사, 정윤회 문건 보도와 관련해 해당 언론사 사장을 개입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세월호 7시간에 대해서도 “세월호 사고는 참혹하기 그지 없으나 참사 당일 대통령이 직책을 성실히 수행했는지 여부는 탄핵심판 절차의 판단 대상이 아니다”라고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헌재는 가장 중요한 사안에서 헌법과 법률을 위배한 중대한 법 위반이 있었다고 못 박았다.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의 국정개입을 허용해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남용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통령에게 보고된 서류는 정호성이 각종 인사 자료, 국무회의 자료, 대통령 순방 자료, 국무부 접견 자료 등 공무상 비밀 담고 있는 자료를 최순실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서원(최순실)은 이를 보고 이에 대한 의견을 주고 내용을 수정하기도 했고 피청구인 일정을 조정하기도 하는 등 직무 활동에 관여했다”고 인정했다. 또 “최서원은 공직후보자를 추천하기도 했는데 그 중 일부는 이권 추구를 도왔다”며 “대통령은 KD 코퍼레이션 대기업 납품을 부탁받고 안종범을 시켜 현대차 거래를 했다”고 덧붙였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관련해서도 “대기업에게 486억원을 출연받아 두 재단을 설립했으나, 임직원 임명과 자금 집행 등 운영에 대한 의사집행은 대통령과 최순실이 했고, 재단 법인 출연한 기업은 관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재판부는 “헌법은 공무원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규정하고 있다”며 “대통령의 행위는 최서원의 사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을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권한을 행사해야 하고, 공무 수행은 투명하게 공개해 평가를 받아야 한다”면서 “대통령은 최순실의 국정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부인하며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은 미르·케이스포츠 설립, 플레이그라운드, 케이디코퍼레이션 지원 등 최서원 사익 추구를 위해 지원했고, 헌법·법률 위배 행위는 재임 기간 중 지속적으로 이뤄졌다”고 판시했다. 이 대행은 이어 “그 결과 대통령 지시에 따른 안종범, 김종, 정호성 등이 부패 범죄 혐의로 구속됐고, 피청구인의 위헌, 위법 행위는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국민 담화에서 진상규명에 협조하겠다고 했으나 검찰 조사, 특검 조사에 협조하지 안았고 청와대 압수수색도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그러면서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 행위가 반복돼 헌법 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며 “결국 대통령의 위헌, 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행위라고 봐야 한다”고 파면 결정을 내렸다.

박 전 대통령,“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불복
파면선고 이틀 만에 사저로 복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파면 선고 이틀 만에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물러났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을 침묵을 거듭하다 측근을 통해 사실상 헌재 판결에 불복하겠다는 뜻을 전해 파장이 번지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12일 밤 청와대를 떠나 삼성동 사저에 도착한 뒤 “시간은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전했다. 민 의원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한다”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다”는 말과 함께 사실상 헌재의 탄핵결정에 승복할 수 없다는 뜻의 메시지를 전했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말을 향후 검찰 수사 및 형사 재판 과정에서 강력한 법적 투쟁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의미로 풀이하고 있다. 이에 네 정당은 강한 유감의 뜻을 표시하며 비판했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대국민 메시지는 지지층에 대한 인사였지, 국민에 대한 입장표명이 아니었다”면서 “탄핵 불복이라면 충격적이고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장진영 국민의당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이 헌재 판결에 승복하며 국민통합에 기여할 것을 기대했으나 역시 허망한 기대였다”고 유감을 나타냈고 정의당은 대변인 논평에서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오만방자한 태도에 소름이 끼칠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바른정당도 대변인 논평에서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분열과 갈등의 ·갈등의 여지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한광옥 비서실장을 비롯한 소수의 청와대 참모들과 만나 “고생했다”는 말을 전한 뒤 사저로 향했다. 그러나 청와대에서 출발할 때까지도 헌재 판결에 대한 승복이나 사과의 메시지는 전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무슨 메시지를 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당초 13일 오전 청와대를 떠날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청와대 칩거가 길어지는 데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삼성동 사저 준비가 완료되면서 날짜를 하루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헌재 선고 당일부터 이날까지 청와대에서 칩거하며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아 헌재 선고에 대한 불복이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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